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쏘고 탈영한 부사관, 쇼핑몰서 총기 난사 페북 생중계
태국 ‘꼬랏’서 27명 사망 참변
상관과 부동산 거래 관련 갈등, 3명 살해… 총기 탈취해 쇼핑몰로
인질극 벌이다 17시간만에 사살돼… 한국인 8명 현장서 무사히 탈출
태국 쇼핑몰서 총기난사 최소 84명 사상 9일(현지 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태국 동북부 상업 중심지인 나콘랏차시마의 ‘터미널21 꼬랏’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경찰의 안내를 받아 쇼핑몰 밖으로 대피하고 있다. 8일 짜끄라판트 톰마 선임 부사관이 쇼핑몰에서 총기를 난사하여 범인을 포함해 27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태국 언론이 전했다. 톰마 선임 부사관은 군경과 17시간 대치한 끝에 9일 오전 9시경 사살됐다. 현장에 있던 한국인 8명은 무사히 대피했다. 나콘랏차시마=AP 뉴시스 |
태국 북동부의 상업 중심지인 나콘랏차시마시에서 불교 명절인 만불절(마가푸자)을 하루 앞둔 8일 군인이 총기를 난사해 범인을 포함해 27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다쳤다. 한국인 8명도 현장에 있었지만 무사히 대피했다고 주태국 한국대사관이 전했다.
이날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범인 짜끄라판트 톰마 육군 선임 부사관(32)은 8일 오후 3시 반경 자신의 상관인 아난타롯 끄라새(48) 등 3명을 사살하고 라이플 소총과 탄약을 탈취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톰마 부사관이 피해자들과 부동산 거래 관련 갈등을 빚어 왔다고 밝혔다.
톰마 부사관은 오후 6시경 군부대에서 탈취한 차량을 몰고 터미널21 꼬랏 쇼핑몰로 들어가 총기를 난사했다.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3대 명절 중 하나로 간주하는 만불절 전날을 맞아 쇼핑몰은 인파로 북적였다. 이어 톰마 부사관은 쇼핑몰 4층으로 올라가 인질 16명을 붙잡고 경찰과 대치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경찰은 쇼핑몰 반경 2km 내에 소개령을 내렸다.
8일 오후 6시 30분경 태국 동북부 나콘랏차시마주의 주도 나콘랏차시마의 ‘터미널21 꼬랏’ 쇼핑몰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범인인 짜끄라판트 톰마 선임 부사관을 비롯해 27명이 사망했다. 톰마 부사관은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계하기도 했다(위 사진). 사건이 발생한 쇼핑몰 유리창에 총격의 흔적이 남아있다. 나콘랏차시마=AP 뉴시스·짜끄라판트 톰마 페이스북 캡처 |
태국 경찰은 범인을 설득하기 위해 이날 오후 8시경 그의 어머니를 쇼핑몰로 데려왔지만 그는 투항하지 않았다. 태국 언론은 톰마 부사관의 어머니가 경찰차에서 “(아들이) 왜 그랬을까”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사망자가 늘어나고 발포가 계속되자 9일 0시경 태국 군경은 본격적인 진압 작전을 시작했다. 톰마 부사관은 사건 발생 약 17시간 만인 9일 오전 9시경 경찰에 사살됐다. 이 과정에서 인질 8명이 사망했으며 나머지 인질 8명은 풀려났다.
톰마 부사관은 쇼핑몰에서 범행 과정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계하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총을 들고 있는 영상을 올리며 “피곤하다. 손가락을 더 이상 못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모두 죽음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등 게시글 10건을 올렸다고 태국 일간 타이라트가 전했다. 톰마 부사관의 계정에 대해 접근을 차단한 페이스북 측은 성명에서 “이런 종류의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을 위한 페이스북은 없다”고 밝혔다.
쁘라윳 총리는 9일 오전 마하랏 나콘랏차시마 병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상자 중 32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8명은 수술을 받았다”며 “전례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사망자 중에는 태국 보안군 1명이 포함됐다고 BBC가 전했다.
나콘랏차시마는 태국 동북부를 일컫는 이산 지방의 4대 도시 중 하나로 ‘꼬랏’이라는 줄임말로도 불린다. 방콕에서 260km 떨어져 차량으로 3시간 반 정도 걸린다. 라오스-캄보디아-태국 간 교역 중심지 역할을 하는 도시다. 이 때문에 방콕에 본점을 둔 태국 3대 백화점 체인이 나콘랏차시마에 100만 m²가 넘는 대규모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터미널21 꼬랏 역시 태국 3대 백화점 체인 중 하나인 시암 리테일 디벨로프먼트의 소유다.
대피한 한국인 8명 중 2명은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선교사의 자녀들이고 6명은 태국을 방문한 이들의 지인이라고 주태국 한국대사관은 밝혔다. 한국인들은 인질로 잡히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은 이들은 8일 오후 10시 30분경 현지 경찰들의 지휘에 따라 지하층으로 대피했다가 현지인과 함께 쇼핑몰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