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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조선일보

"1000원 커피, 남는 것도 없어요" 출혈 경쟁에 우는 카페들

[빅데이터로 본 상권] ③ 한 건물에만 8개 있는 곳도…커피숍은 '레드오션'

지난 2년간 서울에서 상권이 가장 빠르게 성장했거나 쇠퇴한 지역은 어디일까. 땅집고는 삼성카드와 함께 2015년과 2017년 2년간 업종별 가맹점 수와 건당 거래 금액 등을 바탕으로 최신 상권 트렌드를 집중 분석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역 7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지상 20층 높이 지식산업센터 건물 1층에 영업 중인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보였다. 대로를 따라 늘어선 건물 10여개 중 한 곳도 빠짐 없이 1층에 카페가 들어서 있었다. 남쪽으로 500m 를 걷는 동안 눈에 띈 ‘스타벅스’ 커피숍만 3곳이었다. 그 중 한 곳에는 대형 스타벅스 매장 양 옆으로 5평 남짓한 소형 카페 두 곳이 경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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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건물 1층 상가에 스타벅스와 중소 커피 업체 2곳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한상혁 기자

가산동 일대는 올 7월 기준 14만여 명이 근무하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입주한 서울 서남권 대표 업무지구다. 직장인이 밀집한만큼 커피숍 영업이 활발하다. 특히 2015년과 2017년 사이 식당 점포 수는 5% 감소했지만 커피숍은 57%나 증가할 만큼 매장 수 증가 폭이 서울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점포 수가 늘어난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하다. 이재형 삼성카드 차장은 “가산동 일대 커피숍이 늘고 매출도 늘었지만 업체간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 가산동일 뿐, 서울 전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건물에 커피숍만 8개 ‘출혈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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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상가 1층에서 커피 한잔에 각각 1800원, 1500원에 판매하는 업체가 나란히 들어서 있다./한상혁 기자

이날 가산동의 ‘SK V1’ 지식산업센터 건물 1층에 영업 중인 커피숍만 8개였다.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이디야 등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 3곳, 중소 브랜드나 개인 커피숍이 5개였다. A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개 같은 건물에 동일 업종이 많이 생기지 않게 상가단이 관리를 하는데 워낙 임차인 구하기가 어려워서 커피숍만 줄줄이 들어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피숍이 밀집한 결과로 이 곳에서는 출혈 경쟁이 나타난다. 이 건물에서 영업하는 한 커피숍은 오전 시간에 커피 한 잔을 1800원에 팔고, 마주보는 곳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한잔에 1500원 받는다. 몇 걸음 더 걸어가면 커피 한잔이1000원인 곳도 있다. 커피숍 관계자는 “이런 가격에 팔면 팔아도 남는게 없다. 투자한 비용을 버리지 못해 버티면서 영업만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가산동의 2017년 커피숍 가맹점 당 매출은 2년 전 대비 37% 늘었다. 그러나 건단가는 2017년 5671원으로 2015년(6672원) 대비 15% 감소했다. 가격 인하 경쟁이 매출 증대로 이어졌음을 추측할 수 있다. 가산동의 건단가는 비슷한 업무지구인 중구 태평로1가(9227원)와 강남구 역삼1동(7763원)의 2017년 건단가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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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가산동 일대 커피숍 위치. /네이버

특히 금천구 가산동의 경우 이 시기 가산 디지털 산업단지에 입주해있던 LG계열사들이 마곡지구로 이전한 등의 영향으로 근로자 수가 줄어들면서 점포간 경쟁이 더 심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서울디지털 산업단지(구로동·가산동) 입주 업체 근로자 수는 2014년 16만2000명에서 2018년 7월 14만5000명으로 1만7000명 줄었다.

식당 대체하는 커피숍, 전체 가맹점 8.9%

서울에서 커피숍은 강남·여의도와 가산동을 비롯한 업무지구 인근과 홍대·신사동 등 젊은 이들이 많이 찾는 상권에 집중 분포해 있다. 2017년 말 기준 서울에서 커피숍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최대 상권인 역삼1동(449곳)이었다. 이어서 마포구 서교동(383곳), 영등포구 여의동(258곳), 강남구 신사동(255곳), 금천구 가산동(176곳)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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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업종별 삼성카드 가맹점 수. /심기환 기자

지난 2년간 커피숍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마곡지구가 입주하면서 신규 업무지구로 성장한 강서구 마곡동이다. 2015년 9곳에 불과했던 커피숍이 2년만에 109곳으로 늘었다. 서울 전역에서 커피숍이 늘었기 때문에, 기타 커피숍 증가가 많은 지역은 커피숍 점포 수가 많은 지역과 비슷했다. 강남구 역삼1동(82곳), 마포구 동교동(71곳)에 이어 금천구 가산동(64곳)의 증가 폭이 컸다.


2017년 기준으로 서울 커피숍 가맹점 수는 1만5837개로, 2년 전과 비교해 4229곳(36%)이나 늘었다. 커피숍이 전체 점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6.7%에서 8.9%로 높아졌다. 전체 가맹점 당 매출 역시 36% 늘었다.


커피숍이 늘어나는 곳은 대체로 주변 음식점은 감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카드 이재형 차장은 “과거 식사를 마친후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한 자리에서 간단한 케이크 등 간단한 식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별화 어려운 커피, 입지 분석에 노력해야”

하지만 커피숍 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15% 이상으로 높았던 지역에서는 커피숍 증가가 정체인 모습이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2015년 14.3%→2017년 14.3%), 종로구 종로1가(16.9%→15.7%), 중구 태평로 1가(14.4%→14.8%) 등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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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별 삼성카드에 가입한 커피숍 증가 순위. /심기환 기자

이는 점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님을 나타낸다. 소비자가 커피를 마시는 양에는 한계가 있는데 경쟁이 심해지면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 최근 특히 커피숍끼리 경쟁이 심한 것은 비교적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커피숍에 자영업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삼성카드 이재형 차장은 “커피숍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업종이며, 특히 식당 성공이 ‘맛’에 의해 결정되는 것과 달리 부동산 임대료나 인건비 등 외형적인 요인으로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주거·상업개발이 유력한 지역, 지역별 유동인구 변화, 초중고 인근 등 주부나 고령층이 모일 수 있는 입지를 살펴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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