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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공간 사람] 58년 된 7평 구옥 고쳐 마당 누리는 밀레니얼 부부

[집 공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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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에서 30평대 아파트 한 채를 꿈꿨던 신혼의 단꿈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자)에게 더는 유효하지 않다. 결혼 3년 차인 안정호(33)ㆍ김성진(33) 부부는 지난해 8월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58년 된 7평(대지면적 25.84㎡, 연면적 40㎡) 남짓한 구옥을 사서 고쳤다.


부부의 신혼도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됐다. 살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아파트에 살 때 내가 침대 위에 누우면 위층에 누군가 똑같은 자세로 똑같이 자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이, 성별, 가치관이나 직업이 다 다른 사람들인데 집에 들어오면 왜 똑같이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우리만의 삶을 살 수 있는 집에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아내는 IT 기업의 디자이너이고, 남편은 건축회사(젊은건축가그룹 에이더스)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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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된 구옥의 환골탈태

서울 시내에서 부부가 가진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단독주택은 많지 않았다. 예산에 맞는 집들은 비탈이 심하거나, 코너나 자투리땅에 있어 집이 비뚤어져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집은 작고 낡았지만 지하철역과 가까웠고, 네모 반듯했다. 둘은 동시에 “이 집이면 우리랑 잘 어울리겠다”고 했다. 새로 고친 집에 들어간 비용(대지 구입 비용+리모델링 비용)은 지난해 서울 시내 중소형(전용면적 60~85㎡) 아파트 평균 전셋값(5억1,859만원) 보다 훨씬 적었다.


부부의 마음엔 쏙 들었지만 집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외벽은 1960년대에 사용했던 어두운 분홍빛 타일 곳곳이 깨져 있었고, 나무 대들보 위의 슬레이트 지붕도 내려앉아 있었다. 내부도 어수선했다. 1층 현관을 들어서면 균형이 맞지 않은 주방이 그대로 보였다. 방도 얼기설기 이어졌다. 경사진 나무 계단은 삐걱댔다. 계단 위로 화장실과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막상 일생일대의 (집을 사는)사고를 치고 보니 눈앞이 깜깜했죠. 그래도 희망이 있었어요. 2층 화장실을 마당으로 바꿀 수 있겠다는 희망요. 그거 하나로 시작했어요.” 아내가 전체적인 스타일을 잡고, 남편이 설계와 시공을 도맡았다.


사실상 벽과 뼈대를 제외하고 모두 바꿨다. 지붕도 걷어내고 새로 올렸다. 1층은 침실과 화장실, 창고가 있는 효율과 기능 위주의 공간으로 구성했다. 사생활 보호와 보안을 위해 1층은 창을 최소화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집안이 한눈에 다 보이는 건 피하고 싶었어요. 문 뒤로 기능적인 공간만 두고 단순하게 동선을 정리했어요. 내부 자재도 흰 페인트로 통일하고요.”


유일한 방인 부부의 침실은 알차다. 허투루 쓰이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 침대는 붙박이로 직접 만들었다. 침대 아래에 갖고 있던 책의 크기에 맞춰 책장을 넣었다. 침대 맞은편 붙박이장은 양말과 속옷 개수까지 일일이 고려해 크기를 맞췄다. 화장대와 의자, 수납장은 이사 오면서 처분했다. “원래 둘 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고, 물건을 살 때도 ‘이게 정말 우리한테 필요한가’를 수차례 따져봐요. 꼭 필요하면 기존에 쓰던 것은 처분했어요. 3년간 함께하면서 서로의 생활 습관에 익숙해졌어요. 집이 작아서 저희의 생활 습관이 달라졌다기보다 저희 생활 습관에 딱 맞는 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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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겸 거실인 2층은 홀처럼 텄다. 대신 디귿(ㄷ)자 주방 조리대 방향을 중앙으로 틀어 주방과 거실의 경계를 느슨하게 나눴다. 주방용품은 조리대 아래 수납공간을 만들어 넣고, 상부장은 없앴다. 주방이라기보다 카페나 바 같다. 둘 중 한 명이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눈도 맞출 수 있다. 설거지하면서 같이 TV도 볼 수 있다. “옛날처럼 여자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주방이 여성의 전유물도 아니고요. 저희는 요리도 좋아하고, 저녁은 되도록 같이 먹으려고 하는데 아파트에서 누군가 혼자 벽을 보고 설거지나 요리를 하는 게 불편했어요. ‘한 명이 설거지할 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주방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고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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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숨통 틔운 마당

1평짜리 마당은 7평 집의 숨통을 틔워준다. 원래는 화장실이 있었다. 1층에서 계단을 올라오면 마주하는 창을 통해 햇빛이 쏟아진다. “마당은 단독주택의 로망과도 같아요. 크기는 아주 작지만 마당을 통해 햇빛과 하늘, 풍경, 소리, 심지어 마당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눈송이들까지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것들을 오롯이 저희 부부만이 누릴 수 있어요.”


외부 시선으로부터 둘만의 마당을 지켜주는 유리블록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루버창(기류와 빛을 투과시키기 위해 얇은 판을 수평으로 배열한 창)으로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판을 촘촘하게 하면 빛이 안 들어오고, 간격을 넓히면 밖에서 훤히 보이는 문제가 있더라고요. 고민을 하다 우연히 유리블록을 시공한 걸 보고 해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아요. 햇빛이 반사된 반짝거리는 효과까지 얻었어요. 반사된 빛이 집으로 들어와 공간도 넓어 보이고요.”


이젠 마당이 없는 집은 상상하기 힘들다. 태어나서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았다는 아내는 “마당에서 어묵탕도 끓여 먹고 필요할 때마다 테이블을 펼쳐서 커피도 마셔요. 겨울엔 눈사람도 만들었어요. 아파트 베란다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자연이 극적으로 느껴져요. 햇빛이 눈부시고, 비가 올 때도 좋고, 눈이 오는 것도 아름다워요. 이 공간이 없었다면 답답해서 살기 힘들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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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고치면서 둘은 부부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아마 저희 집을 보고 ‘그렇게 작은 집에서 어떻게 사니’, ‘뭐 하러 돈 들여서 작고 낡은 집을 고쳐서 사니’라고 할지도 몰라요. 평생 살 집도 아니고, 가족이 늘어나거나 생활에 변화가 생기면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저희에게 딱 맞는 집을 지어봤다는 것, 우리가 생각하는 집을 지었다는 것으로 만족해요. 집을 사서 고치는 동안 아찔한 고비들이 많았어요. 집을 다 짓고 보니 ‘부부로서 한 단계 성장했구나’ 싶어요.”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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