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가수' 임영웅으로 본… 달라진 '트롯 위상'
강진 이후 14년 만에 지상파 음방 1위
아이유·로제 등 K팝 스타 제쳐 더 감격
10대들도 관심…전세대 즐기는 음악으로
"K팝과 함께 대중음악 한 축 담당할 것"
임영웅(사진=뉴에라프로젝트) |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트롯 가수가 음악방송에서 1등 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받게 되니 눈물 날 것 같아요.”
트롯 가수 임영웅은 지난 20일 MBC 음악순위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서 1위 트로피를 들어 올린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생애 첫 음악방송 1위이자 트롯 가수로는 14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임영웅은 또 23일 방송된 SBS MTV ‘더 쇼’에서 트로피를 추가, 2관왕을 기록 중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팬덤 문화가 확산하면서 트롯 가수도 아이돌 가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며 “젊은 세대까지 팬덤으로 유입된 덕에 트롯 가수로서 이례적인 행보를 걷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진 이후 14년 만에 트롯 ‘새 역사’
트롯 가수가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한 건 2007년 KBS2 ‘뮤직뱅크’에서 강진의 ‘땡벌’ 이후 임영웅이 처음이다. 2000년대 트롯 열풍의 주역이었던 장윤정은 ‘어머나’로 2005년 MBC ‘음악캠프’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이후 음악방송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임영웅은 특히 ‘가요계 대표 음원강자’ 아이유, ‘글로벌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를 제치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이재원 문화평론가 겸 한양대 실용음악학과 겸임교수는 “오디션을 통해 배출된 스타들의 팬덤이 기존의 아이돌 팬덤처럼 형성돼 트롯 장르에 관한 안정적인 지지자가 됐다”라며 “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트롯을 즐겼던 50대 이상의 팬들이 활동력을 갖게 돼 가능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경연 과정을 지켜보며 문자 투표로 팬 문화를 경험한 이들 세대가 신곡 스트리밍, 음반 구매 등 기존 아이돌 팬덤의 응원 양식을 배웠고, 참여 활동이 자신이 지지하는 스타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확인하면서 더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임영웅(사진=MBC ‘음악중심’ 방송화면) |
트렌디한 트롯… 2030세대도 ‘스밍’
팬덤의 지지 덕에 임영웅 등 트롯 가수들은 각종 차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23일 지니뮤직에 따르면 1월 월간 음원차트에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34위) 등 트롯 9곡이 200위권 내에 포진했다. 2월에도 임영웅의 ‘이젠 나만 믿어요’(34위)를 비롯해 6곡이 톱200에 안착했다. 특히 지난 9일 공개된 임영웅의 신곡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는 발매 직후 지니뮤직 실시간 차트 1위를 비롯해 바이브 급상승 차트 1위, 멜론 24Hits 차트 2위 등을 기록했다. 공인 음악차트인 가온차트에서도 디지털차트·다운로드차트·BGM차트 등 5관왕을 기록했다.
이는 중장년 팬덤의 힘만으로는 이뤄내기 힘든 성과다. 젊은층(2030세대)의 지지도 함께 받았기에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지니뮤직 유료 가입자 비중을 살펴보면 2030세대는 73.4%, 5060세대는 8.8%를 차지한다. 임영웅 등 트롯 가수들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자주 오르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젊은층도 트롯을 충분히 소비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평론가는 “지금의 트롯 가수들은 예전과 달리 연령대도 낮아졌고, 음악·비주얼·예능감 등 버라이어티 한 요소가 강해졌다”며 “요즘 트롯 가수들은 음악 자체도 감각적이면서 트렌디해졌고, SNS 활동을 통해 젊은 팬들을 끌어모으면서 전 세대가 소비할 수 있게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임영웅(사진=뉴에라프로젝트) |
트롯, K팝과 어깨 나란… 달라진 위상
전문가들은 향후 트롯이 아이돌 음악으로 대변되는 K팝과 함께 대중음악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평론가는 “최근 종영한 TV조선 ‘미스트롯2’, KBS2 ‘트롯 전국체전’을 보면 가수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30세대는 물론이고 10대 팬층까지 흡수할 것”이라며 “트롯의 가장 큰 매력은 ‘익숙함’인데, 잘만 만들면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평론가는 “트롯을 즐기던 세대에는 다양한 유형의 음악, 매력, 무대를 보여줄 수 있고, 젊은 세대에게는 젊은 가수들의 활동을 통해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더 이상 촌스러운 음악이 아닌, 레트로 열풍과 더불어 오히려 세련된 음악으로 받아들여질 것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