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뇌물` 김학의 1심 무죄…`매머드급 수사단` 檢 체면 구겨(종합)
성 접대는 공소시효 만료
다른 뇌물 직무 관련성 없거나 대가성 부족해
`별장 동영상` 속 주인공, 김학의 판단 여부 없어
매머드급 수사단 檢, 윤중천 이어 성범죄 모두 `빈손`
수억원대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수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었냐 등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는 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윤중천 뇌물 관련 “직무 연관성 없어”…별장 성 접대는 공소시효 만료
법원은 김 전 차관에 대한 혐의 전부를 무죄로 봤다. 특히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제공한 뇌물과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직무 대가성이 있다거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은 윤씨에게 형사 사건이 생기면 직무상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지난 2008년 10월 윤씨에게 접대를 받아 성관계를 해 온 피해여성의 채무 1억원을 면제해 준 혐의를 받는다.
2006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윤씨로부터 13회 걸쳐 성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액수가 1억원 미만인 탓에 공소시효 만료로 기각 됐다. 재판부는 논란이 됐던 `별장 성 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었는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다른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8년간 신용카드를 받고, 명절 떡값으로 상품권 등을 수수하는 방식으로 총 4000만원 가량을 받은 혐의 등도 직무관련성이 없거나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윤중천도 성 접대 부분 무죄…檢, 성과 없는 `빈손` 마무리되나
검찰은 50여명의 `매머드급` 수사단을 꾸려 김 전 차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재수사에 나섰지만 `빈 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별장 성 접대 의혹은 윤씨 소유의 원주 별장에서 찍힌 동영상에서 김 전 차관과 닮은 남성이 등장한다고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2013년과 2015년 수사 때 김 전 차관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해 3월 검찰에 김 전 차관의 뇌물 관련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다시금 수사가 개시됐다. 다만 김 전 차관의 성범죄 관련해서는 추가 증거를 찾지 못하면서 권고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사위에 권고에 따라 출범한 ‘김학의 특별수사단’은 의혹제기 6년 만에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 의혹이었던 윤씨의 성범죄 부분부터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까지 줄줄이 무죄가 나오면서 검찰은 별다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상태다.
이미 김 전 차관에게 성 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윤씨는 1심에서 성범죄 관련해 공소시효 만료와 피해 여성의 고소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신 본류가 아니었던 사기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징역 5년 6월 및 추징금 14억 8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윤씨의 1심 재판부는 “2013년 검찰이 적절한 공소권을 행사했다면 적절한 죄목으로 (윤중천씨가) 법정에 섰을 것”이라며 “윤씨도 그 당시 마무리 됐어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검찰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 전 차관 측 역시 이날 선고 직후 ‘별장 성 접대 부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는 질문에 “(애초에) 사법적 판단을 받을 대상이 아니었다”며 “성 접대는 시기 자체도 공소시효 이전이었다. 수사단의 의중은 알 수 없지만 기소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공소시효를 늘리기 위해) 구성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단 관계자는 “거액을 장기간에 걸쳐 수수했는데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이나 일부 증거에 대한 판단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심에서 법원을 잘 설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