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저편 속리산 휴양마을에서 ‘마음 보양’ 해볼까?
시외버스+렌터카 타고 보은 여행
구불구불 속리산 말티재 오르는 도로. 조선 세조가 법주사 가는 길에 가마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는 곳이다. |
코로나19 이후 여행 방식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단체보다 소규모, 북적북적한 관광지 대신 한적한 곳이 인기다. 코로나 면역을 높일 보양식도 좋지만 ‘마음 보양’이 먼저다. 충북 보은은 아직까지 여행지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다. 정이품송으로 대표되는 솔향기 그윽한 보은의 치유 여행지를 소개한다.
보은시외버스터미널. 이곳에서 보은 이곳 저곳을 둘러보자면 어쩔 수 없이 렌터카를 이용해야 한다. |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보은에 도착했다. 군 지역에서 농어촌버스를 이용해 여행을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루 종일 택시를 대절할 수도 없으니 렌터카가 답이다. 터미널 주위에 렌터카 업체가 있다.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보은터미널까지는 시외버스가 1일 3~4회 운행하고 2시간 40분이 걸린다. 요금은 어른 1만5,900원.
정이품송과 세계문화유산 법주사
600~800여년 세월 동안 변함없이 속리산을 지키고 있는 정이품송으로 향한다. 이름 그대로 정이품 벼슬을 하사 받은 나무다. 1464년 조선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할 때 아래로 쳐진 가지를 스스로 들어 일행이 무사히 지나가도록 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 충정 어린 이야기는 정이품송공원에 재현해 놓았다.
법주사 들어가는 길목의 정이품송. |
인근에 정이품 벼슬을 받은 소나무를 기리는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
정이품송공원에서 조금 올라가면 법주사다. 속리산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 의신조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역사가 오랜 만큼 교과서에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201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됐다.
법주사 금동미륵대불과 팔상전. |
국보 제5호 법주사 쌍사자 석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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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 가득한 오솔길을 통과하면 역사의 향기 그윽한 고찰이 자태를 드러낸다. 가장 눈길을 잡는 것은 국보 제55호 팔상전이다. 벽면에 부처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표현한 팔상도가 그려져 있다. 겉모습은 화려한 5층 전각이지만, 공식적으로는 내부가 트인 5층 목탑이다. 이외에도 법주사에는 눈여겨볼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두 마리 사자가 앞발을 높이 치켜든 독특한 모습의 쌍사자석등, 3단의 연꽃 문양이 화려한 석련지가 국보로 지정돼 있고, 사천왕석등ㆍ마애여래의상ㆍ대웅전ㆍ원통전ㆍ신법천문도 등 보물도 12점을 보유하고 있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연꽃 무늬 화려한 법주사 석련지(국보 제64호). |
바람도 쉬어 넘는 말티재와 솔향공원
말티재 고갯마루의 속리산 관문. |
말티재는 요양 차 속리산으로 가던 세조 임금이 가마에서 내려 말로 갈아탄 곳이다. 그만큼 험준한 고개라는 의미다. 지금은 자동차로 쉽게 넘지만 꼬불꼬불 급커브는 여전하다. 핸들을 끊임없이 돌려야 하고, 한 굽이 돌 때마다 몸도 좌우로 쏠린다. 고갯마루의 속리산 관문 전망대에서 굽어보면 지나온 길이 화선지에 큰 붓으로 갈 지(之)자를 여러 번 그은 듯 구불구불하다. 꼬부랑길 카페에서 직접 달인 대추차를 마시며 보은의 또 다른 향기를 음미한다.
솔향공원의 스카이바이크. |
솔향공원 역시 정이품송의 명성에 기댄 시설이다. 소나무와 관련된 역사, 문화, 생활을 소개하는 소나무 홍보전시관, 산야초와 관목류 정보를 보여주는 속리산 자생식물원, 놀이 체험 시설 스카이바이크를 갖추고 있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스카이바이크는 아름드리 솔숲의 허리춤으로 연결돼 있어 진한 소나무 향을 만끽할 수 있다. 스카이바이크 1대 1만5,000원(최대 4인 탑승).
속리산 숲체험 휴양마을에서 ‘마음 치유’
말티재 인근에 최근 속리산 숲체험 휴양마을이 개장했다. 좌우 산 능선이 날개처럼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좌청룡 우백호 지형에 자리 잡았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보존하고 안락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차량은 숙소까지 갈 수 없다. 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숙소까지는 전기순환버스로 이동한다. 휴양마을에서 솔향공원, 말티재 속리산 관문까지 수시로 운행하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 않다.
속리산 숲체험 휴양마을의 황토너와집. |
속리산 숲체험 휴양마을의 한옥마을. |
한옥마을 내부. |
휴양마을은 세 가지 형태의 숙박 시설을 운영한다. 대관령 소나무를 목재로 사용한 한옥마을,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황토(초가ㆍ너와)마을, 나무 향기 물씬 풍기는 통나무마을이 있다.
속리산 숲체험 휴양마을의 저녁 식사(1만5,000원). |
숙소에선 취사를 할 수 없다. 아쉽지만 휴양마을에서 운영하는 식당(예약 필수)을 이용해야 한다. 마을 주변에서 생산하는 13종류의 산채로 구성된 건강 상차림을 내놓는다. 한 술 뜰 때마다 산촌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자연의 소리만 가득한 산, 맑은 공기, 짙푸른 숲과 함께 일상에서 짓눌린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숙박비는 8만4,000원부터, 석식 쌈채뷔페는 1만5,000원.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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