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되는 염색약? 홈쇼핑 새까만 거짓말
홈앤쇼핑 5건, CJ·현대 등 4건, 방심위 제재 1~2월에만 34건
"뿌리 염색도 다 해주고" "얼룩덜룩 뿌리 나온 거, 탈색됐던 거, 새치 지금 다 됐죠?" "한 번만으로 새치 커버가 되더라고요."
TV 홈쇼핑 업체 홈앤쇼핑 방송에서 진행자가 모발 관리 제품을 소개하며 했던 말이다. 거짓말이었다. 새치에 색을 입히기 위해선 최소 5회 이상 사용이 필요하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홈앤쇼핑은 또 제품 사용 전·후 모델의 모발 상태를 지나치게 차이 나도록 연출했다. 다른 회사에서도 판매하는 제품이지만 'TV 홈쇼핑 유일'이란 표현도 썼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부적절한 비교 화면을 사용하고 사실과 다른 표현을 사용했다"며 최근 홈앤쇼핑에 법정 제재인 주의를 내렸다.
/일러스트=양인성 |
지난 1~2월 TV 홈쇼핑, T커머스와 같은 TV 쇼핑 채널 16곳이 34건의 법정 제재와 행정지도를 받았다. 2017년 1~2월 16건, 2018년 1~2월 16건의 2배가 넘는다. 쇼핑 업계 관계자는 "총 17곳의 TV 쇼핑 채널이 경쟁하면서 서로 자극적인 방송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 제재는 프로그램 관계자에게 징계나 경고, 주의를 내리는 것으로 홈쇼핑 업체들이 보통 5년마다 받는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된다. 행정지도는 규정 위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내려진다.
수육 함량 속이고, 주스 농도도 거짓
지난 1~2월 사이 가장 많이 방심위 제재를 받은 채널은 홈앤쇼핑이 5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채널로 CJ오쇼핑·현대홈쇼핑·쇼핑엔티·SK스토아가 각각 4건씩이었다.
인터넷TV, 케이블TV 방송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T커머스 채널을 운영하는 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티알엔(쇼핑엔티)은 방심위로부터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를 맞았다. 모든 채널 판매자들이 "100% 터키산 석류 착즙을 넣었다"고 제품을 광고했지만, 사실 석류 농축액이 21.5%만 들어 있는 주스였다. NS홈쇼핑은 기능성 화장품을 판매하다 지난 1월 제재를 받았다. 제품에 들어 있지도 않은 성분을 다룬 SCI급 논문으로 상품을 광고한 게 이유였다.
K쇼핑 채널을 운영하는 KTH는 도가니 수육 판매 방송에서 수육 한 팩당 도가니 수육이 350g이라고 강조해 지난달 주의를 받았다. 수육 한 팩당 소 힘줄이 193g만 포함돼 있지만, 이를 일부 자막으로만 표시했다. SK스토아는 지난해 방송에서 에어프라이어 기기를 판매할 때 조리 바구니 용량이 2.9L인데도 진행자는 "특대 용량 무려 5L"라고 말하고 '짐승 용량' '특대 용량'이라는 자막을 내보내 주의를 받기도 했다.
치열해지는 TV 쇼핑 시장
업계에서는 T커머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경쟁이 심해진 것이 과열 경쟁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T커머스는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기존 TV 홈쇼핑과 달리 인터넷TV, 케이블TV에서 녹화 방송을 보면서 TV 리모컨으로 제품을 살 수 있는 방식의 채널이다. 지난 2012년 K쇼핑, 2013년 쇼핑엔티 채널이 생기면서 출발했다. 2015년 SK스토아, W쇼핑, 신세계TV쇼핑 등이 잇따라 등장하고 성장 정체를 겪는 기존 TV 홈쇼핑 업체들도 T커머스 채널을 따로 만들면서 순식간에 채널 수가 10개로 늘었다. 이 10개 T커머스 채널이 기존 TV 홈쇼핑 7개 채널과 함께 똑같은 TV 쇼핑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 것이다.
T커머스는 그간 TV 홈쇼핑에 밀리며 '황금 채널' 바깥에 머물렀으나 최근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T커머스 업체 SK스토아가 KT 인터넷TV에서 4번 채널을 확보하면서 롯데홈쇼핑이 30번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T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3조원 규모를 기록하고 올해 4조원대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존 홈쇼핑 업체들이 최근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기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