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삶을 느긋하게 즐기기 위한 강화도 목조주택
강화상방 990
인생 전환기를 맞은 부부의 긴 고민.
땅을 익히고 집을 이해하며, 삶의 균형을 찾았다.
급격한 변화보다 조금씩 나에게 맞는 삶을 준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건축주 부부는 은퇴 후 맞이할 두 번째 삶을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도시와 전원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1시간 거리인 50㎞를 기준으로 여러 곳을 보았고, 강화에서 이 땅을 만났다.
시선을 가려주고 열어주는 외벽과 어울려 리듬감 있는 입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창들. |
출입구를 가려주며, 진입동선을 유도하는 마중벽. |
건축주 부부는 서두르지 않았다. 집을 지어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처음 몇 년간은 텃밭을 가꾸며 땅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주변의 산과 나무, 이웃들을 알아가며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는 집을 지어도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건축계획은 이런 건축주 부부의 삶과 삶의 태도를 닮을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마니산 능선을 바라보며 가족만의 독립된 공간으로 계획된 2층 테라스. |
472m 마니산의 능선은 집 주변을 감싸고, 바다를 향한 시선은 넓은 간척지에 머문다. 작은 주택이지만, 이러한 지형적 특징과 마을의 공간구성을 존중하고 순응하고자 다양한 배치와 지붕 형태를 고민하였다. 남북 방향으로 완만한 경사를 고려해서 동서 방향으로 길게 배치했다. 옹벽과 축대를 줄이고, 절토와 성토를 최소화했다.
동서 방향의 배치는 남쪽 채광을 넓게 확보할 수 있었고, 북쪽 바다 전망을 집안 곳곳에서 넓게 담았다. 2층이 있는 부분은 마니산의 능선 쪽에 배치하고, 마을 쪽에는 1층만 계획했다. 이웃과 만나는 부분은 낮추고, 산과 만나는 부분은높여서, 집이 마니산 능선의 한 부분처럼 느껴지도록 지붕 경사와 형태를 계획하였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대지면적 ≫ 623㎡(188.45평)
건물규모 ≫ 2층 ┃ 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 138.75㎡(41.97평) ┃ 연면적 ≫ 195.55㎡(59.15평)
건폐율 ≫ 22.27% ┃ 용적률 ≫ 28.13%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7.2m
구조 ≫ 기초 - 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일반철골조(내벽 : 경량목구조)
단열재 ≫ 비드법보온판 2종1호(가등급) 220mm, R23 가등급 그라스울 140mm 이상 등
외부마감재 ≫ 벽 - 무절 적삼목사이딩, 스터코 / 지붕 – 컬러강판
창호재 ≫ LX하우시스 43mm 알루미늄 창호(에너지 등급 2등급)
에너지원 ≫ LPG ┃ 설비 ≫ 정연엔지니어링
구조설계(내진) ≫ 다우구조 ┃ 시공·조경 ≫ 건축주 직영
설계 ≫ 한양대학교 안기현 + AnLstudio 건축사사무소 신민재, 구봉진, 이주운, 천광정
거친 외부마감재를 적용하여 외부공간과 연속성을 갖는 거실. |
연속된 공간의 흐름과 맞통풍이 이루어지는 내부 동선. |
마을을 바라보는 진입공간은 친숙한 박공 형태를 하고 있다. 소통과 관계의 공간이 되도록 넓은 테라스를 집과 마을의 사이 진입공간에 계획했다. 주방과 다용도실이 이 테라스와 함께 있어서, 부부의 야외 활동이 편리하고 이웃과 함께 어울리기 좋다. 우리의 전통건축에서 볼 수 있는 툇마루나 대청마루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외부면서 동시에 내부 같은 분위기로 부부의 삶처럼 조금씩 준비하고 새로운 환경과 차근차근 마주하는 공간이다.
거실 벽 뒤에 숨겨진 계단 공간. |
바다전망이 좋고, 산을 가까이 볼 수 있는 2층 서재. |
집은 먼 바다를 접하고 있다. 거실이나 식사 공간, 서재와 욕실 등 일상이 머무는 공간에 이 바다를 하나씩 하나씩 담고자 했다. 식탁 옆에는 액자와 같은 작은 창, 폭이 넓은 거실 창, 좁고 높은 욕실 창 그리고 2층 서재에는 삼각형 창을 계획했다. 공간마다 다른 분위기와 창의 성격을 설정하고 각각의 공간에 다양한 바다 풍경을 담고자 했다.
