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장비 태부족인데 왜 인기? 벤츠 더 뉴 C220d
시승기
차급은 작지만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소비자는 확실히 다른 기대를 품는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가 속한 ‘프리미엄 엔트리’ 차급의 숙명이다. 브랜드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차급인 만큼 모든 브랜드가 플래그쉽에 버금가는 정성을 들인다. 아울러 시장 규모도 가장 커 경쟁도 치열하다.
그 중에서도 40년이 다 된 역사를 가진 C클래스는 핵심 차량이다. 라이벌 BMW 3시리즈가 대중차와 차별화된 스포티한 드라이빙 감각을 내세웠다면 C클래스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본질인 고급감과 디자인을 내세워 고객을 사로잡는다.
부푼 기대를 안고 C클래스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부분변경을 거친 모델로 C220d 아방가르드다. 겉모습은 거의 동일하지만 6500여개의 부품을 변경했고 출력을 높인 새로운 2.0L 디젤과 9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했다. 호평 받은 디자인을 뜯어고치기보다는 부품 교체 등 보이지 않는 곳을 개선해 완성도를 높였다.
시승차 색상은 새로 추가된 ‘모하비 실버’다. 옅은 금빛이 도는 사막의 고운 모래와 엇비슷하다. ‘베이비 S클래스’라는 별명 그대로 S클래스를 줄여놓은 듯 한 외관은 우아하다.
부분변경을 거쳤지만 디자인 변화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꼽자면 헤드램프가 눈에 띈다. 사람도 그러하듯 ‘눈’이 달라지면 인상이 달라진다. 새로운 디자인의 헤드램프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려고 한다. 이전 프로젝션 타입 LED에 비하면 ‘흐리멍텅’해 보일 수도 있겠다.
측면은 후륜구동 세단에서만 나올 수 있는 유려한 자태를 뽐낸다. 한 눈에 봐도 후륜구동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3박스 스타일 세단이다. 루프라인이 완만하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곡선이 강조되다보니 차가 실제 크기에 비해 약간 작아보인다.
기본 트림인 만큼 17인치 휠이 달린다. 단정한 디자인이지만 전체적인 외관 분위기가 스포티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부드러운 승차감과 좋은 연비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18인치를 신었으면 어땠을가 하는 아쉬움이 몰려온다.
후면부 변화는 거의 없다. 리어램프 그래픽을 ‘C’형태가 돋보이게 수정했다. 하단에 듀얼 머플러처럼 보이는 것은 장식이다. 진짜 머플러는 수도꼭지처럼 아래로 뻗어있다.
실내 역시 변화가 크지 않다. 출시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세련됐다. 화사한 베이지 시트와 검은색의 우드그레인, 가죽, 하이그로시가 조화를 이룬다. 야간에는 다양한 색상의 엠비언트 라이트로 분위기를 살린다. 최근 많은 차량들이 엠비언트 라이트를 적용하고 있다. 직접조명보다는 간접조명 방식이 확실히 더 고급스럽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개선된 스티어링 휠이다. S클래스와 비슷한 형태다. 엄지가 닿는 부분에 조그마한 트랙패드가 추가됐다. 계기판 화면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계기판은 전작과 동일한 아날로그 방식이다. 고급 트림에서는 E클래스와 동일한 풀 디지털 계기판도 선택할 수 있다. 아날로그 계기판 역시 구성에서 아쉬움은 없다. 다만 중앙에 LCD정보창을 갖췄는데 표시되는 정보의 수가 너무 적다. 커다란 화면을 낭비하는 느낌이다. 시승차에는 차간거리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빠져 있다. 대신 전방센서를 이용해 앞차와의 거리를 알려주는 기능은 있다. 옥에 티 한가지! 그래픽에 등장하는 차는 S클래스다. 두 차가 너무 똑같이 생겨 담당자도 헷갈린 것일까?
가로로 넓어진 인포테인먼트는 뛰어난 해상도와 그래픽을 갖췄지만 여전히 조작이 불편하다. 오로지 다이얼과 한데 묶인 터치패드로 조작해야 한다. 세대 변경을 하면서 속속 터치스크린을 도입하는 경쟁사와는 대비된다. ‘주행 중 조작에 대한 위험’ 때문이라고 벤츠 측은 말하지만, 그렇다고 다이얼과 터치패드가 BMW의 i-Drive 만큼 편리하지도 않다.
