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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은 정부가 돈을 퍼주는 건데 왜 고깃값이 오를까?

재난지원금을 받은 후 공돈이라며 신이 나서 고기 플렉스를 하러 갔습니다. "근데 고깃값이 왜 이렇게 비싸?!"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아니, 재난지원금은 정부가 돈을 퍼주는 건데 왜 고깃값이 오를까? 그게 무슨 상관이지?

2020년 한 해 주요 경제뉴스의 전반적인 흐름

코로나 사태로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집니다. 어떻게든 실물경제를 살려보려고 노력했죠.

*실물경제: 실제 물건이 만들어져서 운반되고 진열되고 팔리는 경제

👨‍💼 재무부장관

기업은 월급 지급이 밀린 상태고 상점은 가게 낼 때 대출받았던 은행 빚에 이자도 못 내고 있습니다.


👨‍⚖️ 대통령

그럼 우리가 돈을 풀어야하는 것 아닌가?


👨‍💼 재무부장관

맞습니다. 금리를 내려서 은행 이자를 싸게 해주고 기업에는 특별대출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월급 못 받은 사람들도 밖에서 돈을 쓸 수 있게 재난지원금도 현금으로 뿌릴 거예요!


정부와 은행에서 잠자고 있던 돈이 기업과 상점으로 그리고 일반 소비자의 주머니로도 흘러 들어갑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려버렸어요.

돈은 정부가 풀었는데 왜 물가가 오를까?

정부가 시장에 돈이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금리를 싸게 내렸습니다. 이전과 같은 돈을 빌려도 이자를 적게 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빌린 돈으로 투자를 하면 수익이 이자보다 높을 것 같지 않겠어요?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대출을 받았습니다. 이자 낼 돈은 원래도 많았는데 저렴해지니 더 부담 없이 빌립니다.


그런데 막상 빌려놓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어디에 투자하지? 지금 다 너무 난리라서 돈 넣어봤자 장사가 잘될 것 같은 곳이 별로 없네.”


고민하던 투자자는 결국 제일 안전하고 보수적인 자산에 돈을 넣습니다. 부동산, 금, 달러가 그것이죠.


그렇게 전 세계 부자들이 부동산과 금과 달러를 사니까 조금 더 작은 부자들도 따라 삽니다. 그보다 조금 더 작은 부자들도 따라 삽니다. 그러다가 여윳돈이 아주 조금 있는 일반인도 따라서 투자합니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요? 부동산과 금과 달러 값이 오릅니다.

갑자기 생긴 공돈, 재난지원금

소비자의 큰 수요가 한 번에 몰리는데 물건의 공급량은 그대로 입니다. 이 상황에서 소비자의 돈만 많아지면 균형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가격만 올라가게 됩니다.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소·돼지고기 소비가 늘면서 육류 가격이 치솟기도 했지요.


2020년 5월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신용카드로 돈을 받아 선불 방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러 들른 전통시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지요.


얼마 전에 10,000원이었던 물건에 11,000원을 부르는 상인에게 따졌더니


첫 번째 상황

두 번째 상황

첫 번째 상황과 같은 대화를 나누고 나면 상인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두 번째 상황과 같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상인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게 될 겁니다.


재난지원금은 다른 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더 생긴 돈입니다. 나한테만 더 생긴 돈도 아니고 모두에게 더 생긴 돈이죠.


윤리와 도덕, 그리고 시장에서 이뤄진 합의로 우리는 10,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물건을 10,000원에 사고팔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공돈’이 생겼으면 그만큼 물건 값을 올리고 싶어 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의 이기심입니다.


개별 사례로 보면 상인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전 세계 사람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공돈이 생기고 나도 모르는 사이 공돈을 쓰게 되면 물가는 오르기 마련입니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치명적인 사건이 또 발생하겠지요?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때 우리는 남들보다 반 발자국 빨리 대처해야 합니다.


금리를 안다고 해서 더 비싼 적금에 들 수 있을까요? 환율을 안다고 해서 환전할 때 남들보다 좀 더 좋은 조건으로 환전할 수 있을까요? 개개인은 이미 주어진 경제적 조건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일개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모두가 손해를 볼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 닥쳤을 때 ‘빨리 발을 뺄 수는’ 있습니다.


사실 이득을 보는 것보다 손해를 덜 보는 게 가장 어렵고 또 중요합니다. 언제 그만 둬야 할지 알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남들보다 손해를 덜 보면 사실 그만큼 이득을 보는 셈입니다. 경제는 다시 회복될 테고 새로 시작하는 입장에서 남들보다 더 갖고 시작하게 되니까요.


그 차이는 생각보다 굉장히 큽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경제 지식에 대한 이해도는 여러분의 무기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일확천금을 믿지 않아요

단숨에 재산을 서너 배로 불려준다든가 단돈 100만 원으로 시작해 3년 안에 서울 부동산을 거머쥐게 만드는 투자 방법처럼 황당하거나 위험한 이야기에 혹하지 마세요.


경제공부는 이런 사기를 피해 가는 방법을 공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신 저는 현명한 선택이 가진 복리의 힘을 굳게 믿는답니다.


손해를 봐야 할 땐 가장 손해를 적게 보는 선택, 이득을 낼 수 있을 땐 가장 단단한 이득을 내는 선택, 퇴직연금과 보험의 종류 선택, 경제적 사기를 피하는 선택 같은 것들 말이에요. 이런 좋은 선택들이 쌓여서 결과적으로 좋은 인생을 살게 된다고 믿는 것이지요.


경제정보를 독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세상의 많은 것이 달라 보이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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