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시즌에 정치 영화·드라마도 출마, 당신의 선택은?
스크린·OTT도 선거의 계절
대선 시즌에 출사표를 던진 정치 영화·드라마.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웨이브·에이스토리 제공 |
정치의 계절이다. 5년 만의 빅이벤트로 한국 사회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압도적 지지율의 1위 후보가 없는 박빙의 레이스가 펼쳐지는 가운데, 정치 특수를 맞아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정치 콘텐츠들도 잇따라 ‘출마’하고 있다. 정통 정치물부터 풍자극, 시트콤까지 정치보다 정치적이고 정치인보다 재미있는 후보작들이 앞다퉈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기호 1번 <킹메이커>
영화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정치는 선거라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총체적 활동을 의미한다.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뜻하는 바를 펼칠 수 없다. 이달 개봉을 앞두고 있는 변성현 감독의 영화 <킹메이커>는 정치인과 선거 전략가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승리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연이은 낙선에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김운범(설경구)은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를 만나 마침내 대통령 후보가 된다. 그러나 당선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서창대를 용납할 수 없었던 김운범은 그와 결별하게 되고, 이후 김운범의 자택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얽혀만 간다.
영화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영화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선거판의 여우’로 불렸던 전략가 엄창록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실제 엄창록은 낙선만 하던 김대중이 1961년 재보궐선거에서 처음 당선되고 1963년 총선에서 재선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위협적인 정치인으로 성장한 김대중을 낙선시키기 위해 공화당 후보 김병삼을 노골적으로 지원했던 1967년 총선에서도 김대중의 승리를 도왔다.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의 한세진 마케팅팀장은 “단순히 정치와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지’에 대해 되묻는 영화”라며 “대선보다는 영화시장 성수기인 12월에 맞춰 개봉일을 택했다”고 했지만, 대선과 맞물려 더 많은 관심과 해석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 기호 2번 <이상청>
드라마 스틸컷. 웨이브 제공 |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지난달 12일 회심의 카드로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가 있으니 바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이다. 영화 <은하해방전선>, 웹드라마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출출한 여자> 등을 통해 재기발랄한 연출력을 보여준 윤성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웨이브가 먼저 윤 감독에게 정치 소재 블랙코미디를 제안하면서 30분짜리 12부작 시리즈가 탄생했다.
제목만 보면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나 <웨스트윙>이 연상되지만, 실제론 청와대가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 무대다. 대형 사고를 친 문체부 장관의 후임으로 청와대가 야당 의원 출신의 이정은(김성령)을 깜짝 발탁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사격 국가대표 출신의 이 장관은 문화예술체육계 범죄 전담 수사처(체수처)를 설립하려 들면서 체육계 성폭력 문제에 정면으로 맞선다. 노련한 정치인과 관료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와중에 남편인 시사평론가 김성남(백현진)이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태는 꼬여만 간다.
드라마 스틸컷. 웨이브 제공 |
<이상청>의 미덕은 정치인 뒤에 가려졌던 보좌진과 공무원의 세계를 전문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윤 감독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중심의 정치물은 이미 많이 있어서 뭘 새롭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아는 기자로부터 ‘요새 정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 대 ‘늘공’(늘 공무원)의 구도’라는 얘기를 듣고, 이야기를 구상했다”며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제목처럼 이 장관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청>은 시청자는 물론 웨이브도 웃게 만들었다. 웨이브 관계자는 “공개 첫날 신규 신청자 유입 및 시청시간 1위를 기록했고, 이후 꾸준히 전체 시청시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존 티브이물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기호 3번 <청와대 사람들>
드라마 스틸컷. 에이스토리 제공 |
사실 정치는 그 어떤 장르보다 코미디적이다. 자신이 했던 말을 스스로 배반하는 정치인들의 뻔뻔함은 블랙코미디 그 자체다. 내년 초 오티티를 통해 공개될 이철하 감독의 10부작 시리즈 <청와대 사람들>은, 대통령 고한표(차인표)를 주인공으로 한 정치 시트콤이다. 임기 3년차인 고 대통령에게 갱년기와 레임덕이 찾아온다. 권력과 남성호르몬 누수를 동시에 감당하려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 전임들처럼 ‘감빵’에서 노후를 보내게 될까봐, 갱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퇴임 후 가족들에게 찬밥 취급을 당할까봐 두렵다. 대통령은 위기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드라마 스틸컷. 에이스토리 제공 |
<청와대 사람들>은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과 티브이엔(tvN) 드라마 <지리산>을 만든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작품. 에이스토리는 오티티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한 <에스엔엘(SNL)코리아>의 ‘인턴 기자’와 ‘주 기자가 간다’ 코너를 통해 한동안 맥이 끊겼던 정치풍자 코미디의 계보를 이어갔다. 안상휘 에이스토리 제작2본부장은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가진 평범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를 다루면 재밌겠다 싶었다”며 “정치든 사회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현실에서 다양한 의견이 용인되는 사회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 정치 콘텐츠 바람, 왜?
그렇다면 최근 들어 이처럼 정치 콘텐츠가 부쩍 늘어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대선이라는 시즌의 영향보다는 플랫폼의 변화를 이유로 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심의규정과 정치적 부담 등으로 방송에서 사라진 정치풍자물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플랫폼인 오티티에서 부활하고 있다”며 “약자를 대상화한 콘텐츠보다 강자를 대상화한 정치풍자 콘텐츠들이 더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