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경영 보폭, '변화' 예고된 재계
주요 총수들 경영 행보 '촉각'
조직개편·인사 '젊고·빠르게'
코로나19(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with corona)으로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재계 총수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잇따른 해외 출장을 통해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LG·한화·코오롱 등은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인사를 단행하며 적지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라"…글로벌 경영 '박차'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미국과 유럽을 잇따라 방문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하는 등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정·재계 인사들을 연이어 만났다.
그는 SK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을 소개하는 것 외에도 SK온(SK이노베이션 자회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미국 의회와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SK온은 미국 완성차 포드와 약 13조3000억원(SK온은 약 5조2000억원 부담)을 함께 투자해 배터리 배터리 공장을 오는 2027년까지 짓기로 했다.
미국 일정을 마친 최 회장은 헝가리로 이동해 유럽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순방단과 합류했다. 그는 민간 외교 횡보 외에도 헝가리 코마롬시에 있는 SK온의 배터리 공장을 찾아 현지 배터리 사업 현황을 점검하는 일정까지 소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도 최근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인도네시아까지 숨 가쁜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유럽과 미국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의 핵심 시장이며,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 공장을 건설중이다.
재계의 시선이 쏠리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도 미국 출장이 점쳐진다. 지난 8월 가석방 출소한 뒤 미국 출장 가능성이 꾸준하게 점쳐졌지만 그동안 각종 재판 일정과 사회적 시선 탓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삼성전자 앞에 쌓인 경영 과제를 해결하려면 이 부회장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출장은 단순히 투자 결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인사들을 만나 최대한 유리한 조건과 지원을 얻을 수 있는 행보이기도 하다. 최태원 SK 회장이 미국에서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자사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에서 출장의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최근에 모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함께 해인사, 통도사에 방문하는 모습 정도가 보이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조원 정도 투자해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하는 방안이 최종 결정되려면 최종의사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어떻게든 움직여야 하는 것"이라며 "삼성도 젊은 조직을 지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 빠른 인사…조직에 활기를
재계는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진행하던 인사와 조직개편을 예년보다 빠르게 단행하며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사의 경우 파격적인 조치를 통해 코로나19 전후로 움츠러든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LG그룹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새 사령탑에 권영수 ㈜LG 부회장을 원포인트 인사로 선임해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인사는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다. 그룹의 2인자로 불리는 인물을 경영 일선으로 앉힌 것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한곳이긴 하지만 ㈜LG의 손자회사다.
그만큼 전기차 배터리라는 성장사업을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그룹 내 위상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 부회장 개인은 LG에너지솔루션에 닥친 대규모 배터리 리콜과 함께 미뤄진 기업공개(IPO)를 해결하라는 특명을 안았다.
한편으로 구광모 회장이 경영 색깔을 강하게 드러낼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간 LG의 온갖 살림을 맡고 구 회장을 보좌하던 그룹내 2인자 없이 자신만의 경영 구상과 인사를 과감하게 단행하려는 신호라는 것이다.
새로운 자리를 채움과 동시에, 연쇄 인사와 파격적인 조직개편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신임하는 임원진들이 이번 인사에서 수면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이 더욱 젊어진 모습으로 바뀔 것이란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앞서 한화와 코오롱은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인사를 추진해 쇄신을 빠르게 단행한 바 있다. 지난 8월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케미칼·큐셀부문 △한화종합화학 △한화저축은행 등 5개 계열사 신임 대표이사 인사를 발표했다.
예년보다 한달 빠른 시점이었고, 이번엔 재계 10대 그룹 중에서도 가장 빠른 인사여서 더욱 주목됐다. 한화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도 최근에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사장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역시 예년보다 한달가량 빠른 시점인데,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영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위드 코로나 시대와 연말 연시를 앞두고 재계의 시계는 점점 더 빨리 돌아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