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드라마, 왜 사랑받을까
'신병', 통합 콘텐츠 영향력 순위 3위 기록…화제성 꾸준
군대 드라마들이 가져야 할 필수 요소는 '사실성'
K-드라마 장르 속 밀리터리 드라마들이 눈길을 끈다. KT스튜디오지니, 넷플릭스, tvN 제공 |
이른바 밀리터리 드라마로 불리는 계보가 있다. '푸른 거탑'에서 지난해 'D.P.', 그리고 올해 '군검사 도베르만'과 '신병'까지. 배경은 비슷하지만 각 작품마다 고유의 분위기와 색채를 지녔고 좋은 성적을 얻었다.
올레tv·시즌 '신병'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군대에 사단장의 아들이 신병으로 입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구독자 315만 명 이상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장삐쭈에서 제작한 동명의 작품을 실사화 한 작품이다. '푸른거탑'은 분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야기를 시트콤 형식으로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넷플릭스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에 포커싱을 맞춰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군대 내 또 다른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했다. tvN '군검사 도베르만'은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된 도배만이 군대 내의 검고 썩은 악을 타파하며 진짜 군검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신병'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군대에 사단장의 아들이 신병으로 입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KT스튜디오지니 제공 |
'D.P.'와 '군검사 도베르만' '신병'의 공통점은 병영 부조리다. 물론 구성과 소재는 조금씩 다르다. 'D.P.'의 경우 D.P.조에 초점을 맞췄고 자연스럽게 탈영병들을 중심으로 서사를 다뤘다. '군검사 도베르만'은 군 법정을 배경으로 악을 처단하는 군인들의 액션을 조명했다. '신병'은 내무반 속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삼았다. 세 작품 모두 악습처럼 내려오는 병영 부조리를 꼬집었는데 이 소재가 보편적인 공감을 형성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군인이 주인공이지만 보는 이들이 꼭 군인인 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군인의 가족, 혹은 친구 연인이기도 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아울러 군대 문화는 상징적이다. 권력과 보이지 않는 계층, 서열이 녹아있는 집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강철부대'와 '진짜 사나이' 같은 군대 예능이 드라마와 전혀 반대 양상에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앞서의 예능들은 유대감, 또는 육체와 신체적 강인함을 부각시킨다. 드라마에서는 공동체에서 벌어질 법한 인간관계의 갈등, 또 공간 특수성에서 오는 권력층과 비권력층을 세밀하게 짚는다. 특히 많은 이들이 군대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사실성이 더욱 갖춰져야 한다.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에 포커싱을 맞춰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군대 내 또 다른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했다. 넷플릭스 제공 |
이처럼 군대 소재를 다루는 작품들이 꾸준히 대중을 만났다. 여기에는 캐릭터쇼처럼 통통 튀는 인물들이 분위기 환기용으로 쓰인다. 'D.P.'의 한호열이 대표적인 예시다. 현실감을 고조시키는 배경과 익숙한 인물들이 리얼리즘을 맡고 통상적으로 특색을 가진 주인공이 극적인 요소를 담당한다. 군대 이야기지만 남녀노소 전 세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웃음과 메시지를 전달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 위한 보편성이 수반되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야외 점호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간식 때문에 종교 활동에 참여하는 등 군인들의 생생한 일상이지만 군대를 가본 사람, 안 가본 사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확실한 재미가 있다.
'신병'을 연출한 민진기 감독은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군대 이야기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군대라는 소재가 주는 통일감이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친밀감과 친근감"을 이유로 꼽았다. 민진기 감독은 군대라는 소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경험치를 갖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현재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군대만큼 몇 십 년을 관통하는 게 있을까 싶다. 촬영할 땐 제약도 많고 힘이 들지만 (연출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리터리 드라마의 장르적 강점은 블랙코미디다. '군검사 도베르만'은 현실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황제 군복무 논란' 등을 에피소드화했다. 'D.P.'도 군 생활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콘텐츠가 가질 수 있는 힘을 드러냈다. 잘못된 관행이 답습되는 것이 콘텐츠로 부각되면서 현실 속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효과를 갖는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