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샤오미·오포'… 중국은 어떻게 스마트폰 강국이 됐나?
13억 인구 독식 불가능한 시장서 슈퍼루키 잇딴 등장
해외 유출 인재 귀국시 최대 1.7억 지원..8000명 귀국
미중무역전쟁에도 4분기에만 VC투자 713건 달해
中 IT, 자본-인재-국가지원 3박자가 만든 생태계의 힘
화웨이, 샤오미, 오포(Oppo), 비보….
어느 샌가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일부 이용자들은 공식 수입되지 않은 중국산 휴대폰을 온라인을 통해 직접 구입해 사용하기도 한다.
중국 스마트폰 산업은 상전벽해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화웨이 등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업체 외에도 여러 회사들이 동남아, 아프리카 등 제3세계는 물론 유럽, 미국 등 선진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박람회 MWC2019에는 창립 5년을 갓 넘은 중국 신생업체들이 부스를 차리고 기술력을 뽐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폴더블폰 세계 첫 출시한 中 신생 스마트폰사 로욜
루저후(劉作虎) 원플러스 최고경영자(CEO)[AFPBB 제공] |
중국 IT의 산실인 광둥성 선전에서 출발한 원플러스는 2013년 중국내 대표적인 스마트폰 업체인 오포의 루줘후(劉作虎) 부총재와 1989년생 젊은 기업가 페이유(裵宇)가 손잡고 만든 기업이다. 창업 당시 오포의 대주주인 광둥어우자통신(廣東歐加通信)이 원플러스에 대규모 투자를 해 자본 걱정 없이 출발을 했다.
원플러스는 당시 애플과 삼성, 그리고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틈바구니에서 디자인에 주목하는 스마트폰으로 승부를 걸고 첫 제품인 ‘원플러스원’을 내놓았다. 루줘후와 페이위는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판매도 파격적인 방식을 동원했다.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부수는 동영상을 프로모션으로 걸고 이에 응한 열성적 소비자들에게만 초대장을 배포했고 이들이 다시 다른 사람을 추천하면 초대장을 배포하는 방식으로 원플러스원을 판매했다. 노이즈마케팅이란 비판도 받았지만 웨이보 등 SNS에서 20~30대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첫 제품 ‘원플러스원’은 출시 6개월 만에 100만대를 판매해 3억달러 매출을 올렸다. 게다가 오포에서 배운 고화질의 카메라와 초고속 프로세스를 장착해 성능에서도 뒤지지 않았다.
설립 6년째인 이 회사는 이제 중국을 넘어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실제로 원플러스는 지난해 말 미국 T모바일을 통해 10기가램을 장착한 ‘6T’를 출시했다. 온라인 마켓을 통해 판매한 6T는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 폴더블폰 ‘플렉시파이’를 정식 출시한 스마트폰 업체 로욜(柔宇)도 주목받는 곳이다.이 회사는 삼성이나 화웨이보다 한발 앞서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품질이 조악하다는 혹평을 받기는 했지만 설립 7년차인 신생 업체가 최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폴더블폰을 내놨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로욜은 중국 칭화대와 미국 스탠포드대를 졸업한 엔지니어들이 2012년 설립한 회사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유통이나 마케팅은 약하지만 중국내에서 손꼽히는 엔지니어들과 해외파 박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류즈훙(劉自鴻)은 칭화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IBM을 거친 최고의 엔지니어다. 그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중 10대 혁신인물이자 미국 MIT가 뽑은 전세계 35세 이하 젊은 창업가 35인 중 한 명이다.
“中 IT, 자본-인재-국가지원 3박자가 만든 생태계의 힘”
지난 1월 9일 중국 스타트업 로욜은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인 플렉시파이를 내놓았다.[AFPBB 제공] |
팬텍이 몰락한 이후 한국의 스마트폰 회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회사만 남았다. 막대한 자본과 인재,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스마트폰시장은 진입장벽이 높다. 특히 국내에서는 삼성이라는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어 LG전자조차도 적자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중국은 화웨이나 오포와 같은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가 버티고 있음에도 불구, 12억 인구가 포진한 넓은 시장과 막대한 자본과 인재, 그리고
기술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수시로 신생업체들이 등장하고 경쟁하면서 진화하는 생태계가 뿌리내렸다.
물론 시장이 급팽창하던 수년전에 비해서는 창업 열풍이 한풀 수그러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VC는 여전히 활발하다. 미중무역전쟁 포성이 한창이던 지난해 4분기에도 중국의 VC투자는 713건에 달한다. 기본적으로 한 달에 약 200~300개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한 중국 스타트업 관계자는 “중국은 시장이 크다 보니 밴처캐피탈(VC)도 활발하다”며 “한 번 성공을 하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재도 중국의 힘이다. 해외에서 공부를 마친 중국인 기술자들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중국에서 더 큰 기회를 잡으려 귀국한다.
실제로 원플러스의 페이유 CEO 역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공부한 후, 노키아에 합류했지만 2011년 중국으로 돌아와 오포에 입사했다.
정부 역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로욜의 류즈홍 CEO은 중국 정부가 2009년부터 10년간 추진해온 천인계획(千人計劃) 프로젝트로 성장해온 인물이다.
중국 중앙정부가 추진한 천인계획은 해외로 나갔던 인재가 귀국할 때 최대 100만위안(1억700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천인계획으로 중국으로 돌아온 인재가 무려 8000명에 이른다.
지방 정부도 청년 창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중국판 실리콘밸로 불리는 선전은 사업자 등록시 최저 자본제도를 철폐하고 선등록 후허가제로 바꿨다. 또 시드 스튜디오(Seeed Studio), 잉단(Ingdan), 다공팡(大公防)같은 창업지원 기관을 통해 초기 제품 제작, 공급망 연결, 마케팅 지원 등 창업단계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해주고 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IT업체 관계자는 “생태계가 갖춰지면 이후엔 산업이 알아서 성장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을 비롯한 중국 IT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힘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