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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북' 복잡해진 비핵화 방정식... 최대 수혜자는 북한

13년 만에 중국 주석 방북으로

“4자 종전선언 추진 의도” 분석

폼페이오와 문대통령 방북 사이

북 비핵화 협상 본격 관여 의사

‘뒷배’ 참여로 북은 협상력 강화

한ㆍ미 양측엔 ‘양날의 검’ 관측

'시진핑 방북' 복잡해진 비핵화 방정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북중 3차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가시화하고 있다. 6ㆍ25전쟁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미간 협상 국면에 방북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이 ‘4자 종전선언’을 적극 추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시 주석이 종전선언 협상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가 일면서도, 선언 세부 조율에 있어 미ㆍ중 갈등이 생길 경우 우리 정부의 중재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싱가포르 일간 더스트레이츠타임스는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에 따라 내달 9일 북한 정권수립(9ㆍ9절)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중국 측 선발대 30여명이 평양을 찾아 북측과 시 주석의 일정 및 동선을 협의 중이라는 보도(18일자 본보 1면)에 이어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 주석의 방북이 확실시되는 모습이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찾는 것은 2005년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이래 13년 만이다.


시 주석으로선 2012년 집권 이후 첫 방북인데다 시기가 의미심장하다. 9ㆍ9절에 맞춰 방문한다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사이 기간이 된다. 각각 8월 말과 9월 중순이 유력하다. 북미, 남북이 종전선언과 북한 핵 신고를 두고 줄다리기를 펼치는 가운데, 중국이 여기에 본격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실제 중국은 최근 남ㆍ북ㆍ미에 자국이 참여하는 4자 종전선언을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방북을 통해 종전선언 논의에 들어설 경우 최대 수혜자는 북한이다. 미 정부가 15일(현지시간)에도 대북제재 대상 기업을 추가 지정하며 대북 압박을 늘리는 상황에서 북한 최대 교역국이자 원유를 공급하는 ‘뒷배’인 중국이 협상 당사국으로 등장할 경우 북측의 협상력도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어서다.


반면 한ㆍ미 양국에게 중국의 참여는 양날의 검이다. 애초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할 경우 ‘입장료’ 형식으로 북한 비핵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게끔 한ㆍ미가 추동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미 국무부는 18일 시 주석의 방북에 관해 “우리는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는 목표로 귀결되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중국이 고유의 지렛대를 사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주석이 촉진자 역할을 받아들여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한다 해도, 선언 문구 조율 등에서 북ㆍ중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 종전선언 협상 국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의 방문 자체보다 방북 이후 태도를 지켜봐야 한다“며 “북측이 (미국 요구사항인) 핵시설 신고에 응하면서도 중국을 설득해 종전선언문 수위를 높이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가 한ㆍ미 당국이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4자 선언이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후 미국 정부를 설득했을 개연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초기에 중국을 촉진자로서 종전선언에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입장 정리한 듯 하다”며 “미국도 4자 선언을 공식 부인하거나 반복적으로 경계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암묵적 승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 주석의 방북 일정에 대해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아직 침묵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밀착은 미국의 견제를 강화할 수 있어 부담스러운 카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본궤도에 오른 후로 자신의 방북 일정을 정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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