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내비가 왜 목적지 ‘부근’에서 안내 종료할까
궁금했던 내비게이션의 세계
종착지 위치 얼마나 정확한가
GPS 20~30m오차…맵매칭으로 보완
내비–계기판 주행속도 다른데
바퀴 센서보다 위성 정보가 더 정확
‘빠른 길’ 안내로 더 막히지 않나
1분 단위 실시간 정보로 교통량 분산
업체로 넘어가는 이용자 정보는
위치·경로·출도착지 등 비식별 전송
터널에서도 안 끊길 수 없을까
카카오·티맵 새 기술 시험서비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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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들의 최대 도우미는 단연 내비게이션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의 티맵은 1850만명이, 카카오내비는 1600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대중적 앱이다.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만이 아니라 날마다 쌓이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의 일상을 바꿀 빅데이터와 사업 아이템으로도 조명받고 있다. 2017년 카카오내비가 카카오택시 등을 묶어 카카오모빌리티로 분사한 데 이어, 지난 16일 에스케이텔레콤도 티맵을 중심으로 한 티맵모빌리티(가칭)를 연내 설립해 미래형 이동서비스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내비게이션을 쓰면서 궁금했던 점을 티맵과 카카오내비 담당자들에게 물어, 문답으로 구성했다.
- 내비가 길 안내를 잘 하다가 왜 종착지에서 안내를 포기하는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고 안내하지 않고 “목적지 부근입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라며 안내를 중단하는 이유는?
“첫째, 위성항법장치(GPS)의 정확도 때문이다. 지피에스 오차범위는 20~30m라서, 실제 위치와 내비게이션 지도상 위치가 약간 다르다. 둘째, 사용자가 검색한 목적지와 실제 도착하기 원하는 위치가 다른 경우가 많다. 목적지로 건물을 입력했지만 실제로는 주차가능한 공간으로 안내되기를 원하곤 한다.”
- 차량의 실제 위치와 내비 지도상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 어떤 시도를 하고 있나?
“스마트폰 운영체제(안드로이드와 iOS)에서 지피에스 및 이동통신 신호, 와이파이 신호 등을 활용해 제공하는 측위 값을 기반으로 주행도로의 폭과 형태, 차량 이동방향 및 속도 등과 결합해 분석하는 맵매칭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 차량이 안내경로에서 몇 미터 이탈하면 내비가 파악하는가?
“운전자의 위치, 도로 곡률과 폭, 주행방향 등 상황이 제각각이라 반경 몇 미터(m)를 벗어났다고 바로 ‘경로이탈’로 판정하기 어렵다. 경로대로 운행하고 있어도 지피에스 음영지역이거나 높은 건물로 인해 지피에스 신호가 부정확해지면 경로이탈로 판정될 수 있어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 경로이탈 판정보다 사용자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기술이 훨씬 중요하다.”
- 내비와 자동차 계기판 주행속도 수치가 다른 경우가 많다. 어느 쪽이 정확한가?
“내비는 지피에스 정보를 기반으로 이동속도를 측정하지만, 자동차 게시판 속도계는 바퀴에 부착된 센서로 회전수를 측정해 계산한다. 타이어 크기에 따라 속도가 미세하게 달라진다. 또 계기판은 과속을 막기 위해 실제보다 빠른 속도를 표시하므로, 내비가 알려주는 속도가 더 정확하다.”
- 내비 사용자들의 최대 불만은?
“막히는 길이나 운전하기 어려운 길로 안내하는 ‘경로 안내’ 불만이 가장 많다. 장소 검색이 안되거나 도착시간 예측이 어긋날 때도 불만이 높다. 특히 안내경로가 막히기 시작하면 사용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경로는 막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불만이 커진다. 도로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반영해 안내하지만, 운전자 이용시점과 시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내비가 모두에게 빠른 길 안내를 제공하면 해당 도로가 체증으로 이어져 교통분산을 저해할 수 있는데?
“1분 단위의 실시간 교통정보 제공이 교통량 분산의 핵심이다. 머신러닝을 통해 사전 분산안내도 연구중이다. 운전자가 내비게이션 추천을 참고만 하고 실제 이용시간대를 달리하는 ‘역선택’도 많이 한다. 내비는 추천을 할 뿐이고 최종적 선택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 내비를 통해 업체에 전달되는 이용자 데이터는?
