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억류 일 언론인 추정 인물, 일어로 “나는 한국인, 구해달라”
31일 인터넷 통해 무릎꿇린 동영상 공개
7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2015년 행방불명된 일본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44)로 보이는 인물의 영상이 지난 31일 공개됐다. 이상하게도 이 인물은 유창한 일본어로 자신을 ‘한국인’이라 소개했다.
<한겨레>가 1일 유튜브를 통해 확인한 ‘시리아에 있는 일본인 인질의 호소’라는 제목이 붙은 20초 정도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야스다로 보이는 인물이 일본어로 “내 이름은 우말입니다. 한국인입니다. 오늘 날짜는 2018년 7월25일. 매우 비참한 환경에 있습니다. 지금 바로 구해주세요”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이슬람국가(IS)가 인질 살해를 위협할 때 사용해온 방식대로 야스다로 보이는 인물은 주황색 죄수복을 입었고, 그 뒤에 검은 옷을 입은 두 명이 기관총을 들고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아사히 신문>에 “야스다 본인의 모습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야스다는 2015년 6월22일 시리아 내전 취재를 위해 터키 남부를 통해 시리아 북서부 도시 이들리브로 들어간 뒤 행방불명됐다. 이후 2016년부터 그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여러 차례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왔다. 가장 최근 영상은 지난 7월6일 공개(2017년 10월 촬영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는 이 영상에서 영어로 “나는 2015년 6월22일 이 나라에 왔다. 가족들과 만나고 싶다. 그게 바로 이뤄지기 바란다. 나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 나를 잊지 말라”고 말했다. 이 동영상에서 그는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 의자에 앉은 채 편안한 표정으로 영어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동영상과 31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확인되는 겁에 질린 표정을 비교해 볼 때 그동안 야스다의 신변에 부정적인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야스다가 자신을 한국인이라 칭한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추정해볼 만한 대목은 있다. 야스다가가 행방불명되기 넉달 전인 2015년 2월 고토 겐지 등 일본인 2명이 이슬람국가에 포로로 잡혀 처참하게 참수된 바 있다.
당시 이슬람국가는 “우리 군대는 너희들의 피에 굶주려 있다. 아베여, 승산 없는 전쟁에 참가하는 무모한 결단 때문에 이 칼이 겐지만 살해하는 게 아니라 너희 국민은 어디 있더라도 살해당하게 될 것이다. 일본에는 악몽이 시작된다”며 추가 테러를 위협했다. 그 때문에 야스다가 자신을 ‘한국인’이라 소개한 것이 고토 겐지의 사망과 관련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