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닥터헬기서 울려퍼진 첫 아기 소리
완도군 노화도 38세 산모 이송중 출산
배와 차 이용하면 꼬박 2시간 거리
아기 받은 목포한국병원 의료진, “의료기구 갖춘 닥터헬기여서 가능”
![]() 12일 전남 완도군 노화도에서 목포한국병원으로 이동 중인 닥터헬기에서 태어난 딸을 아빠(왼쪽 위)가 쓰다듬고 있다. 앞은 아이를 받은 김형주 목포한국병원 응급의학과장. 목포한국병원 제공 |
“벌써 아기 머리가 보여요!”
12일 오후 5시경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 상공을 지나던 응급의료구조헬기(닥터헬기) 안에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헬기 안에선 목포한국병원 응급의학과 김형주 과장이 응급구조사와 함께 출산을 앞둔 A 씨(38)를 살피고 있었다.
닥터헬기가 A 씨를 태우고 출발한 곳은 전남 완도군 노화도. 이날 오후 4시 10분경 “만삭의 산모가 진통을 호소한다”는 연락이 목포한국병원에 전해졌다. 김 과장과 응급구조사 1명, 기장 2명은 곧장 닥터헬기를 타고 노화도로 출발했다. 병원에서 섬까지 차량과 배를 이용하면 꼬박 2시간이 걸리지만 헬기를 타면 20분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헬기가 노화도에서 이륙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A 씨의 출산이 임박한 것이다. 병원까지는 아직 10분가량 더 날아가야 했다. 김 과장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수술)도구가 다 있으니 한번 해 보자”고 말한 뒤 곧바로 출산 유도를 시작했다.
김 과장과 응급구조사는 침착하게 아기를 감쌀 포대기와 탯줄가위, 소독솜 등을 준비했다. 프로펠러 소음 때문에 소리를 질러야 의사소통이 됐다. 김 과장은 산모에게 “힘주세요!” “빼세요!”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다행히 순산이었다. 응급구조사는 아기를 받자마자 깨끗한 포대기로 감쌌다. 국내에 도입된 닥터헬기 운항 중 출산이 이뤄진 건 처음이다.
잠시 후 A 씨는 헬기 안에서 예쁜 딸을 품에 안았다. 오후 5시 10분경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한 산모와 아기는 곧장 근처 산부인과로 이송됐다. 김 과장은 “의료진과 의료기구가 있는 닥터헬기가 아니었다면 감히 출산을 시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산모와 아기가 모두 건강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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