바다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은 창으로 표현되어 북쪽 입면을 조화롭게 만들어 주었다. 바다와 반대편은 마니산과 서로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침실 창은 높은 위치에 계획하여, 채광을 확보하고 마니산의 능선과 강화의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2층 베란다는 지붕의 경사진 처마 선으로 하늘을 가리고 산 능선과 바다의 수평선으로 시선을 향하도록 하였다. 실외 공간에도 가벽을 세우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창을 만들어 산과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천장 – 삼화페인트 수성페인트, 에스대우벽지 무지(1층), 미송합판(2층) /
바닥- 구정강마루 강마루 premium
욕실 및 주방 타일 ≫ 투엘컴퍼니 자기질 600×600 타일, 편백 사이딩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조명 ≫ 포시즌 조명 COB LED 5인치, T5 LED
계단재·난간 ≫ THK30 애쉬 집성목
현관문 ≫ 리치도어 방화문(동판 위 코팅)
방문 ≫ 예다지 ABS도어 RS120
붙박이장 ≫ LPM 도장색 삼화컬러코드 D037
데크재 ≫ 방킬라이 위 스테인
내부공간은 외부공간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계획했다. 마니산 능선을 닮은 지붕 형태는 실내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외부 테라스에 벽돌 바닥은 거실 벽면으로 이어진다. 내·외부는 시선과 바람도 이어진다. 남-북 마주 보는 넓은 창은 남쪽 마당과 북쪽 마당이 거실을 사이에 두고 서로 통하도록 구성했다. 1층과 2층 사이에 계단을 배치하고 벽돌 벽을 계획해서 두 공간 사이에 약한 구분과 연계로 가느다랗고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1층 거실과 2층 서재 사이 벽은 시선과 공간을 나누면서도 소리와 공기가 통한다. 시각은 나누고, 청각과 후각은 연결된다. 열린 창으로 바람이 불고, 맛 좋은 차를 마시면 오감이 통하는 집이 된다.
2층에서 바라보는 거실 방향. 유리 난간이 공간의 연속성을 드러낸다. |
마니산 능선을 따라 풍경을 담아주는 2층 처마. |
내부공간은 외부공간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계획했다. 마니산 능선을 닮은 지붕 형태는 실내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외부 테라스에 벽돌 바닥은 거실 벽면으로 이어진다. 내·외부는 시선과 바람도 이어진다. 남-북 마주 보는 넓은 창은 남쪽 마당과 북쪽 마당이 거실을 사이에 두고 서로 통하도록 구성했다. 1층과 2층 사이에 계단을 배치하고 벽돌 벽을 계획해서 두 공간 사이에 약한 구분과 연계로 가느다랗고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1층 거실과 2층 서재 사이 벽은 시선과 공간을 나누면서도 소리와 공기가 통한다. 시각은 나누고, 청각과 후각은 연결된다. 열린 창으로 바람이 불고, 맛 좋은 차를 마시면 오감이 통하는 집이 된다.
마니산 능선을 따라 낮아지는 박공지붕 너머로 강화의 드넓은 간척지와 바다가 내비친다. |
서울과 강화를 오가는 삶의 균형, 이웃과 이웃 간의 균형, 산과 바다와의 균형 그리고 휴식과 노동의 균형을 건축적 공간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건축 배치와 형태에서 주변 환경과 지형을 고려하고, 내부와 외부의 공간구성을 통해 일상과 이벤트 그리고 다양한 활동과 행위를 담는 계획이다. 육지와 바다, 도시와 비도시, 사람과 자연의 경계에서 균형의 모습을 보여주는 노년의 보금자리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글 : 신민재, 안기현
건축가 신민재 _ 한양대학교, 안기현 _ AnLstudio 건축사사무소
신민재와 안기현은 2011년부터 협업하며 2016년 젊은건축가상을 함께 수상했다. 인테리어와 건축, 도시를 아우르는 다양한 스케일을 계획하며, 경기도건축상, 충청남도건축상,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서초건축상, 서울시건축상 등 다수 건축상을 수상하며 주택, 업무시설, 상업시설, 리모델링 등 여러 분야에서 인정받았다. 근작 강화상방990으로 2021년 인천시건축상을 수상했다. 02-720-2012|http://anlstudio.com/
취재_ 신기영 | 사진_ 이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