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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뒤쪽 풍경이 훤히… 투명 디스플레이로 중국 추격 따돌린다

접거나 돌돌 마는 제품 이어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 열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카페 ‘앤트러사이트 한남점’ 1층에는 55인치 크기 투명 패널을 7개 이어 붙인 9m 길이의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다. 평범한 유리 같은 이 패널에는 형형색색 그림이 선명하게 물결을 친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투명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디스플레이다.


접는(폴더블) 디스플레이, 돌돌 마는(롤러블) 디스플레이에 이어 화면의 뒷면이 훤히 보이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투명 스플레이를 활용하면 창문에서 날씨나 일정 등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자율주행차 유리창에서 영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SF 영화에서나 나오는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현재 투명 OLED 디스플레이를 양산할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을 키워 빠르게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확대하는 투명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는 스스로 빛을 내 화면을 구현하는 OLED를 활용한 첨단 디스플레이다. 투명한 스크린에 화면을 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자체가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투명 디스플레이가 CES 등 국제 IT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5년 정도 됐지만, 실제 상용화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그동안 투명 디스플레이는 주로 B2B(기업 간 거래)용으로 활용됐다. 영국 런던 헤롯백화점 쇼윈도 등 고급 매장, 실외 광고 등에 사용됐다. 하지만 점차 공연·전시·선거방송, 인테리어 등에 활용되며 쓰임새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첫 투명 디스플레이 TV도 등장했다. 지난 8월 중국의 샤오미는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LG디스플레이의 투명 디스플레이를 받아 세계 최초 55인치 투명 디스플레이 TV ‘미TV 럭스 투명 에디션’을 출시했다. 4만9999위안(약 858만원)이라는 고가임에도 중국 내 예약 판매가 1만8000건에 달했다.


같은 달 중국 베이징과 선전 지하철 객실 차량 창문에도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 55인치 투명 OLED 디스플레이가 설치됐다. 역시 세계 최초다. 이 투명 디스플레이에서는 일기예보, 열차 운행, 위치, 지하철 환승, 실시간 항공편, 뉴스 등의 정보를 실시간 검색할 수 있다.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스마트폰도 개발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7일 미국 특허청(USPTO)과 세계특허청(WIPO)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폰 패널 특허를 출원했다. 실제 투명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스마트폰이 나오려면 내부 배선이나 배터리, 카메라 부품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하지만 미리 특허를 내놓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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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달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특허를 기반으로 만든 투명 스마트폰 예상 모습. /레츠고디지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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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추격 따돌릴 미래 먹거리

글로벌 컨설팅 회사 프레시언트&스트래티직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018년 5억2400만달러(약 6100억원)에서 연평균 46% 성장해 2024년에는 49억3300만달러(약 5조800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자동차와 항공기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 투명 디스플레이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컨대 관광버스나 비행기, 자율주행차 탑승객이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해 바깥 풍경을 보며 디스플레이에 표출되는 관련 정보를 동시에 접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차세대 스마트 객실을 연구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을 빠르게 쫓아오는 중국을 따돌릴 미래 먹거리로 본다. 현재 중국은 LCD(액정 표시 장치) 시장을 장악하고,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시장 진입을 시작했다. 반면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은 일반 OLED보다 어려워 아직 중국이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김춘우 인하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투명 디스플레이는 유통 매장, 건축 인테리어, 모빌리티 등 일상 곳곳에 활용되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투명 디스플레이가 고가라는 한계도 있다. 샤오미가 출시한 55인치 투명 디스플레이 TV 가격은 같은 크기 일반 OLED TV 가격의 5.6배다. 현재 선팅한 유리 수준인 투명 디스플레이의 투명도(40%)를 더 높이기도 쉽지 않다. 업계에선 투명도를 높이면서, 화면 선명도를 확보하는 데 기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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