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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이준희 / 떠돌이

아이폰7의 3.5 파이 단자 제거 루머에 대한 생각

아이폰7이 이어폰 단자를 없애고 무선 이어폰을 탑재한다는 루머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그에 관해서 맞다고 인정하는 신뢰할만한 소스(?)도 있는 모양이다. 더불어 애플이 인수한 Beats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블루투스 헤드셋을 만들고 있다는 루머도 나오고 있다.


3.5파이 단자는 아마 우리가 쓰고 있는 기기의 단자 중 가장 아날로그하고 역사가 오래된 단자일 것이다. 1979년에 나온 워크맨과 2015년에 나온 아이팟 터치의 단자가 동일하고 동일한 오디오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데이터 전송이나 충전, 비디오 단자 등은 시대가 변하면서 숱하게 변화해왔는데 3.5 파이 오디오 단자만큼은 변한게 없었다.


물론 이 단자를 없애거나 축소시키려는 노력은 많이 있었다. 2.5 파이 단자, 오디오 전송을 겸하는 USB 단자 등. 하지만 이런 전용 포트들은 범용 이어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고 금방 사라졌다.


심지어 2015년에 나온 뉴 맥북도 모든 단자를 USB-C 단자로 통합했지만 이 3.5 파이 단자만큼은 없애지 못했다.

아이폰7의 3.5 파이 단자 제거

범용 이어폰이 아니라 전용 이어폰을 사용해야한다는 것은 오디오 시장에서 확실히 치명적인 결정이다. 3.5 파이 단자를 없앤건 아니었지만 조작부를 모두 이어폰에서만 조작할 수 있도록 해놔서 사실상 전용 이어폰을 써야 제대로 쓸 수 있었던 아이팟 셔플 3세대도 그로 인해 망했다(…) 아이팟 셔플은 4세대에 이르러 다시 조작부가 기기로 돌아오도록 변경되었다.


하지만 두께를 얇게하는데 디자인의 미학을 걸고 있는 애플 입장에서는 3.5 파이 단자의 크기는 공학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위의 맥북 옆면만 봐도 더이상 줄일 수 있는 공간이 남아나질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폰7에서 3.5 파이 단자가 진짜로 없어질지는 나오기 전까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없앤다면 어떻게 나올까? 가능성을 중심으로 하나씩 짚어가보는 것도 재미있는 접근일 것 같다.


일단 먼저 왜 하필 아이폰일까? 애플 입장에서 아이폰은 가장 안정적인 시장이며 성장이 정체된 시장이기도 하다. 안정되어있기 때문에 어떤 신기술을 탑재해도 아이폰은 잘 팔린다. 또한 신기술이 탑재되면 계속 압박을 받고 있는 “혁신”에 대한 이미지도 챙겨갈 수 있다. 그래서 항상 애플의 신 기술은 아이폰에 가장 먼저 탑재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아이폰에서 단자가 사라진다면 곧 이어 애플의 다른 기기들에도 3.5 파이 단자는 자취를 감출 것이다.


3.5 파이 단자를 없앤다면 구현하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무선 방식과 유선 방식이다. 


무선 방식은 여러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내 생각엔 블루투스 혹은 독자 표준으로 구현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구현할 기술이 있다면 표준 따위는 깔끔하게 씹어먹는 경우가 많다. 블루투스는 여전히 음질이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아예 독자적인 규격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위에 아이팟 셔플 사례에서도 그렇듯 오디오에서 범용성을 포기한다는 것은 자충 수에 가깝다. 그것은 아무리 아이폰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그렇다고하면 무선 구현에는 블루투스만이 남는다. 설마 카 오디오에 탑재되는 FM 방식을 쓰진 않을테니까(…) 2015년에 애플이 블루투스 협의체인 블루투스 SIG에서 투표권과 이사직을 취득했다는 것도 어느정도 뒷받침해준다.


만약 유선 방식으로 구현한다면 라이트닝을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가능성이 적긴하지만 USB-C도 가능성이 낮지 않다. 라이트닝을 사용한 오디오 악세사리는 지금도 많이 있다. Dock 형 스피커라든지, 이어폰 같은 제품도 나와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포트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목적으로 본다면 라이트닝을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아이폰에 라이트닝만 써야한다면 현재까지 나온 애플의 다른 기기(맥북 등)와 접점이 끊어지게된다. 한마디로 아이폰7의 번들 이어폰은 맥북에서 못 쓴다. 기기간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애플이 이런 결정을 내릴지는 의심스럽다. 만약 그럴 예정이었다면 맥북에도 라이트닝이 탑재되었어야 했다.


