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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광화문 '새문안교회'의 실험…종교 건축의 방향을 묻다

지난달 완공해 화제의 중심에…

곡면 벽으로 '어머니 품' 형상화, 교회 앞마당·로비 시민에 개방


지난달 완공된 서울 새문안교회 새 예배당은 '질문'을 던지는 건축물이다. 현대 도시의 종교 건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1887년 언더우드(1859~1916) 목사 사택에서 출발한 이 교회의 여섯 번째 예배당이다. 경희대 건축과 이은석 교수와 서인건축 최동규 대표가 함께 설계했다. 앞쪽 곡면 벽이 안으로 움푹 파고든 형상이 일대 빌딩 숲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완공 전부터 '교회치고 너무 크고 화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낙 눈길을 끄는 만큼 인근 직장인들도 저마다 감상평을 내놓는다. 그중에는 "아늑하게 감싸 안는 느낌"이라는 호평도, "과시적이고 위압적"이라는 혹평도 있다.

광화문 '새문안교회'의 실험…종교 건

저녁 무렵의 새문안교회. 앞쪽 곡면 벽에 LED로 연출한 '별빛창'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생명의 빛'을 나타낸 디자인이다. /사진가 임준영

초기 디자인 콘셉트를 주도한 이은석 교수는 "교회 하면 떠오르는 뾰족탑 대신 곡면 벽으로 부드러운 어머니 품을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한국 장로교 최초의 조직교회(담임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당회를 갖춘 교회)이자 '어머니 교회'로도 불리는 상징성을 표현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그 앞에 서면 하늘을 우러러보게 된다. 하늘로 열린 문(門)의 추상적 표현"이라고도 했다. 문은 교회가 설계에 담아 달라고 제시했던 성서적 주제(구원의 문) 중 하나였다. 옅은 베이지색 외장재는 화강석의 일종인 사비석이다. "저렴하면서도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재"라고 곽철영 장로(건축위원장)가 설명했다.


교인이 5000명에 달하는 교회 규모만큼 건물도 커졌다. 지상 13층에 연면적 약 3만1900㎡(약 9700평). 다만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이 상한선 600%에 못 미치는 약 380%다. 더 크게, 높게 지어도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의미다. 상세 설계부터 완공까지의 과정을 이끈 최동규 대표는 "땅값 비싼 도심에선 종교 시설도 복합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변에 곁을 내주고자 한 시도도 보인다. 건물이 인도로부터 기준(10m)보다 더 멀리 30m를 물러나 앉았다. 교회는 이렇게 생긴 앞마당을 개방하고, 로비도 사람들이 가로질러 다니도록 통로로 내줄 계획이다. 1층 '새문안홀' 역시 공연장 등 용도로 개방한다. 곽 위원장은 "도심지 교회로서 주변 직장인들을 생각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광화문 '새문안교회'의 실험…종교 건

철거된 예배당을 재현한 새문안홀.

붉은 벽돌로 된 새문안홀은 철거된 다섯 번째 예배당을 축소한 것이다. 일부 자재를 재활용하고, 격자무늬 십자가처럼 사람들이 기억하는 교회의 오랜 상징도 재현했다. 이전 예배당은 건축가 이구(영친왕의 아들)의 작품으로 알려져 보존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도면에 기재된 진짜 설계자는 다른 이름이어서 철거로 방향을 잡았다. 최 대표는 "옛 건물을 남긴 상태에서는 필요한 면적을 도저히 확보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한 장소에 쌓인 사람들의 기억을 '재개발'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다섯 번째 예배당을 지은 이듬해인 1973년 재개발 지구로 지정됐다. 이후 증축·리모델링을 하지 못하다가 1984년 신축 논의를 시작해 이번 예배당 완공까지 35년이 걸렸다. 그동안의 마음가짐을 교회 측은 이렇게 표현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 판단은 보는 이들의 몫이다.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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