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29년 이 소행성을 탐사할 수 있을까?
2029년 지구 3만7천km까지 다가올 아포피스
적은 연료로 탐사할 수 있는 1000년만의 기회
천문연, 한국 첫 탐사 후보로 ‘개념 설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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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 1월 열린 과학기술미래포럼에서 2029년 한국의 첫 소행성 탐사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첫 탐사 후보로 꼽힌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가 최근 지구를 근접 통과했다.
아포피스는 2004년 미국 천문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이래 지구 충돌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지구근접 천체다. 아포피스란 이름은 이집트 신화에서 태양신 ‘라'를 삼키는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한 파괴의 신 ‘아펩(Apep)’을 가리키는 그리스어에서 따왔다.
천문연에 따르면 지름 370m 크기의 소행성 아포피스는 지난 6일 오전 10시15분 지구로에서 1680만㎞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해 초당 4.58㎞ 속도로 지구를 근접 통과했다. 2029년 최근접 통과에 앞서 상견례를 하고 간 셈이다. 2월부터 아포피스를 추적해 온 천문연은 지난 10일 미국 애리조나 레몬산 천문대에 설치한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Net)을 이용해 아포피스를 촬영했다.
크기가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381m)과 비슷한 아포피스는 태양과 가까울 때는 1억1161만㎞, 멀 때는 1억6444만㎞ 떨어져 타원을 그리며 공전한다. 태양과의 거리가 1억5천만㎞인 지구의 공전궤도와 상당히 비슷하다. 공전 주기는 323일로 지구보다 조금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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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8년 지구 충돌 확률 38만분의 1
아포피스는 2000여개가 넘는 지구근접천체 중 100년 이내 지구 충돌 확률이 100만분의 1보다 높은, 몇 안되는 천체 가운데 하나다. 2020년 10월 미국항공우주국의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표본을 채취하는 데 성공한 소행성 베누도 이 그룹에 속한다. 아포피스의 지구 충돌 확률이 가장 높은 때는 2068년 4월이다. 천문학계가 계산한 충돌 확률은 0.00026%(38만분의 1)이다.
윤복원 미 조지아공대 연구원(물리학)의 분석에 따르면 만약 아포피스가 지구에 부딪친다면, 1945년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 3만6천개에 해당하는 운동에너지가 발생해, 한반도 크기보다 더 넓은 면적 안의 모든 건물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 이는 미국항공우주국이 아포피스의 질량을 4100만톤으로, 지구와의 충돌 속도를 초속 12.6㎞로 추정한 것에 근거한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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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실현하려면 2027년 초에는 발사해야
아포피스는 이번 접근 이후 한동안 멀리 떨어져 있다 2029년 4월14일 오전 6시46분 지구 3만7천㎞ 지점까지 다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포피스 크기의 소행성이 이처럼 지구에 가까이 접근할 확률은 1000년에 한 번꼴로 매우 희박하다. 세계 천문학계에서는 이때가 소행성을 쉽게 탐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호로 보고 있다. 적은 연료로도 탐사선이 소행성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천문연도 현재 아포피스 탐사에 필요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천문연의 청사진은 2029년 아포피스의 최근접 시기에 맞춰 소형 탐사선을 발사해 아포피스 10㎞ 거리에서 궤도를 돌며 소행성 표면을 분석하고 소형 로봇을 착륙시켜 시료를 채취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최영준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이 과학기술미래포럼에서 발표한 시안에 따르면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가 실현되려면 2024~2026년 탐사선을 개발해 2026년 말~2027년 초에 발사해야 한다. 이어 2028년 12월 아포피스 궤도에 도착하면 몇달간의 준비를 거쳐 2029년 하반기 중 초소형 로봇을 아포피스에 내려보내는 것으로 돼 있다. 김명진 선임연구원은 “아직 탐사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는 개념 설계 단계”라고 말했다. 천문연은 올해 안에 아포피스 직접탐사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위한 기획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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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은 현재 전 세계 30여개곳의 천문대와 함께 국제공동관측 네트워크를 조직해 소행성을 추적하고 있다.
대부분 46억년 전 태양계 형성 초기에 형성된 소행성에는 당시의 물질들이 열이나 압력 등으로 변질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은 따라서 소행성 탐사를 통해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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