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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왜 ‘세로 눈동자’일까?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멍냥이 사이언스

한겨레

밝은 곳에서 고양이가 동공을 최대한 수축한 모습. 어두운 곳에서는 동공을 이보다 300배 넓게 열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햇살 아래에서 고양이 눈동자는 세로로 길쭉한 모습이다. 개나 같은 고양잇과 포식자인 호랑이도 사람처럼 동공이 둥근데, 왜 고양이는 이처럼 독특한 눈동자를 갖게 됐을까.


눈동자(동공)는 카메라의 조리개와 비슷한 기관으로, 형태와 크기에 따라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달라진다. 고양이의 동공은 어두운 곳에서 완전히 열렸을 때 눈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크고, 반대로 밝은 데서는 실낱처럼 줄어든다. 동공의 면적이 135∼300배 차이가 난다. 어두울 때는 최대한 열어 미미한 빛도 감지하지만 밝은 곳에서는 최대로 막아 과잉 노출을 막는다. 사람 눈은 그 차이가 15배에 불과하다.

밤낮 가리지 않는 포식자

이처럼 동공 변화가 큰 이유는 고양이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사냥하는 포식자이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연구자들이 2015년 육상동물 214종의 눈을 비교하면서 특히 고양이의 눈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양이뿐 아니라 뱀과 악어에서도 발견되는 길쭉한 세로 형태의 동공은 특히 표적과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처럼 두 눈이 얼굴 앞쪽에 달려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는 양안 시를 갖춘 데다 세로로 길쭉한 동공이 심도를 높여 먹이 동물과의 거리를 정밀하게 알 수 있다.


같은 고양잇과 포식자인 호랑이와 사자는 왜 사람처럼 동공이 둥글까? 연구자들은 이들이 키가 커 시야가 넓기 때문에 표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고양이처럼 동공을 늘이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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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달리 ‘가로형’인 염소의 눈동자. 게티이미지뱅크

흥미롭게도 고양이처럼 길쭉한 동공을 지닌 초식동물이 있다. 염소, 양, 말의 눈동자는 고양이처럼 길쭉하지만, 가로 방향이다. 이런 눈은 카메라의 파노라마 촬영 기능처럼 앞은 물론 옆과 뒤까지 눈에 들어온다. 땅으로 접근하는 포식자를 포착하고, 달아날 때 시야를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고양이는 극도로 흥분했을 때도 눈이 검게 보일 정도로 눈동자가 커진다. 자신도 모르게 야간 사냥의 흥분 상태로 접어드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햇빛 아래서도 고양이는 동공을 한껏 ‘조여’ 먹잇감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는다. 세로로 갈라지는 눈동자는 밤낮없이 작은 먹이를 사냥하는 키 작은 포식자 고양이의 숨겨진 무기인 셈이다.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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