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 자주 사용하는데”…‘청력 장애’ 주범?

애플 에어팟, 갤럭시 버즈 등 이어폰 자주 낀다면

‘노이즈 캔슬링’ 기능 조심해야…청각정보처리장애 유발

뇌가 소리와 말을 처리하는데 어려움 겪기도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청력 장애는 물론 뇌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는 17일(현지시간) 25세 여성 소피의 사연을 조명했다. 영국의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자란 소피는 몇 년 전 런던으로 건너와 대학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청력에 문제가 생겼다.

특정 소리를 듣고도 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도 어려웠다. 모든 단어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강의를 알아들으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고, 일상생활에서도 소리 대부분이 소음으로 느껴졌다.

이에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소피는 청력에 문제가 없지만 뇌가 소리와 말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청각정보처리장애(APD)를 진단받았다.

청각정보처리장애는 귀에서 소리를 정상적으로 감지함에도 뇌가 이 소리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하는 상태로, 이는 청력 손실과 달리 뇌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겪는 증상이다.

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된 건 다름 아닌 평소에 착용하던 이어폰이었다.

전문가들은 소피의 사례와 같이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청각정보처리장애 증상이 늘고 있으며, 이는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기능인 노이즈 캔슬링이 탑재된 무선 이어폰의 영향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초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음악을 듣는 동안 주변 소리를 차단해 고주파나 큰 소리가 귀를 손상시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부각돼 왔다. 그러나 이동하면서 이어폰을 낄 때 자동차나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게 돼 위험을 감지하기 어렵고, 심지어 뇌가 소음을 걸러내는 일을 잊어버리게 돼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영국 청각학회 부회장인 클레어 벤튼은 BBC와 인터뷰에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듣고 싶은 것만 듣게 해 뇌가 소음을 걸러내려는 노력이 필요 없는 ‘거짓된’ 환경을 만든다”고 밝혔다.

이어 “뇌가 가진 복잡하고 높은 수준의 ‘듣기 능력’은 10대 후반이 돼야 비로소 발달이 완료되는데 10대 후반까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해 거짓된 환경에 있다면, 말과 소음을 처리하는 능력의 발달이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페리얼 칼리지 헬스케어 NHS 트러스트’의 청각학 임상책임자인 르네 알메이다도 BBC에 “청각과 청취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청취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같이 뇌의 청취 기능에 생기는 문제를 개선하려면 이어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이어폰 사용시 소음을 들을 수 있는 ‘주변음 허용’ 모드를 사용하는 게 좋다. 또 전문가들은 귀를 완전히 막지 않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할 것을 권유했다.

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