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만두 하나로 한해 1조원 눈앞…“외국인 입맛 사로잡았죠”
[인터뷰] 김숙진 CJ제일제당 신임 상무대우
비비고 성공 신화 쓰며
CJ 최연소 임원 승진
중국 만두와 다른 특징 살리고
가수 싸이 광고 모델로 쓰고
에어프라이어 보급 확대로
후속작 ‘고메 돈가스’도 히트
김숙진 씨제이제일제당 신임 상무대우를 11일 오전 씨제이제일제당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만두로만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예상합니다.” 2014년에 한 그의 발언이 6년 만에 현실이 됐다. 연 매출 100억원도 어렵던 때였다. 씨제이(CJ)제일제당의 히트작 ‘비비고 왕교자’는 2013년 12월 출시된 뒤 7년 만인 올해 매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단일 식품 제품으로 연 매출 1조원 벽을 깨는 건 비비고 만두가 처음. 신라면(농심)과 초코파이(오리온)보다 국외 진출이 뒤늦었지만 한발 앞서 거둔 성취다.
김숙진(39) 씨제이제일제당 신제품개발(NPD·New Product Development) 담당 신임 상무대우는 ‘비비고 만두 일등공신’이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 10일 임원으로 승진했다. 81년생인 그는, 최연소 임원 3명 중 1명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씨제이(CJ)제일제당 본사에서 그를 만나, 마케터로서의 성공 스토리를 들었다.
김 상무대우는 마케팅 조사업체 ‘티엔에스(TNS)코리아’(현 칸타코리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5년가량 일하다 2011년 9월 씨제이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겨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했다. “직접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고 매출을 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는 게 이직 이유였단다. 당시 제일제당은 2012년까지 비비고 브랜드를 국내외를 아우르는 식품 브랜드로 키운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었다. ‘만두’는 이 계획 달성의 예봉이었다.
국내외에서 팔리는 비비고 만두. 씨제이제일제당 제공. |
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고향만두’(해태)가 장기간 도전받지 않은 1위였다. 품질을 높여 맛으로 승부해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개발에 들어섰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냉동만두를 즐기지 않았던 김 상무대우는, ‘비비고 만두’ 시제품을 맛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쫄깃한 피에 고기와 채소가 뭉치지 않고 그대로 보였어요. ‘냉동만두는 다 그저 그렇다’는 편견을 깰 수 있겠다 싶었죠.”
비비고 만두는 출시 1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11월 말 현재 점유율은 45%에 이른다. 압도적 1등인 셈이다. 지난해엔 국외 매출(5520억원)이 국내 매출(3160억원)을 넘어섰다. 수출용 상품 포장에는 중국식 만두(dumpling)가 아니라 ‘mandu’라고 표기했다. 김 상무대우는 이에 대해 “피가 두껍고 탄수화물이 많은 중국·일본 만두와 달리, 비비고는 얇은 피에 고기와 야채의 밸런스(균형)가 좋은 한식 만두의 특징을 (비비고 만두가) 그대로 담고 있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2014년 가수 싸이를 모델로 한 광고를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그는 “(매출에) 기름이 붙은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싸이의 인지도가 높은 미국에서는 ‘싸이고 비비고’라는 광고 카피를 썼다. 싸이의 지명도에 올라타려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2017년에 시작한 ‘왕맥(왕교자+맥주) 캠페인’도 계절별 매출을 고르게 이끈 공신이다. 집에서 여름철 맥주 안주로 만두가 좋다는 내용으로, 수제 맥주와 편의점 ‘4캔 만원 맥주’가 인기를 끌던 때였다. “맥주 인기에 힘입어 집에서 나초 같은 간식이 지겨울 때 간편하게 만두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광고 포인트가 제대로 (소비자에게) 먹혔죠.” 그해 비비고 만두의 여름철(6~8월) 평균 월 매출은 70억원으로, 한 해 전(2016년) 같은 기간 매출의 3배를 웃돌았다.
‘만두 다음’이 필요했던 때 또 한 번의 도약은 2018년 말 엉겁결에 찾아왔다. “마케팅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2주 넘게 냉동 핫도그 일간 매출이 늘어서 이상했어요. 조사해보니 에어프라이어 덕택이더라고요.” 저렴한 에어프라이어의 가정 보급으로 튀김 제품 수요가 생긴 터였다. 사내 ‘트렌드 리서치팀’에 6개월 뒤 에어프라이어 예상 보급률을 문의하니 ‘50%가 넘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당시 보급률은 10%가 조금 넘는 수준. 그는 “당장 핫도그 포장 앞면에 에어프라이어 조리법을 붙이고, 에어프라이어에 적합한 제품군 출시에 주력했다. 이후 6개월 만에 발 빠르게 나온 ‘고메 돈카츠’ 시리즈는 나오자마자 대박을 터트렸다”고 말했다. 고메 돈카츠는 2019년 6월 한 달 동안에만 30만봉 남짓 팔려 매출 20억원을 올렸다. “그땐 매일 아침 매출 실적을 보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는 임원이 된 뒤 제일제당의 브랜드 중장기 전략 수립을 맡았다. 그는 ‘더 건강한 음식’, ‘다양한 외식의 가공 식품화’, ‘친환경 식품의 가속화’를 앞으로 식품업계를 지배할 열쇳말로 꼽았다. “한식이 외국인의 일상에 들어가면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겁니다. 비비고 브랜드 제품의 6년 뒤 연 매출은 5조원 예상합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