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기쁨의 끝판왕? 꼼지락꼼지락 손뜨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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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방구석 취미
손으로 만드는 물건이 주는 즐거움
최근 핸드메이드 매력 빠진 이 많아
뜨개질·샤인아트·손뜨개 가방 등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선물이 되기도
풀잎문화센터 건대점 허은미 강사가 수업 중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
“회사 다닐 때는 무조건 ‘큰 것, 대단한 것’을 추구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작은 소품을 만들더라도 새로운 걸 만드는 데서 오는 소소한 기쁨을 즐겨요.”
지난달 22일, 풀잎문화센터 건대점. 오영숙(44·서울 성동구)씨가 대바늘로 조끼를 뜨고 있었다. 금융권에서 일하던 그는 지난해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집에만 있으려니 걱정과 잡념이 가시지 않았다. 뜨개질에 입문한 건 우연이었으나,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머리를 좀 쉬게 해주고 싶었어요. 손으로 뭘 만든다는 건 머리를 비워내는 동시에 저를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필요한 걸 스스로 만든다는 점도 좋고요.”
풀잎문화센터 건대점 수강생이 손뜨개로 조끼를 뜨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시대에 손으로 뭔가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양한 ‘만들기’ 실험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공간 ‘릴리쿰’의 공동운영자 선윤아·박지은·정혜린씨가 쓴 <손의 모험>에서 이렇게 말했다. “필요로하고 의지하는 것들을 스스로 생산할 능력이 있다면, 사회에서 낙오하거나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것은 곧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된다.”
핸드메이드, 손으로 만든 물건. 핸드메이드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늘고 있다. 릴리쿰의 표현을 빌리자면 ‘돈 주고 사는 게 더 자연스러운 물건을 굳이 귀찮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포털 네이버 데이터를 보면, 서울과 경기 인근에만 공방(예술가나 공인이 물건을 만들거나 수업을 하는 곳)이 1만2000곳이 넘고, ‘핸드메이드’, ‘공예’ 등으로 검색되는 네이버 카페는 1만5000개가 넘는다. 재료도 날로 진화해 나무나 실, 가죽 같은 고전적인 재료에서부터 이끼, 엘이디(LED) 조명, 냅킨, 크리스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풀잎문화센터 건대점에서 만든 다양한 공예품.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
이윤정(45․경기 양평)씨가 매료된 건 ‘샤인아트’다. 매주 6시간짜리 샤인아트 수업을 들은 지 1년이 넘었다. 샤인아트란 엘이디 조명을 아크릴판이나 캔버스에 꽂아 소품을 만드는 공예다. “저녁에 불을 꺼놓고 제가 만든 소품이 빛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설레요.”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던 그는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후 공방에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취미였지만, 최근엔 자신의 공방까지 차리게 되었다.
“손으로 뭘 만들면서 저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어릴 때는 타인의 칭찬이나 인정을 자주 받지만, 성인이 되면 꼭 그렇진 않잖아요? 근데 제가 만든 걸 보고 많은 분이 잘 만들었다, 예쁘다, 고생했다고 해주시니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껴요.”
꼼지락꼼지락 만들면서 즐거운 건 ‘나’만이 아니다. ‘너’도 즐겁다. 무슨 말이냐고? 핸드메이드를 즐기는 많은 이들이 ‘선물하기’를 즐긴다. 매우 흔한 공산품이 아닌, 세상에서 하나뿐인 물건보다 귀한 선물도 없을 터. 메이드미 토탈아트센터 샤인아트 수강생 김주희씨가 말한다. “주변에 선물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집들이나 입학 때 흔히 하는 휴지나 꽃다발이 아니어선지 더 좋아해 주시는 느낌이에요.” 그런가 하면 풀잎문화센터 건대점 수강생 최보겸씨도 “손뜨개로 루돌프사슴인형을 만드는 중인데, 조카가 엄청 기다린다. 핸드메이드 소품은 ‘김영란법’ 이전까진 선생님들께도 많이 드렸다. 물질보다는 정성을 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홍윤아씨가 코바늘뜨기로 만든 가방. 사진 강나연 객원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윤아(37)씨도 그랬다. 그는 직접 만든 가방 대부분을 주변에 선물했다. 벨벳 실, 마크라메실, 양모실 같은 다양한 실을 코바늘뜨기한 후 가죽 및 나무, 체인 손잡이를 달아서 완성한 가방이었다. 오, 놀라워라. 손뜨개로 만든 가방이 이렇게까지 ‘고퀄’일 줄은 몰랐다. 마감과 디자인이 브랜드 제품 뺨칠 만큼 고급스러웠다. “두 가지 즐거움을 느껴요. 상상으로 그리던 뭔가가 눈앞에 온전히 드러날 때의 즐거움, 그리고 그걸 선물할 때의 즐거움이요.”
그가 가방을 만드는 시간은 주로 초등학생 아들 두 명이 숙제하는 시간. “제가 옆에 없으면 엄청 까불거든요. 애들 옆에서 티브이나 유튜브를 볼 순 없고, 스쾃도 해봤는데 힘들어서 오래는 못하겠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도달한 결론이 뜨개질이었다. “저도 재밌고, 애들한테도 엄마가 뭔가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좋고요.” 그 말에 ‘너는 붓글씨를 써라, 나는 떡을 썰 테니’로 유명한 한석봉 어머니가 떠올랐다.