반대로 아이폰7이 USB-C를 탑재하고, 이어폰이 USB-C 타입 연결을 지원할 가능성은 없을까? 개인적으로는 라이트닝보다 이쪽이 좀 더 그럴듯해보인다. USB-C는 구현부터 애플이 꽤 큰 역할을 했고 USB-C는 애플이 만족할만한 스펙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럴 경우 역시 기존 iOS 기기와 접점이 끊어진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만약 이럴거였다면 아이패드 프로는 라이트닝이 아니라 USB-C를 갖추고 있어야 했다. 애플의 제품 로드맵이 이 정도도 예상하지 못하고 만들어지진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남는 가능성은 블루투스 하나만 남는다. 블루투스는 범용 규격이고, 구 세대 기기들이나 맥북과도 별 무리 없이 호환된다. 애플이 아이폰에서 3.5 파이 단자를 없앤다고 한다면 블루투스를 채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인다.

아이폰7의 3.5 파이 단자 제거

블루투스에는 문제가 없을까? 블루투스를 오디오로 썼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음질과 배터리이다.

 

먼저 음질 문제. 블루투스는 음악, 동영상 등의 스테레오 음질과 통화용 프로필의 규격이 서로 분리되어있다. 보통 음질이 중요한 스테레오 프로필(A2DP)은 전용 규격으로 오디오를 실시간 인코딩한다음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디코딩하는 구조로 되어있는데, 여기에서 음질의 열화와 시간차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오디오 코덱을 손실이 없고 인코딩/디코딩의 시간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체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삼성의 APT-X 기술과 애플이 내세우는 AAC 전송 기술이다. 두가지 모두 표준 기술이며, 1세대 블루투스 기술에 비교하면 정말 많이 개선되었다. 아마 애플이라면 AAC를 탑재하든 좀 더 발전된 형태의 기술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통화 음질의 문제인데, 블루투스를 사용해 통화를 하면 음질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스테레오는 별 차이가 없는데 통화를 하면 음질이 떨어지는 문제는 서로 규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화에서 있어서 스테레오 프로필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쌍방향의 전송이 있어야하고, 시간차의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분명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해결할 것 같은데 통화에서 스테레오 프로필(A2DP)을 쓰려고 하거나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블루투스도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지금은 굳이 통화용 프로필을 따로 유지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배터리 부분은 좀 심각한 문제다. 이어폰에 배터리가 탑재된다는 의미는 별도의 충전이 필요하며 무거워진다는 의미이다. 아마 애플과 Beats의 엔지니어링 팀도 이 문제를 가장 중점적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다. 블루투스가 4.2로 업데이트 되고 전기 소비가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배터리의 압박도 예전보다 덜하긴해도 문제는 존재한다. 배터리 자체의 기술은 딱히 해법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바로 사람들이 애플에 기대하는 부분도 이 부분에 대한 혁신일 것이다.


이렇듯, 블루투스가 가능성이 높긴해도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은데 이 부분은 아이폰이라는 상품의 파괴력, 애플이라는 기업의 특징상 어떻게든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나온 애플의 번들 블루투스 이어폰은 아마 2016년 최고의 혁신 상품이 될 것이다. 기술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레벨은 아닌 상태다. 밥상은 이미 차려져있다.


가장 큰 문제가 하나 남아있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바로 시장의 문제이다. 애플이 만든 “번들 블루투스 헤드셋”이 나온다. 아이폰은 기존 이어폰을 못 쓴다. 이 두가지 사실이 기존 헤드셋, 이어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될까? 아이폰은 어떻게든 기존의 여러가지 시장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쳐왔는데 그 다음 타겟이 바로 기존 이어폰, 스피커 제조사들이 될까? 아니면 범용성을 잃은 아이폰이 스스로 파멸하게 될까?

분명한건 3.5 파이 단자를 없애는 결정은 모든 사용자에게 환영받지 못할 결정이라는 것이다. 당장 집에 있는 100만원이 넘는 이어폰은 아이폰에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블루투스가 개선된다고 해도 음질이 중요한 황금귀들에게는 부족할 것이다. 아마 계속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헌데, 혁신이란 원래 그렇다. 모든 사용자를 만족 시킬 수 있다면 그건 혁신이 아니라 개선이다. 이런 변화가 당장은 눈에 그려지지 않지만 분명히 필요한 방향이다. 애플에 혁신을 요구하면서 이런 방향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모순일 것이다. 아이폰이 하드웨어 키보드를 갖추고 나오지 않아서 나왔던 초기의 비판들을 기억하시는지? 아이맥이 플로피 디스크를 없애서 나왔던 비판은? 맥북 에어가 ODD를 없애버려서 나왔던 비판은? 이제 3.5파이 단자 차례가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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