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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된 두 아들, 아빠 아닌 저의 작품이죠"

'농구 대통령' 허재 아내 이미수씨

"극성 엄마라고 비난도 많았죠… 두 아들이 밥상 토론할 때 뿌듯"


조선일보

이미수씨가 두 아들이 받은 프로농구 트로피 앞에서 미소 지었다. “1남 4녀 형제 중 저만 연애결혼을 했더니 인생이 농구 드라마네요.” /김지호 기자

이미수(54)씨는 농구 선수로 장성한 두 아들 허웅(27·DB)-허훈(25·KT)에게서 매년 어버이날마다 선물을 받는다. 구두처럼 소박했던 선물이 올해는 한국프로농구(KBL) 트로피 한 아름으로 커졌다. 첫째 웅이가 인기상, 둘째 훈이가 4관왕(국내선수 MVP, 베스트5, 시즌 최고플레이, KBL TV 대상)을 차지했다. 농구 학부모들은 "전생에 나라를 여러 번 구한 엄마"라며 부러워하고, '농구 대통령'이란 칭호가 붙은 남편 허재(55)도 "하루에 세 번씩 절해도 모자란 아내"라고 고마워한다. '농구 영부인' 이미수씨는 얼마나 행복할까.


"이번에 아들들이 상 받고 '엄마, 감사합니다'라고 하는데 눈물이 왈칵 났어요. 남들은 애들이 당연히 농구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독하게 훈련시키고 몸에 좋은 재료로만 12첩 반상 차려가며 모든 경기 따라다닌 건 저예요. 애들 아빠는 늘 바빴으니까요."


이씨는 오랜 장거리 운전으로 허리가 굽었고, 승부에 노심초사하느라 깡마른 몸매와 고혈압, 그리고 신경성 위염을 얻었다. 매일 오전 다섯 시 반에 일어나 식탁 부러지도록 삼시 세끼를 차렸던 일과는 아들들이 대학에 가고서야 끝났다.


1992년 여름 부산, 맞선을 보려고 갔던 호텔 로비에서 허재의 삐삐 번호를 받은 게 허재와 인연의 시작. 그 후 4개월 만에 초고속 결혼한 뒤 28년 동안 허씨 남자들의 농구를 위해 인생을 바쳤다고 했다.


"제가 미대에서 조소(彫塑)를 전공했어요. 우리 집 아들 셋(허웅·허훈과 남편 허재)은 제가 땀과 눈물로 빚어낸 살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집 수놈 강아지까지 하면 아들이 넷이네."


공부 잘했던 두 아들 농구시킬 생각은 안 했다. 운명은 은퇴한 남편이 2004년 미국 연수를 떠나며 바뀌었다. LA 부촌 베벌리힐스에 살며 은근히 인종차별을 겪었는데 아이들이 농구로 동네를 평정하고 UCLA 농구팀 코치까지 관심을 보이자 대접이 달라졌다. 웅이는 '마이클 (조던)', 훈이는 '제임스 (르브론)'로 불렸다. 그때부터 아이들이 진짜 선수가 되겠다고 부모를 졸랐다. 한국에 돌아온 허웅·허훈은 아버지의 모교인 용산중·고 유니폼을 입었다.


"웅이는 농구를 늦게 시작해 제가 매일 새벽 체육관에서 몇 천 개씩 슈팅 연습을 시켰죠. 신체 부위별로 유명한 의사와 트레이너를 수소문하고, 학부모회장 하며 급식 메뉴도 직접 살폈고요. '극성 엄마'라고 안 좋은 소리 많이 듣기도 했지만, 제 치맛바람이 애들 보호막이었어요. 허재 아들이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할 시샘과 견제가 대단했거든요."


이씨는 틈나는 대로 갤러리와 다도(茶道), 클래식 공연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농구 밖 세상도 가르쳤다.


"웅이는 역사 소설을 읽어야 잠드는 아이였고, 김환기 작품을 좋아해요. 훈이는 음악 도사이고요. 둘이 밥 먹으며 농구 말고도 다양한 주제로 얘기 나눌 때 제일 뿌듯해요."


그는 "세 아들이 다 잘 되고 나니 집에는 나 혼자 있다"며 웃었다. 딸이 있었다면 외로움이 덜하지 않았을까. "딸 생각나죠. 그런데 제 사주는 아들만 여섯이래요."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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