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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된 딸 굶겨 숨지게 한 부부… 술 취해 자느라 장례식도 안갔다

딸 6일간 홀로 방치한 부부의 '참혹한 1심 판결문'

집 돌아와 숨진 딸 발견한 아빠, 박스에 넣고 나간 뒤 야동 접속

엄마도 고데기만 챙긴 뒤 시신 든 박스 건너뛰어 나가


황색과 연두색 수의(囚衣)를 입은 20대 남녀가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 312호 법정에 나란히 서서 고개를 숙였다. 작년 5월 7개월 된 딸을 6일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부부의 항소심(2심) 첫 재판이 열린 날이었다. 변호인은 이날 재판부에 "고의로 피해자(딸)를 살해한 것은 아닌 점을 양형에 반영해 달라"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법조계 인사들은 "1심 판결문을 읽어보면 선처라는 말을 꺼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1심 판결문은 A4 용지 16장이다. 증거와 진술로 뒷받침되는 '정제된 사실'을 판결문 속 범죄 사실에 담는다. 건조한 문장이다. 그런데도 참혹해서 읽기가 힘들 정도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부부는 작년 3월부터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살았다. 둘은 그때부터 자주 싸웠다. 딸을 혼자 두고 외박하는 날이 잦았다. 그해 5월 둘의 관계는 파탄 났다. 집 안방엔 쓰레기와 두 마리 반려견의 배설물이 널브러져 악취가 진동했다. 부부는 작년 5월 25일 딸에게 분유를 먹인 뒤 아기를 이 방에 혼자 두고 집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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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엄마(당시 18살)는 잠시 집에 들렀다. 딸의 얼굴과 머리, 팔, 다리에서 피 맺힌 상처를 봤다. 반려견이 할퀸 것이었다. 뒤집기와 배밀이를 겨우 하는 7개월 아기는 같은 방에 있던 시베리안 허스키보다 체구가 훨씬 작았다. 엄마는 아빠(당시 21살)에게 전화해 "딸을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 아빠는 "내 알 바 아니다"라고 했다. 엄마는 "이제 나도 모른다"며 아기를 남겨둔 채 그대로 집을 나갔다.


아빠는 다음 날인 27일 밤 잠깐 집에 들렀다. 아기를 돌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 냉장고를 중고 제품 거래 사이트를 통해 팔아서 술값,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온 것이었다. 그러려면 냉장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는 사진만 찍고 다시 집을 나갔다.


부부는 각자 모텔에서 생활했다. 말 못하는 딸을 혼자 두고 둘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 엄마는 이 기간 '어제도 술, 오늘도 술'이라는 글과 함께 술자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부부는 딸에게 마지막 분유를 먹인 지 6일 만인 5월 31일 오후 4시쯤 집에 돌아왔다. 딸은 이미 시신(屍身)으로 굳어 있었다. 사인은 '고도 탈수 및 기아(飢餓)'였다. 6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굶어 죽은 것이다. 아빠는 딸의 시신을 종이박스에 집어넣어 두고는 다시 집을 나갔다. 그 직후 그는 휴대전화로 음란 동영상 사이트에 접속한 흔적이 나왔다. 엄마도 고데기를 챙긴 뒤 아기의 시신이 든 현관 앞 종이박스를 건너뛰어 집을 나갔다. 엄마는 이날 밤 11시쯤 '3일 연속 X 같은 일들만 일어나는구만'이라는 글을 자기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틀 뒤인 6월 2일 외할머니가 이 집을 찾았다. 현관 앞 종이박스에서 부패한 아기 시신을 발견했다.


부부는 검찰에서 "사망 신고와 장례를 곧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아기 장례식을 치른 사람은 조부모였다. 부부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 과음해 늦잠을 잤다고 판결문에 나온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부부)이 어떤 심리로 이런 행동을 한 것인지, 죄책감 또는 반성이 있는지조차 도저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범행을 한 부부가 '인간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본 것이다. 성인인 아빠에겐 징역 20년을, 미성년자인 소년범 엄마에겐 장기 15년~단기 7년 형을 선고했다. 부부는 즉시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그런데 검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항소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검사가 항소하지 않으면 2심은 1심 선고 형량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올해 엄마는 성인이 됐다. 이 경우 그가 소년범 때 선고받은 '단기 7년'이 항소심이 그에게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이 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장·단기 중 피고인에게 유리한 형량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같은 범행을 한 아빠 역시 엄마 형량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해 대폭 감형이 될 수밖에 없다.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검찰은 "항소 안 한 건 실수였다"고 했다. 2심 선고는 오는 26일에 나온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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