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車에는 이게 안 달린다며?
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주간주행등이 과거 안개등 기능 대신해…'선글라스 케이스'도 사라지는 中
전 세계에서 한 해 9000만 대쯤 차가 팔린다. 한국은 약 400만 대를 생산하고 이 가운데 170만 대 안팎이 내수에서 팔린다. 나머지는 수출 물량이다.
자동차 평균 교체 주기, 즉 신차가 나오는 '라이프 사이클' 주기는 5~7년이다. 고급 대형차나 승합차, 상용차 등 수요가 제한적인 모델은 교체 주기가 10년을 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제조사는 유행에 민감하다. 자칫 유행을 놓치면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까지 뒤처질 수도 있는 탓이다.
공격적으로 유행을 뒤좇다보니 한때 유행했던 갖가지 기능과 장비가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는 곧 구형과 신형을 나누는 기준이기도 한다.
안개등은 전방을 비추는 기능 이외에 악천후 때 내 차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도 맡아왔다. 일반적으로 전조등 아래에 장착했던 안개등이 최근 사라지고 있다. 낮에도 점등되는 주간주행등이 안개등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현대차) |
요즘 신차에 '안개등'이 사라지는 이유
북유럽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등화장치가 '안개등'이다.
눈 또는 비가 자주 오고, 안개가 자욱하게 낀 악천후 때 유용하다. 1년의 절반 가까이 안개가 낀 지역이라면 응당 안개등은 필수다. 자동차 안개등이 북유럽에서 시작한 것도 이런 기후 때문이다.
안개등은 전조등과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전조등은 차의 진행방향을 비추지만, 안개등은 악천후 때 내 차의 위치와 존재를 알리는 기능이 더 크다.
국산차에 안개등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현대차가 포니2 CX를 앞세워 캐나다 수출에 나서면서 안개등을 범퍼 아래에 심어넣었다. 당시 기준으로 안개등은 ‘수출차’에 장착되는 고급 장비였다.
이후 대우 르망(폰티액 르망)과 기아산업 1세대 프라이드(포드 페스티바) 등이 북미 수출길에 오르면서 국산차에도 하나둘 노란 안개등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때는 고급장비로 여겼던 안개등이 최근 들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8세대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안개등을 없앴다. 기아 스팅어도 안개등이 없다. 르노삼성 XM3 역시 2022년형으로 거듭나면서 안개등 대신 그 자리에 크롬 장식을 넣었다.
이렇게 안개등이 사라지는 이유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등화장치, 바로 주간주행등 'DRL(Day time Running Light)'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유럽차에서 처음 시작했다. EU는 1992년에, 우리나라는 2015년에 '주간주행등 설치 의무화' 제도를 시작했다.
주간주행등은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적잖은 효과를 낸다. 실제로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에서는 주간주행등 도입으로 인해 교통사고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한때 고급차의 필수 장비로 여겨졌던 선글라스 케이스 역시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여름철 뙤약볕에 차를 장시간 주차하면 차 지붕의 고열로 인해 선글라스 프레임이 뒤틀어지거나 렌즈가 상할 수 있다. (사진제공=토요타미디어) |
하나둘 사라지는 선글라스 케이스
한때 고급 편의 장비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선글라스 케이스도 이제 구시대 유물이 됐다.
선글라스 케이스는 룸미러 위쪽 천장에 선글라스 또는 안경을 보관할 수 있는 전용 수납공간이다.
이제는 단종된, 과거 현대차 대형 SUV였던 테라칸은 운전석과 동반석에 각각 선글라스 케이스를 두기도 했다.
그렇게 인기를 끌었던 선글라스 케이스가 이제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독일 고급차 브랜드였다
먼저 선글라스를 넣고 꺼내는 동작은 운전에 방해가 된다. 아울러 이 전용 사물함 자체가 선글라스를 망가트릴 수도 있다.
뜨거운 여름철, 뙤약볕 아래 차를 오래 세워놓으면 차 지붕의 고열로 인해 자칫 선글라스 프레임이 뒤틀어지거나 렌즈가 손상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방열판 등 다양한 대책도 마련해 봤으나 큰 효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최근 등장하는 국산차 역시 선글라스 케이스가 없어지는 추세다.
다만 일부 차주는 선글라스를 둘 마땅한 곳이 없어 불만을 내놓기도 한다.
재떨이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8세대 부분변경 파사트를 출시하면서 재떨이 자리를 스마트폰 수납공간으로 발 빠르게 바꿔 선보였다. 이곳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무선 충전도 가능하다. (사진제공=폭스바겐그룹미디어) |
재떨이 사라진 공간, '이것'이 채운다
금연 운동이 확산하면서 차 안 재떨이도 사라지고 있다.
공간이 제한적인 자동차 실내에서 담배를 태우면 직물 시트와 내장재에 냄새가 깊게 스며든다. 아무리 청소하고 환기를 해도 비흡연자의 자동차는 냄새부터 다르다.
이런 시대변화에 발맞춰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이 재떨이를 치우고 있다.
금연 문화 확산 초기에는 컵홀더에 넣어놓을 수 있는, 동그란 모양의 재떨이가 달려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제조사는 재떨이 자리를 다른 장비로 채우고 있다. 올해 초 국내에 선보인 폭스바겐 8세대 파사트 부분변경 모델이 대표적이다.
파사트는 부분변경으로 거듭나면서 기어봉 앞에 달렸던 재떨이를 없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를 심어 넣었다.
큰돈 들이지 않고 단박에 상품성을 끌어올린, 기막힌 선택이었다.
다만, 일부 고급 수입차는 여전히 2열 도어에 재떨이가 달려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프리미엄 브랜드다. 재떨이가 달린 이유는 하나. 중국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중국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국내 고급 수입차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2열 뒷 도어에 재떨이를 두기도 한다. 중국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중국형 모델인 탓이다. (이투데이DB) |
구시대 유물로 취급받는 '취급 설명서'
새차 출고 때 달려 나오는, 자동차의 다양한 기능과 관리 요령 등을 설명해 놓은 책자 '취급 설명서'도 사라지고 있다.
두꺼운 책자가 대부분인 취급 설명서에는 차 관리요령부터 소모품 교환 주기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복잡한 오디오의 경우 별도의 오디오 취급 설명서가 달려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런 취급 설명서 책자가 사라지고 있다. 취급 설명서 내용을 차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입력해 놓은 경우다.
운전자는 글러브 박스에서 취급 설명서를 꺼내는 것이 아닌, 음성 명령으로 취급 설명서에서 원하는 내용을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투데이/김준형 기자( junior@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