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이봉근 "크로스오버로 판소리 저변 확대 기여할 것"
영화 '소리꾼'으로 연기 도전 후 본업 복귀
9월 단독 콘서트서 풀밴드와 판소리 무대 협연
“영화 ‘소리꾼’ 촬영 후에 제 공연을 보시던 분들의 반응이 달라졌어요. 감정을 전달하는 표현력이 더 좋아졌다고 칭찬을 해주세요.”
이봉근(사진=레벨나인) |
‘소리꾼’ 이봉근은 영화를 통한 연기 도전의 성과를 이 같이 밝혔다. 영화 흥행성적에 대해서는 “상영관은 물론 상영횟수도 적어 꼭 보려고 했지만 못봤다는 분들이 주위에 많았다. 애석한 부분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자신의 공연을 본 관객들의 반응에서 연기 도전을 통해 자신이 얻은 게 분명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봉근은 제8기 이데일리 문화대상 심사위원들이 꼽은 ‘2020년 하반기 공연계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 중 한명이다. 지난 1일 개봉한 ‘소리꾼’에서는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신인 연기자였지만 본업은 판소리를 하는 소리꾼이다. ‘명창’으로 불린다.
그는 14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이데일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운 걸 시도하고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며 “2018년 12월 께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을 하다 공연으로는 웬만한 무대에 다 서 본 만큼 다른 영역을 개척하는 게 내 다른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를 통해 판소리, 국악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만들어 새로운 관객 유입으로 이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이제 다시 소리꾼으로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서울 돈화문국악당에서 언택트 공연을 하며 관객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확인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후 판소리 영상, 음원을 찾아서 들어봤다는 리뷰도 봤다. 오는 8월 15일 광복 75주년 기념 공연, 29일 서울 국악축제에 이어 9월15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 등 연말까지 공연 스케줄이 잡혀 있다. 영화 출연의 성과가 공연으로 이어진다면 국악의 저변을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봉근의 공연 모습(사진=레벨나인) |
이봉근은 그 동안 국악의 관객층 다양화를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다. 그 중 하나가 ‘크로스오버’다. 대중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와 결합에 거침이 없다. 한예종 재학시절 국악을 전공했지만 대중음악 보컬 레슨도 꾸준히 받았다. 입으로 악기 소리를 대신하는 구음을 하다 표현의 한계를 넘기 위해 재즈의 스캣(가사 대신 아무 뜻 없는 후렴구를 넣어 부르는 창법)도 공부했다. 2009~2014년 크로스오버 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 멤버로 활동하며 2012년 KBS 국악대상 연주상을 받았고 2012~2016년에는 국악과 재즈가 결합한 신한악으로도 활동했다.
이봉근은 “사람들에게 ‘길거리에서 들은 음악인데 너무 좋았다. 알고보니 이게 판소리였다’는 반응을 일으키고 싶어 오랜 시간 퓨전, 크로스오버 작업을 해왔다”며 “이를 통해 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면 최종적으로 오롯이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단독 콘서트는 풀밴드 공연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의 공연에는 피아노, 기타 등의 악기도 협연을 한다. 영화 ‘소리꾼’에서 들려준 ‘심청가’와 지난해 낸 음반의 ‘적벽가’로 공연을 꾸밀 예정이다.
해보고 싶은 크로스오버는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컬래버레이션이다. “전통과 전통의 만남이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봉근은 “클래식 작곡을 하는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를 많이 한다”며 “계속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판소리로 올리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소리꾼으로서 개인적인 목표도 있다. ‘득음’을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현대에 와서 ‘득음’이라고 하면 좀 막연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득음 요소는 세가지입니다. 첫째는 음악적 성취, 둘째는 인문학적, 철학적인 부분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오롯이 음악에 담아낼 수 있는 실력, 셋째는 사람으로서, 소리꾼으로서 선구자적인 기질을 갖추는 것이에요. 사람으로서 성장을 이뤄내는 게 득음의 가장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데일리 김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