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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 환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라며”

투병일기 책으로 낸 한유경 작가

설암 4기 판정받고 혀 절제… 근육 이식했지만 미각 잃어

항암치료로 예민한 환자 위해 무독성 잉크-친환경 종이 사용



동아일보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혀를 잘라야겠는데요.”


의사에게서 설암(舌癌) 4기라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은 지 1년 5개월이 지났다. 한유경 씨(28·사진)는 혀의 절반 이상을 절제한 뒤 거기에 허벅지 근육을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어 글로 하루하루를 기록했다. 그 투병일기를 엮어 에세이집 ‘암병동 졸업생’을 자신이 차린 독립출판사에서 최근 펴냈다. 1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한 씨는 “아프다고 집에만 숨어 지내는 이들에게 ‘내 삶을 공개하는 건 두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 첫 출근을 앞둔 평범한 20대이던 한 씨의 삶은 지난해 5월 송두리째 바뀌었다. 암은 혀와 목, 허벅지에 수술 흔적을 남겼다. 한 씨의 옷장은 목과 다리를 가릴 수 있는 옷들로 채워졌다. 아직 항암 치료가 남아있다.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허벅지 근육을 이식한 혀는 말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지만 미각은 느끼지 못한다. 한 씨는 “먹는 즐거움을 잃은 게 가장 아쉽다”며 “수술 자국 때문에 앞으로 웨딩드레스는 입을 수 있을지, 수영장은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했다.


암 때문에 잃은 것이 많지만 얻은 것도 적지 않다. 한 씨는 3개월에 한 번씩 유서를 새로 쓴다. 그는 “가족과 친구에게 전하지 못한 미안함, 고마움, 칭찬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며 “작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물건을 누구 앞으로 남길 건지 고민하다 보면 고마운 사람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투병일기를 책으로 내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크게 반대했다. 하지만 한 씨에게 책 출간은 ‘아프면 숨어 지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었다.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항암 및 우울증 치료 이야기를 올렸더니 다른 암 환자들이 ‘공감한다’ ‘멋지다’며 응원해줬다. 앞으로 암 병동을 ‘졸업하실’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쉽게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독성을 없앤 잉크와 친환경 종이를 써서 책을 제작한 것도 항암 치료를 받으면 화학물질에 예민해지는 이들을 배려해서였다.


“암을 이겨낸 사람이든, 이겨내고 있는 사람이든 모두 멋진 사람이란 걸 스스로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세상 사람들은 암 환자를 ‘보호받아야 하는 약한 존재’로 보지만 사실 다 이겨내고 더 강한 사람이 되어 나오는 거니까요.”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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