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의 1.4배… 무서운 서울 물가
쌀·야채 등 20가지 식료품 사는데
서울 17만원, 런던·뉴욕은 12만원
서울, 20개 품목 중 12개 '최고價'
영국 옥스퍼드에서 MBA(경영전문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돌아온 김모(38)씨는 "한국 식료품 값이 비싸다는 걸 나가보니 알겠더라"고 했다. 서울에선 삼겹살 반근(300g)을 사려면 1만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옥스퍼드에선 3000~4500원이면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LA에서 살다가 2년 전 귀국한 주부 권모(59)씨는 밥상 차리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권씨는 "미국에선 밥 먹을 때만큼은 가난한지 모르고 살았는데, 한국 와서는 식사할 때 유독 가난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해외에 체류하다 귀국했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요즘 "외국에 비해 한국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정말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물가가 비싼 나라일까?
본지가 4월부터 이달 초에 걸쳐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뉴욕, 일본 도쿄, 영국 런던의 대형 마트를 직접 찾아 서울과 장바구니 물가를 비교해봤다. 쌀·육류·야채·계란 등 기본 식자재 11종, 콜라·초콜릿 등 가공식품 5종, 샴푸·화장지 등 생활필수품 2종이다. 여기에 국제 물가 비교 지표로 자주 활용되는 스타벅스 커피와 맥도널드 햄버거를 포함해 총 20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서울은 20개 품목을 구매하는 데 총 16만9140원이 들어 4국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 나라 도쿄(16만3610원)보다 약간 더 비쌌고, 런던(11만7500원)·뉴욕(12만3360원)과는 1.4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서울이 가장 비싼 품목이 20개 중 12개였고, 둘째로 비싼 품목이 6개였다.
2017년 현재 1인당 소득은 영국 4만530달러, 미국 5만8270달러, 일본 3만8550달러로 한국(2만8380달러)보다 훨씬 높다. 소득은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한국이 물가는 가장 비싼 것이다.
이런 사실은 최근 영국 경제 분석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전 세계 133개 주요 도시 160개 품목의 물가를 조사해 발표한 2018년 생활비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보고서에서 서울은 싱가포르, 프랑스 파리, 홍콩 등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째로 비싼 도시로 꼽혔다. 미국 뉴욕과 비슷한 수준이고 일본 도쿄(13위), 호주 시드니(16위), 영국 런던(22위)보다도 생활 물가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