특히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 최신 폰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지원하지만 이 역시 다이얼과 터치패드로만 조작해야 한다. 결국 일부 오너들은 애프터마켓 시공으로 터치스크린을 장착하는 형국이다. 새로 출시된 A클래스에 터치스크린을 내장한 것을 보면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나 보다.
뒷좌석 공간은 무난한 수준이다. 평균신장의 성인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패스트백 스타일이 아님에도 헤드룸은 약간 좁다. 후륜구동에 사륜구동을 염두에 둔 설계로 센터터널도 꽤 높게 솟았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는 에어벤트와 재떨이, 12v 소켓이 전부다. 의도했는지는 몰라도 모양이 참 독특하다. 소퍼드리븐이 아니기에 편의장비가 부족한 것이 이 급에서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근래 출시된 경쟁 모델이 뒷좌석 열선에 독립식 공조장치까지 갖춘 것에 비하면 C클래스는 너무 초라하다.
트렁크 용량은 일반적인 준중형차 수준인 455L로 동급과 비교해도 소폭 작다. 4:2:4 분할 폴딩을 지원해 트렁크 용량을 늘릴 수 있고 트렁크 하단에 숨어있는 접이식 플라스틱 상자는 자잘한 물건을 수납하기 유용하다
밖에서 소음을 들으면 누가 봐도 디젤차지만 차에 탄 이후에는 놀랄 만큼 정숙하다. 스티어링 뒤편에 있는 기어레버를 가볍게 내리니 안전벨트가 몸을 당긴다. 3시리즈가 ‘스포츠 세단’이라면 C클래스는 확실히 ‘럭셔리’다. 전체적인 주행성능은 경쾌한 주행보다는 안락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고출력 194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최신 2.0L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디젤엔진에서 뻗어나오는 두터운 토크감이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에서 느끼기 힘든 경쾌함을 선사한다. 특히 낮은 회전수에서도 충분한 힘을 제공하기에 시내주행이나 고속주행에서 스트레스가 없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면 엔진 반응이 살짝 사나워진다. 차이는 크지 않다. 아이들링 스탑&고(ISG)의 반응이 다소 굼떠 정차 후 재 출발할 때 약간의 울컥임을 유발하는 것은 아쉽다.
서스펜션 세팅도 부드럽다. 우리가 흔히 ‘고급스럽다’고 표현하는 승차감의 전형이다. 노면의 충격은 적절히 걸러내면서도 출렁임은 느껴지지 않는다. 램프 등 심한 곡선 구간에서도 큰 쏠림 없이 유려하게 빠져나간다.
자동긴급제동,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경고는 기본 적용 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방지보조 같은 반자율주행장치는 선택 사양이다. 볼보 S60 등 현재 판매되는 동급 경쟁차가 높은 수준의 반자율주행 장치를 기본 탑재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치명적인 약점이다.
소소한 아쉬움은 연비가 상쇄한다. 마치 연료 게이지가 멈춰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9단 자동변속기는 촘촘한 기어비로 효율성을 끌어올린다. 공인연비는 14.4km/L지만 꽉 막힌 도심주행이 많지 않다면 이를 넘기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동부간선도로 같은 정체구간을 포함해 약 250km를 주행하며 기록한 평균연비는 13.6km/L. 시승 간 테스트를 위한 가혹주행이 동반된 것을 감안해도 좋은 수치다.
시승 동안 C클래스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었던 기대 만큼 고급스러움을 충분히 보여줬다. 세대 교체까지는 아니지만 정성들인 부분변경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소비자 가격은 비싸지만 10% 정도 달하는 할인 프로모션이 더해지면 경쟁력은 더욱 높아진다.
운 좋게도 일주일 간격으로 BMW 330i, 볼보 S60, 제네시스 G70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저마다의 매력이 뛰어났지만 탑재된 편의사양을 비교하면 C클래스가 가장 열세다. 네 모델을 모두 타본 자동차를 잘 모르는 동행자에게 묻자 “난 이거(C클래스) 살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를 물어보니 말 없이 스티어링 휠 중앙에 박힌 엠블럼을 가리킨다. 세 꼭지별의 힘은 가격이나 사양은 가볍게 접을 만큼 여전히 강력했다. 하지만 차를 아는 사람이라면 선택이 쉽게 달라질 수 있겠다.
한 줄 평
장점: ‘프리미엄’에 걸맞는 고급스러운 디자인, 준수한 연비
단점: 빈약한 편의장비. 불편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제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