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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 이끈 ‘여성운동 거목’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

梨大에 국내 첫 여성학과 설치 주도… 부모 姓 같이쓰기 운동도 펼쳐

文대통령 “어두웠던 시절 큰 별”

동아일보

2005년 3월 31일 제4회 유관순상 시상식에서 유관순상을 수상한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꽃을 든 채 밝게 웃고 있다. 한국 여성운동의 거목이자 선구자로 국내 1세대 여성운동의 기틀을 닦은 이 명예교수는 4일 별세했다. 동아일보DB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 가운데 단 한 명도 이이효재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


사회학자이자 여성학자로서 여성운동에 평생을 바친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삶을 기록한 박정희 작가의 책 ‘이이효재’의 표지에 적힌 문구다. 이 문구는 그가 국내 여성운동에 미친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여성운동의 거목이자 선구자’로 국내 1세대 여성운동의 기틀을 닦은 이이효재 교수가 4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1924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이화여대와 미국 앨라배마대를 거쳐 1957년 컬럼비아대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듬해 이화여대 사회학과가 창설하면서 교수로 재직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에는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시국선언으로 민주화운동에 앞장서 교수직에서 해직됐지만 이후 복직해 1990년 퇴임했다.


고인은 1977년 ‘여성 능력 개발을 위한 여성학 과정 설치의 제안’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화여대에 국내 최초로 여성학과가 설치되는 것을 주도했고, 한국 상황에 맞는 여성학 연구에 힘썼다.


1997년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부모 성(姓) 같이 쓰기 운동’을 제안했고, 호주제 폐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성할당제 도입 등에 앞장서며 한국 사회에서 굵직한 변화들을 이끌었다.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 초대 회장과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등을 지내고, 한국여성사회교육원을 창설하기도 했다.


고인은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구성에 참여하고 1991년 공동대표를 맡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는 데도 힘썼다. 남북 분단이 여성과 가족, 사회 구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며 분단사회학을 개척했고 이후 여성이 주도하는 통일 논의의 토대도 만들었다. 여성운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7년 제14회 여성동아 대상, 2005년 제4회 유관순상 등을 수상했다. 은퇴 뒤인 1997년부터 고향에서 지역 여성들과 함께 ‘기적의 도서관’을 운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3년 전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이이효재 선생님은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이며 민주화운동과 사회운동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 어두웠기에 더욱 별이 빛나던 시절, 큰 별 중 한 분이셨다”고 적었다. 이어 “2017년 청와대 녹지원에 한번 모신 것이 마지막이 됐다. 선생님의 삶에 큰 존경을 바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 가운데 이이효재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선생님 같은 선구자가 계셨기에 우리 역사가 이만큼이나마 진전했다”고 밝혔다.


장례는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권인숙 민주당 의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등 80명이 공동장례위원장으로 참여하는 여성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은 딸 이희경 씨, 동생 은화(전 이화여대 교수) 효숙 성숙 씨 등이 있다. 빈소는 경남 창원경상대병원, 발인은 6일 오전 8시 반,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 055-214-1910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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