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님들의 ‘덕업일치’...그들이 골프공에 빠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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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회장님들이 요즘 푹 빠진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골프공’입니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까지 직접 나서서 골프공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평소 골프 마니아인 회장님들이 자신의 취미를 사업화하고 있는 건데요. 그야말로 ‘덕업일치’를 이루고 있는 셈입니다.
◇골프공 제작·홍보에 직접 뛰어든 회장님들
14일 서울 강서구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에서 열린 코오롱 골프공 아토맥스 세계최장 비거리 공식기록 WRC(월드 레코드 커미티) 인증식에 이웅열(오른쪽 두번째)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
은퇴했던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지난 14일 ‘골프공’을 들고 등장했습니다. 이 명예회장이 공식 석상에 등장한 건 2018년 11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지 약 4년만입니다. 자사 골프공 관련 행사를 통해 공개 활동을 재개한 것인데요.
서울 강서구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미국 세계기록위원회(WRC·World Record Committee) 인증식에서 이 명예회장이 직접 소개한 골프공은 ‘아토맥스’입니다. 아토맥스는 코오롱이 자체 개발한 합금 신소재 ‘아토메탈’을 적용해 개발한 골프공인데요. 이날 아토맥스는 WRC로부터 ‘세계 최장 비거리 골프공’이라는 타이틀을 최초로 공식 인증받았습니다.
이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아토맥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토메탈을 골프공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도 이 명예회장이 직접 낸 것이라고 합니다. 연구진이 탄성이 높은 아토메탈로 무엇을 개발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골프 애호가인 이 명예회장이 “멀리 날아가는 골프공을 개발해보자”고 제안했다는 전언입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제이릴라 골프공’을 홍보했다. (출처=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80만 명에 이르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최근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를 통해 골프공을 선보였습니다. 노브랜드가 선보인 투피스 골프공은 가성비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요. 24개들이 한 상자가 1만8800원에 불과합니다. 다른 브랜드 골프공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지요. 투피스는 스리피스나 포피스 공에 비해 반발력이 좋아 비거리가 깁니다. 다만 볼 컨트롤과 백스핀 적용이 쉽지 않아 주로 초·중급자용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투피스 골프공은 4월 말 출시 이후 3000여 상자가 판매되며 가성비를 추구하는 젊은 골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또 다른 골프공 출시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요. 정 부회장의 얼굴을 본 따 만든 캐릭터인 '제이릴라(Jrilla)'가 새겨진 ‘제이릴라 골프공’이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11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골프공 사진을 올리며 직접 홍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회장님들이 골프공에 빠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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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들의 골프공에 대한 관심은 자신의 평소 취미와 연관돼 있는데요. 이 명예회장과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골프광들입니다. 골프에 애정과 관심이 많은 이들이 직접 골프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죠.
이 명예회장의 경우 아마추어 골퍼로서 베스트 스코어 7언더파(65타)의 기록을 갖고 있고, 비거리가 250야드를 넘나드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재계 총수들 사이에서는 최고수 골퍼라는 후문입니다. 코오롱그룹을 통해 천안의 우정힐스CC와 춘천의 라비에벨CC 등 골프장을 다수 소유하고 있죠.
정 부회장의 골프사랑도 대단합니다. 정 부회장은 개인 SNS에 자신의 라운드 영상을 수시로 올려왔습니다. 자신의 취미와 사업을 연결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정 부회장은 골프공뿐만 아니라 골프 관련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해왔는데요. 신세계푸드는 3월 골퍼들을 위한 간식인 ‘안전빵’을 출시했고, 신세계건설은 프리미엄 골프 아카데미 ‘트리니티 GX’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골프인구 515만 명ㆍ골프공 품귀..."돈 되네"
골프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대기업 회장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인구는 515만 명으로 사상 처음 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중 2030세대 골프 인구는 전년보다 35% 늘어난 115만 명에 달합니다.
골프용품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달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우리나라의 골프용품 수입액은 7806만 달러(약 1003억 원)로 집계됐습니다. 정부가 해당 통계를 작성한 이래 월 기준 최고치입니다. 특히 최근 골프공은 ‘없어서 못사는’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4월 골프용품 시장에서 골프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는데요. 이마저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일 뿐, 실제 수요는 더 크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골프 시장 규모는 2019년 6조7000억 원에서 2023년 9조2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취미의 사업화로 치부하기에는 그 전망도 좋아 보이는데요. 회장님들의 ‘덕업일치’가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투데이/강문정 기자 ( kangmj@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