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듯 더 크고 호화스럽게’ 하늘로만 치솟는 교회들
새문안교회 800억원 들여 6배 증축
“세금 한푼 안 내, 지나친 특혜” 목소리
이달 11일 공사를 끝낸 서울 광화문 새문안교회 전경. 거대한 베이지색 외관이 주위 풍경을 압도한다. 새문안교회 제공 |
◇광화문 새문안교회, 옛 건물 6배 크기로
이달 초 서울 광화문 새문안교회가 4년 만에 공사를 끝내고 모습을 드러냈다. ‘양팔 벌린 어머니의 품’을 형상화한 외관이 하늘을 향해 웅장하게 휘어져 있다. 새 건물은 지상 13층~지하 6층의 연면적 3만1,900㎡(9,649평) 크기로, 옛 건물(지상 2층~지하 1층ㆍ연면적 1,500평)보다 무려 6배나 크다.
교회 1층에는 신도가 아닌 일반 시민이 강연장, 결혼식장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홀과 교회 역사관 전시실, 문화 유적 전시실, 샤워실, 탈의실 등이 있다. 2층부터 12층까지는 대예배실과 기도실, 교육실, 방송실 등이 있는 목회 공간이다. 4층 대예배실은 2,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천정고가 19m에 달한다. 13층에는 광화문 일대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이 마련됐고, 지하에는 1,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구내 식당과 청년예배실, 키즈 카페 등이 있다. 새문안교회 관계자는 19일 “1972년 지은 옛 예배당은 본당이 1,000석 규모에 불과해 6,000여명에 이르는 활동 신도를 수용하기에는 매우 협소했다”며 “6군데로 분산돼 있던 교회 공간이 재건축으로 하나로 합쳐져 공간의 효율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 알짜배기 땅에 들어선 대형 교회 성전들. 이달 초 완공된 서울 광화문 새문안교회(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서초동 사랑의교회, 북아현동 아현성결교회, 효창동 만리현교회. 새문안교회ㆍ아현성결교회 제공ㆍ한국일보 자료사진 |
◇“해마다 신도 증가” 앞다퉈 대형 성전
한국 교회가 앞다투어 대형 성전을 짓고 있다. 사랑의교회는 2013년 말 서울 서초동 노른자위 땅에 지상 14층~지하 7층의 연면적 6만6,576.83㎡(2만평) 크기의 건물을 세웠다. 부지 매입비 등을 제외한 건축 비용만 3,000억원이 들었다. 같은 해 9월 서울 북아현동 아현성결교회도 창립 100주년을 맞아 신축 건물을 올렸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건물은 연면적이 1만3,166㎡(3,983평)로, 이전 건물(연면적 1,281평)의 3배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서울 효창동 만리현교회도 연면적 8,868㎡(2,682평)로 증축해 옛 건물(922평)보다 훨씬 커졌다.
대형 교회들은 늘어나는 신도를 수용하고 폭넓은 포교 활동을 하기 위해 초대형 성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활동 신도가 3만명을 넘는 사랑의교회를 비롯해 새문안교회(6,000명), 아현성결교회(5,000명), 만리현교회(2,400명) 등은 해마다 신도가 증가하고 있다. 아현성결교회 관계자는 “예배공간이 협소해 주말에 여러 차례에 나눠 예배를 드리는 등 불편함이 컸다”며 “건물 증축으로 예배 공간뿐 아니라 키즈룸, 카페, 아트홀 등 일반 시민 용 공간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도 카페와 서점, 구립 어린이집 등을 갖췄고, 만리현교회에도 도서관, 키즈카페, 체육시설 등이 들어섰다.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교회가 단순히 예배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이용하는 공공시설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새문안교회 4층 대예배실. 기존에 1,000명만 수용할 수 있던 예배실을 키워 2,20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예단 왼쪽 벽에 마련한 파이프오르간은 23억원 상당으로 신도 헌물로 마련됐다. 새문안교회 제공 |
◇“사회적 약자 돕기보다 교세 과시만” 비판
교회 건물의 대형화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대형 교회들의 경쟁적 건물 증축은 종교의 본령과는 어긋나는 행태로, 교세 과시 용이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이정구 성공회대 교수는 19일 통화에서 “교회의 공공적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공간이 크다고, 카페가 많다고 공공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회가 초호화 건물을 지을 게 아니라 지역 내 다문화가정, 빈곤가정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는 본연의 역할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건축 관련 세제 특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목이다. 교회들은 수백억~수천억원에이르는 건축비의 상당 부분을 특별 헌금 형태인 건축 헌금으로 충당한다. 새문안교회는 새 성전 건축비 800억원(건축비 660억원과 부지 매입비 150억원)의 절반 이상을 건축 헌금으로 지출했다. 대예배실의 23억원짜리 캐나다산 대형 파이프오르간도 신도에게 헌물 받았다. 만리현교회 역시 부지 매입비(30억원)와 건축비(193억원) 등 총 223억원을 헌금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교회의 헌금과 헌물은 액수가 아무리 커도 면세 대상이다.
건물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교회는 세금 폭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재산세를 면제 받기 때문이다. 상당수 대형 교회가 세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특혜다. 기독교진보단체들은 “대형 교회들이 건축 사업 관련 외부 회계 감사라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헌금 회계와 사용 내역 공시 의무도 지지 않는다. 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이 불특정다수로부터 기부되는 헌금 등 종교단체의 수익에 대해 공공성을 인정, 세무확인 의무와 공시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김집중 종교투명성센터 사무총장은 “기업에 기부금을 내면 기업은 이에 따른 법인세를 내지만, 헌금에는 세금을 전혀 매기지 않는다”면서 “세금을 면제해주는 대신 외부 회계감사나 공시 제도를 갖춰야 하지만, 이마저도 종교단체는 예외 대상이다”고 꼬집었다. 방인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일부 교회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짓고, 이후에 부동산 가치가 오르면 대출을 갚는 등 본말이 전도된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페와 공연장, 쉼터 등 공익 목적을 내세운 공간이 실은 수익 사업용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