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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죽어요? 해골 되나요?”…‘다크 그림책’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엄마도 죽어요? 해골 되나요?”…‘

‘내가 개였을 때’ 표지

죽음 장애인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소수자 문제…. 최근 그림책 시장이 성숙하면서 사회문제를 다룬 ‘다크 그림책’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죽음을 다룬 ‘3일 더 사는 선물’(씨드북), 장애인 인권을 들여다본 ‘내가 개였을 때’(씨드북), 성소수자를 그린 ‘첫사랑’(움직씨)과 ‘사랑에 빠진 토끼’(비룡소), 가정폭력 문제를 짚은 ‘아빠의 술친구’(씨드북) 등이 대표적이다.


자녀들에게 이러한 책을 읽게 하는 대다수 부모들은 어려서부터 약자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걸 반기면서도 수위조절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낯선 세계를 접한 뒤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아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해훈 이안아동발달연구소 소장, 남영하 씨드북 대표, 정해심 카모메 그림책방 대표 등 전문가들에게 ‘다크 그림책’의 올바른 독서 지도법을 물었다.


―죽음에 대한 책을 접한 뒤 자꾸 “엄마도 죽어요?” “죽으면 해골이 되나요?”라며 불안해한다.


최해훈 소장: 아이마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제각각이다. 쉽게 불안을 느끼는 유아의 최대 관심사는 ‘엄마가 언제까지 내 옆에 있을 것인가’다.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기보다는 ‘언젠가 헤어질 테지만 건강에 신경을 써서 오래오래 곁에 있어줄게’라는 설명 정도가 적당하다.


남영하 대표: 비유적인 표현보다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죽음은 생에서의 완전한 이별을 뜻한다. 목숨이 다하면 흙으로 돌아간다’고 알려줘도 아이들은 잘 받아들인다. 초중등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연계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엄마도 죽어요? 해골 되나요?”…‘

‘아빠의 술친구’ 일부 페이지

―가정·학교폭력을 다룬 책은 당사자와 제3자의 경우 접근법을 달리해야 할 것 같은데.


정해심 대표: 폭력의 피해자라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문학적으로 내용을 함축한 책이라도 성급하게 책을 보여줘선 안된다. 아이가 트라우마를 내적으로 극복한 뒤에 보여주는 게 좋다.


남영하 대표: 제3자인 아이들도 부모가 자녀를 학대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정환경이 있는데, 너와 달리 어려움을 겪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들도 같이 행복하고 즐거운 게 좋지 않겠느냐. 혼나는 친구가 있으면 알려 달라’는 식으로 얘기해준다.

“엄마도 죽어요? 해골 되나요?”…‘

‘사랑에 빠진 토끼’ 표지

―성소수자를 다룬 책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최해훈 소장: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성소수자 문제를 인터넷 등을 통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왜곡된 형태로 접하는 것보다 정제된 그림책으로 학습하는 게 낫다고 본다.


정해심 대표: 그림책의 1차 소비자는 부모인데, 관련 책에 구매수요는 아직 적은 편이다. 어릴 때 동성친구에게 호감을 느낀 경험이 한두 번씩 있잖나. 아이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거라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엄마도 죽어요? 해골 되나요?”…‘

‘달려라 왼발 자전거’ 표지

―장애인 관련 책을 읽으며 ‘우리도 사고를 겪으면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했더니 아이가 며칠간 불안해하더라.


최해훈 소장: 장애 이웃의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성향에 따라 직접 설명은 위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7살 여아가 파랑은 남자색이라며 질색한다.


남영하 대표: 또래문화다. 커가면서 스스로 생각을 깨칠 거다.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넘어가길 권한다. 정색하고 강요하면 아이가 반감을 느낄 수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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