“약관 동의를 거쳐 지피에스 기반 위치정보, 이동경로, 소요시간, 출·도착지, 이동속도 등의 데이터가 비식별화되어 전송된다. 이를 활용해 도로 소통상태를 파악한 뒤 우회도로 안내나 시간대별 교통량 분석을 통한 최적경로를 안내한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성별이나 연령정보는 수집하지 않는다.”
- 새 길, 감시카메라, 과속방지턱 등의 정보와 교통사고, 차선도색 공사 등 실시간 정보는 어떻게 내비게이션에 반영되나?
“도로시설은 국토교통부, 경찰청, 도로공사 등의 정보를 자동반영하지만 최종적으로 사람이 확인한다. 돌발정보는 시스템에서 실시간 정보를 자동반영한다. 도로 부분통제는 자동반영돼 안내되고, 전면통제의 경우 자동유입되는 정보외에 별도의 검색과 제보를 반영한다.”
- 내비게이션 사용에서 국내와 국외의 사용특성이 있는가?
“국외 내비는 길안내 위주인 데 비해 국내 이용자들은 아는 길도 도착시간 예측을 위해 많이 쓴다. 국내는 상황별 요구도 다양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다. 지난 7월부터는 ‘민식이법’ 시행에 따른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최대한 우회하는 경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 빠른 길이지만 내비게이션이 안내 않는 경로도 있나?
“골목길이나 주택가 좁은 길은 주민 불편을 고려해 피한다. 농로처럼 차량운행이 어려운 길도 안내하지 않는다. 이면도로 안내는 그 길외에 대안이 없는 경우를 빼고는 안내를 최소화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의 초기설정(디폴트세팅)대로 사용하는 비중은?
“반반이다. 50% 이용자는 내비게이션의 최적길안내 설정대로 이용하며, 나머지 절반은 음성변경이나 우선경로 등 개인맞춤 설정을 사용한다. 택시는 요금 때문에 고객 요구로 최단거리를 선호하는 현상이 있다.”
- 내비 이용이 가장 많은 시기는?
“내비 이용이 가장 많은 요일은 토요일이고 연중으로는 설, 추석, 여름휴가철에도 수요가 많지만 티맵에 따르면 11월 단풍행락철의 월간이용자가 가장 많다.”
- 터널 등 지피에스 신호가 끊기는 도로에서의 안내는?
“기계학습을 이용한 가상주행 로직이 적용된다. 운행차량들의 터널 진입과 진출 시각을 이용해 터널내 평균 주행속도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내비 별로 정확도를 경쟁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카카오내비는 엘티이(LTE) 신호 기반의 실내측위 기술을 업계 최초로 적용해 지난 3월말부터 강남순환로 3개 터널에서 시범서비스중이다. 엘티이 신호 지도를 만든 뒤 사용자 스마트폰의 엘티이 신호 패턴을 비교분석해 위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티맵은 지난 6월부터 서울시와 함께 남산1호터널에 지피에스 신호 발생장치를 설치해 터널내 측위를 테스트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500미터 넘는 모든 터널과 지하도로에 내비용 지피에스 신호 발생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터널 안에서도 정확한 길안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내비 안내보다 빠르게? 경로 이탈때마다 평균 2분 더 걸려
카카오내비는 2018년 9월 6~12일 일주일 동안 내비게이션 경로를 이탈한 차량들의 애초 예측시간과 실제 도착시간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르지 않을 때마다 평균 2분씩 실제 운행 소요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1번 이탈시 2분, 3번 이탈 시 약 6분 등의 방식으로 소요시간이 증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이용자의 성향 또는 특정 장소를 경유하거나 운전 중 급한 볼 일도 생기지만, 더 빠른 길을 찾아 경로이탈을 하는 것보다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운행을 하는 게 이동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단축할 수 있었다는 걸 말해주는 데이터”라고 말했다.
그러면 내비 안내를 받는 동안 경로를 이탈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경로 이탈 사유에는 이용자의 목적지 변경 등 다양한 경우가 있고, 영업비밀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는 게 내비 업체들의 답변이다.
동일한 장소에서 목적지까지 2대의 차량이 거의 동시에 출발해도 내비게이션이 2대에 서로 다른 경로를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실시간 경로 안내는 실시간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현재의 정보를 종합해서 경로를 제공한다”며 “미묘한 차이라고 하더라도 1초 이상의 시차, 현재 위치의 차이, 실시간 교통량 변화 등에 따라 사용자 경로가 다르게 안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탐색을 진행하는 시점과 각 단말기 위치가 완전히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잠깐의 시차 중 교통정보가 업데이트되면 서로 다른 경로가 안내될 수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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