아까운 재능을 이렇게만 쓰다니. 몇 점씩이라도 판매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홍씨는 손사래를 쳤다. “저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팔게 되면 지금처럼 재미가 없지 않을까요?” 판매가 목적이 되면 인기제품을 반복해서 만들어야 하고, 똑같은 걸 반복하는 일은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다른 걸, 새로운 걸 만들고 싶어요. 보통 선물을 드리면 밥을 사주시던데, 그거면 충분해요.(웃음)”
현답. 이거야말로 우문현답 아닌가. 그랬다. 만들기의 본질은 재미에 있었다.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할 때 만들기는 비로소 놀이가 되었다. 문득 ‘노동’, ‘생산’, ‘이윤’ 같은 단어를 떠올리며 홍씨에게 판매를 권한 것이 머쓱하게 느껴졌다. 나는 왜 만들기를 순수한 놀이로 바라보지 못하는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어느 공예가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왜 이걸 하세요?” “재밌어서요.” “네? 그래도 무슨 이유가 있으실 텐데요.” “음, 정말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건데…….(더는 무슨 말을 해?)”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이는 그랬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 하였는데, 왜 홍시 맛이 난다 하느냐 여쭈시면…….” 세상에는 많은 장금이가 있고, 그들은 거듭 말해왔다. “홍시 맛이 난다 할 수밖에요!” 이 얼마나 명쾌한 답변인가.
‘블링블링’ 홈파티 준비는 여기서···‘핵인싸’ 인기공방 4곳
캐럴이 울려 퍼지는 계절, 크리스마스 느낌 물씬 나는 소품을 만들어보자.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난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여기 당신을 도와줄 공방이 있다. 신박하고 핫한 소품만 취급하는 곳이니 홈 파티나 연말 선물을 고민 중이라면 더욱더 기억해두는 게 좋겠다. 당신을 ‘핵인싸’로 만들어줄 인기공방 4곳을 추려봤다.
달콤한 디저트 캔들, ‘스텝백’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디저트 캔들. 사진 스텝백 공방 제공 |
산딸기 타르트, 오렌지 마카롱,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달콤한 비주얼에 홀렸다고 먹지는 말아 달라. 이건 디저트가 아닌 캔들(양초)이니까. 어찌나 예쁜지 불붙이기 아깝고, 고유의 용도보다는 장식용으로 좋다. 테이블이나 협탁 위에 올려두면 ‘블링블링’한 파티 분위기 완성! 스텝백 공방은 디저트 캔들로도 최고지만, 수채화 캔들도 예쁘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덕영대로 899)
미세먼지 아웃 스칸디아모스, ‘소로소로 공방’
미세먼지 없애주는 스칸디아모스 소품. 사진 소로소로 공방 제공 |
‘스칸디아모스’라고 들어봤는가? 공기정화와 습도조절 기능이 있어 최근 인테리어 ‘인싸템’으로 급부상한 천연이끼다. 복슬복슬 말랑말랑한 촉감을 자랑하며, 천연염료로 염색해 색깔도 예쁘다. 소로소로 공방에서는 스칸디아모스를 이용한 알록달록한 소품을 만들 수 있다. 트리나 사슴 모양 소품을 집안에 두면 미세먼지는 아웃, 크리스마스는 코앞이다. (광주시 북구 양산택지로51번길 13 1층)
반짝반짝 엘이디(LED) 소품, ‘인형마루공방’
엘이디 전구를 연결해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샤인아트. 사진 인형마루 공방 제공 |
빛나는 연말을 보내고 싶다면 엘이디(LED) 소품을 만들어보자. ‘샤인아트’는 아크릴판이나 캔버스에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 뒤 엘이디 전구를 연결하면 되고, ‘스트링아트’는 원목 판에 못을 박은 뒤 엘이디와이어를 감으면 된다. 둘 다 보기보다 쉬워 1시간 반이면 만든다. 인형마루공방은 평소 다양한 인형을 만드는 곳이니 ‘인형덕후’들에겐 금상첨화다. (경기 화성시 경기대로 990 화성 병점 에스케이뷰 상가 123호)
반 고흐 안 부러운 냅킨공예, ‘메이드미 토탈아트센터’
냅킨을 붙여 세라크래프트로 만든 머그컵. 사진 메이드미토탈 아트센터 제공 |
홈 파티를 논할 때 ‘냅킨아트’, ‘세라크래프트’가 빠지면 서운하다. 냅킨아트와 세라크래프트는 그림이나 무늬가 있는 냅킨을 오려 머그잔이나 와인잔 등에 붙이는 공예다. 명화를 직접 그린 듯한 느낌을 주므로 ‘꽝손’도 반 고흐 안 부럽다. “이 컵 어디서 났어?” 소릴 들을 때 으쓱하는 어깨란! 메이드미 토탈아트센터는 냅킨아트 외에도 다양한 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울산시 동구 슬도로 5-2 1층)
강나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