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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봉’? 코스트코 코리아 ‘먹튀’는 사실일까

연 순이익 갑절 규모 ‘2300억’ 배당

전액 미 본사로 넘어가 비난 높지만

미처분이익금 1조3천억대 ‘현금부자’



한겨레

코스트코코리아 매장. 자료사진

지난달 말 창고형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코스트코코리아가 연간 순이익의 2배가 넘는 약 23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있었다. 한국에서 번 돈을 미국 본사로 빼돌린다는 ‘먹튀’ 프레임에 휩싸인 것이다. 외국계 기업이 배당이나 지분 매각으로 본사가 이익을 가져갈 때마다 반복되는 ‘한국 소비자가 봉’이라는 이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7일 코스트코코리아의 ‘2020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감사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주당 8만6850원씩 모두 2293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액은 코스트코코리아가 이 기간 벌어들인 순이익 1055억원의 2.2배 규모다. 배당금 전액은 코스트코코리아의 지분 100%를 들고 있는 미국 본사(코스트코홀세일)로 흘러간다. 앞서 지난달 16일 코스트코홀세일은 8년 만에 주당 10달러의 특별배당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배당액 규모는 44억달러(약 4조4480억원)다. 이에 지난달 24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성명을 내고 “한국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주머니를 털어 미국 본사에 가져다 바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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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과도한 배당으로 코스트코리아의 재무 상황은 악화되는지 살폈다. 우선 코스트코코리아의 미처분이익금은 1조3623억원에 이른다. 1999~2020년도(회계연도 기준) 누적 순이익 1조3684억원과 약 61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한국 영업 23년간 번 돈을 거의 고스란히 적립해왔다는 뜻이다. 실제 코스트코코리아는 1998년 5월 점포를 한국에 낸 이후 수익금 일부도 미국 본사로 보내지 않았다. 번 돈을 제대로 투자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국부유출이나 먹튀 비난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 시장의 급부상으로 국내 대형마트가 위축되고 있지만 코스트코는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국내 대형마트는 100여곳 넘게 전국에 분포돼있지만 코스트코 지점은 불과 16개에 그친다. 스무개도 채 안되는 점포에서 올해(2020회계연도 기준)에만 4조5223억원(매출)을 벌어 1428억원(영업이익)을 남겼다. 코로나19에도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4%, 6.2% 늘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한국은 월마트와 까르푸가 손들고 나가는 시장이라고 했지만,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고 낮은 마진률을 유지할 수 있는 코스트코의 글로벌 소싱 경쟁력은 따라잡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현재는 은퇴한 짐 세네갈 코스트코 공동설립자가 2011년 미국 <시애틀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가장 매출이 큰 지점이 한국에 있어) 생각만해도 눈물이 난다”고 한 발언은 지금까지도 거론된다. 서울 양재점은 전 세계에서 매출이 가장 큰 코스트코 지점이다.


이렇게 한국인의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들어선 ‘배짱 영업’을 한다는 힐난을 받기도 한다. 이번 배당이 도마에 오르기 전부터 국내에 불만이 누적돼 왔다는 얘기다. 특히 2017년 송도점, 지난해 하남점을 개장하며 주변 상인과의 협상 의무를 어기고 과태료를 납부한 채 영업을 강행하는 등 국내 유통업체가 하기 어려운 행보를 코스트코코리아는 보였다. 올해 설립된 마트산업노동조합 산하 코스트코코리아지회도 지난달 11일 “모든 점포에서 10~30분가량 손님을 일찍 입장시키는 불법영업으로 노동자들의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 코스트코 노동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는 겉모습과 달리 열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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