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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by 조선일보

청주 숨은 명소 ‘살구나무거리’에 무슨일이

멀쩡한 살구나무 157그루 베어내

충북도, 지방 하천정비사업 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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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가 하천정비사업 명목으로 베어낸 청주 살구나무 거리. 사진 왼쪽이 살구나무꽃이 활짝 핀 살구나무거리 모습. 오른쪽은 나무를 베어낸 후 모습. /신정훈 기자

“아니 왜 멀쩡한 나무를 벱니까.”


7일 충북 청주시 가경동 가경천에서 만난 김모(72)씨는 휑하게 잘려나간 살구나무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곳의 한 아파트에서 20년을 살았다고 한다.


이 거리는 김씨에게는 추억의 장소이다. 자녀가 초등학교 시절 이곳으로 이사와 성년이 될 때까지 살구나무 거리에서 뛰어놀며 사진도 찍었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자식들이 다 커서 외지로 떠난 지금은 저녁을 먹고 아내와 손을 잡고 거닐던 최고의 산책코스였다고 했다. 또 자녀가 뛰어놀던 곳에 손자들이 뛰어노는 아주 훌륭한 놀이터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제는 산책도, 아름다운 살구나무 거리도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라며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경천 살구나무거리는 청주의 숨은 명소로 청주 무심천 벚꽃길과 더불어 많은 시민이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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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가경천 청주 살구나무 거리의 살구나무가 모조리 베어져 쌓여있는 모습./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충북도가 지난달 24일 지방하천 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30년 된 살구나무를 베어내 주민 원성을 사고 있다.


이 사업은 충북도가 2025년까지 홍수 예방을 위해 남이면 석판리에서 복대동 석남천 합류지점까지 가경천 7.8㎞ 구간에서 진행하는 정비사업이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도는 157그루의 살구나무를 벴고, 672그루를 추가로 베어낼 계획이다.


신라아파트에 거주하는 박모(67)씨는 “주민들의 오랜 쉼터이자 청주의 숨은 명소인 살구나무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몰랐다”라며 “어느 날 눈을 뜨고 보니 나무들이 다 베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는 단순한 사업이겠지만 수십년 살아온 우리 주민들은 삶의 터전 일부를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7일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는 청주 가경천 주변 살구나무를 베어내는 막무가내식 지방하천 정비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매년 봄이면 무심천 벚꽃길과 더불어 시민들이 많이 찾는 아름다운 길 중 한 곳이 사라졌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 단체는 “살구나무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야 했지만, 살구나무를 베어내고 공사 후 다시 심는 방식을 택했다”며 “이는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지양해야 할 구시대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청주에서 발생했던 홍수는 도시의 불투수층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라며 “그런데도 대책 없이 제방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홍수 방어벽을 설치한다고 홍수예방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베어진 살구나무와 함께 주민들의 마음도 함께 무너졌다”며 “충북도는 정비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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