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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스커트 입고 인증샷... 2030 테린이들, 코트에 떴다

[아무튼, 주말] ‘골린이’ 이어 ‘테린이’ 떴다

조선일보

최근의 테니스 열풍은 특히 20~30대 여성이 주도한다. ‘테니스 스커트’의 매력도 인기 요인이다. /러브포티

서울 중구에 사는 직장인 박선애(26)씨는 일주일에 2번, 오전 6시에 집 근처 실내 테니스장을 찾는다. 박씨는 “처음엔 친구들 따라 골프를 하려다, 레슨 비용이나 장비 구매가 부담스러워 테니스에 입문하게 됐다”며 “레슨 자리가 없어서 몇 개월 대기하다 새벽반 수업도 겨우 잡았다”고 했다. 30대 도예가 김하윤씨도 3년째 테니스에 빠져 지낸다. 김씨는 “공이 라켓에 맞을 때의 짜릿함이 정말 좋다”며 “스트레스 해소에 이만한 운동이 없다”고 했다.


‘골린이’에 이어 ‘테린이(테니스와 어린이를 합한 신조어)’가 늘고 있다. 지난 2일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토요일은 테니스 데이’라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테니스 복장을 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배우 소유진도 최근 요리 연구가인 남편 백종원과 함께 테니스를 즐기는 인증샷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테니스치는여자’ 게시물 7만여 건

최근의 ‘테린이 열풍’은 20~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거세다. 인스타그램에서 ‘#테린이’를 검색하면 상위 게시물 12건 중 11건이 젊은 여성이 테니스장에서 셀카를 찍거나 라켓을 들고 공을 날리는 사진이다. ‘테니스치는여자’를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물도 7만여 개에 달한다.


테니스 열풍은 ‘테니스 패션’의 인기와도 관련이 높다. 여자 선수들의 경기복인 일명 ‘테니스 스커트’는 세로 주름으로 된 미니 스커트로 몸매를 예뻐 보이게 해, 걸그룹이나 치어리더의 단골 복장이었다. 서구 상류 사회에서 시작된 ‘귀족 스포츠’라는 느낌이 있어 고급스러움도 강조할 수 있다.


테니스를 한 지 1년 정도 됐다는 지모(33)씨는 “코로나19로 요가나 필라테스 등 실내 스포츠가 어려워지면서, 테니스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테니스는 골프에 비해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데다, 코트 비용도 저렴하고 평소엔 민망해서 입기 어려운 테니스 스커트를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사진이 잘 나오는 것은 덤”이라고 했다.


실제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테니스 웨어 전문 브랜드 ‘러브 포티’는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8배 이상 증가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태연 등이 이 브랜드의 테니스 가방을 방송에서 착용했다. 러브 포티 안대원(29) 대표 역시 테린이. 그는 “테니스를 즐기는 젊은 층이 빠르게 늘어나는 데 반해, 국내 테니스 의류는 선택 폭이 한정돼 있어 직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20~30대 테니스인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아무래도 여성들의 운동복 구매력이 더 높은 점을 감안해 처음에는 여성 전문으로 타깃을 잡았다”고 했다.

◇테니스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

테니스 인기가 높아지면서 테니스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졌다. 서울시는 온라인을 통해 50여 개 공영 테니스 코트를 선착순으로 예약받는데, 거의 수분 내로 마감된다. 한 달에 한 번 예약을 받는 양재시민의 숲 테니스장은 벌써 11월 예약이 대부분 마감됐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취소된 일부 실외 코트장만 남아 있다.


15년 경력 테니스인 신모(52)씨는 “2030 테니스인이 크게 늘면서 코트 하나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동호인이 늘어난 건 반갑지만, 치기는 확실히 어려워졌다”고 했다. 김하윤씨는 “주말 등 인기 시간대엔 예약이 거의 1초 컷으로 마감된다”며 “최근에는 사설 테니스장을 연(年)대관하는 클럽에 가입하거나, 여러 지인이 함께 광클(빛의 속도로 클릭)하는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테니스 관련 용품 매출도 크게 늘었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테니스와 스쿼시용품 매출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G마켓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기타 테니스 용품(153%), 테니스 네트(57%), 테니스화(17%) 등의 매출이 늘었다. 일부 유명 테니스 라켓은 품절 현상을 겪고 있다.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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