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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by 동아일보

햄버거엔 콜라 대신 생수…‘탱크’ 최경주 “50대는 비거리 늘리기 좋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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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리 향상을 위해 코어 및 하체 운동에 열심인 최경주의 운동 모습. 그는 술과 탄산음료도 끊고 건강한 식생활을 한다. 최경주 제공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선수들도 은퇴가 가까워지면 서서히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평소보다 운동량을 줄이는 게 대표적이다. 입에 대지 않던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라면 같은 밀가루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런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맏형’ 최경주(53)는 오히려 정반대다. 시즌이 끝난 후 지인들과 음주를 즐기곤 하던 최경주는 2년 전부터는 술을 아예 끊어 버렸다. 와인 잔을 들고 건배를 해야 하는 행사장에 가더라도 잔에 든 와인을 입에 대지 않고 탁자에 내려 놓는다.


얼마 전부터는 탄산음료까지 완전히 끊었다. 주로 미국에서 생활하는 그는 한식를 주로 먹지만 햄버거나 피자 등으로 식사를 대신할 때도 있다. 그런데 햄버거와 먹을 때 주로 함께 마시던 콜라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최경주는 “햄버거는 주로 생수와 함께 먹는다. 당분을 뺀 아이스티를 마시기도 한다. 처음에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되고 너무 힘들었다. 이제는 겨우 익숙해지고 있다. 그래도 그렇게 먹으면 아무래도 제맛이 안 나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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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호스트’ 최경주가 한층 좋아진 팔뚝을 보여주고 있다. 여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최경주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한국 남자골프의 ‘전설’이다. 2000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PGA투어 무대에 진출했고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011년 제5의 메이저대회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통산 8승을 거뒀다. PGA투어 8승은 일본의 마츠야마 히데키와 함께 아시아 선수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2004년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는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경주는 2020년부터는 시니어 투어인 PGA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데뷔 첫 해 퓨어 인비테이셔널에서 한국인 최초로 챔피언스 투어 우승을 차지했고, 2022~2023시즌에도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21번 모두 컷을 통과했다.


골프를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고 할 수 있는 그는 무엇을 위해 지금도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고 있는 것일까. 최경주는 “이왕 선수 생활을 하는 거라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술과 탄산음료를 끊고 건전한 생활을 하기로 한 것은 나 자신과의 다짐이다. 그런데 몸이 회복되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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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프레지던츠 컵에 부단장으로 참여한 최경주가 후배 선수들과 포즈를 취했당. 왼쪽부터 최경주 임성재 김주형 김시우 이경훈. 이경훈 인스타그램

최경주는 올해 초부터 미국 집 근처의 전문 트레이닝 센터에서 체계적인 몸 관리를 하고 있다. 이 트레이닝 센터는 골프 선수 뿐 아니라 야구 선수, 하키 선수, 미식축구 선수 등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최경주는 상체에 비해 코어와 하체 부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신체 측정 결과를 받았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운동은 코어 및 하체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거운 기구를 들기보다는 현재 자기의 힘으로 들 수 있는 무게에서 조금씩 올려가는 식으로 운동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스트레칭을 통한 유연성 훈련도 많이 한다.


2018년 갑상샘암 수술을 받고 체중이 13kg이나 빠지기도 했던 최경주는 요즘엔 한창 좋을 때의 몸 상태를 거의 회복했다. 그는 “한 때 살도 많이 빠지고 근육량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체계적으로 운동하다 보니 내 몸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당장 나가서 공을 쳐도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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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왼쪽)가 2010년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와 동반 라운딩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PGA투어와 PGA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하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는 2022~2023시즌에 PGA투어 3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세 번 모두 컷 탈락했다.

우선 비거리가 문제였다. 이번 시즌 그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71.6야드였다. 현재 PGA투어 선수들은 300야드 이상을 기본으로 날린다. 멀리 치는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이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비거리 고민이 시작된 것은 꽤 됐다. 40대 중반이던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에 출전한 최경주는 “요즘 내 스윙 스피드가 김세영이랑 비슷해졌다”고 허탈하게 말한 적이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김세형이 여자 선수로는 엄청난 장타를 때릴 때다.


당시 최경주의 스윙 스피드는 106마일 정도였다. 김세영을 비롯한 여자 선수들보다는 물론 빨랐지만 점점 느려지고 있는 자신의 스윙 스피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몸이 좋아지면서 그는 현재 107~108마일의 스윙 스피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50대 중반에 그가 닿고자 하는 스윙 스피드는 113마일이다. 113마일은 현재 PGA투어 프로 선수들의 평균 스윙 스피드다.


개인 역대 최고 스윙 스피드가 112마일이었다는 최경주는 “약했던 부위를 보강해 가면서 점점 스윙 스피드를 올려가고 있다. 쉽진 않겠지만 예전을 내 스윙 스피드를 넘어보는 게 남은 골프 인생의 목표다. 113마일이면 대충 290야드 안팎을 날릴 수 있다. 그러면 PGA투어에서도 경쟁력이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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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여주 페럼CC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10번홀에서 최경주가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2023.10.06.[서울=뉴시스]

그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요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는 운동 중 하나는 완력기다. 100파운드 세기의 완력기를 양손으로 하루 30회 이상씩 한다. 이 역시 현재 다니고 있는 트레이닝 센터에서 보고 배운 것이다.


그는 “여기서 같이 운동하는 선수들 중에 야구 선수들이 있다. 전완근이 발달한 야구 선수들은 툭 친 것 같은데도 공이 까마득하게 날아가더라”며 “내가 온 몸을 써서 풀 스윙을 해도 갈까 말까 한 거리를 툭 쳐서 보내는 걸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그립의 힘이 좋으면 때릴 때의 파워 전달이 잘 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거리가 고민인 주말 골퍼들에게도 완력기를 사용해 볼 것을 권했다. 그는 “내가 가진 힘보다 조금 센 완력기를 사용해 한 달만 꾸준히 해보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골퍼들이 온몸을 써서 공을 보내려고 하지만 한층 강화된 팔뚝 힘으로 쳐도 공은 훨씬 멀리 날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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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우가 8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골프클럽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최경주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2023.10.8/뉴스1

최경주는 자신의 골프 뿐 아니라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고 있다. 2007년 최경주재단을 설립해 골프 꿈나무들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재경, 김민규, 정찬민 등이 재단 골프 꿈나무 출신이다. 2011년 부터는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건 대회(현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대회는 이달 초 경기 여주 페럼클럽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 대회에서는 선수가 내야 하는 출전비를 모두 주최 측이 부담했고 미국 대회에서처럼 선수뿐 아니라 선수 가족들에게도 식사를 지원했다. 또 고향인 전남 완도에서 공수한 전복을 대회에 출전한 후배 선수와 캐디에게 특식으로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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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미국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도 태극기가 새겨진 신발은 신고 뛴다. 여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전진하고 있는 ‘탱크’ 최경주는 “이제 진정한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선수 생활도, 개인 생활도 잘 마무리를 해야 할 때”라며 “이왕 선수 생활을 하는 거라면 ‘최경주가 여전히 짱짱하구나’라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멋지게 살다가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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