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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배달 됩니다”…옥수수 빙수⋅파스타 ‘핫플’ 된 재벌 3세 맛집

조선비즈

그래픽=이은현

김동선 한화솔루션 실장,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 등 재벌 3세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식당들이 젊은층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유학 시절 맛집을 경험한 이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와 관련없이 독립적으로 식당을 열고 소셜미디어(SNS)에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외식업계에서는 “자주 다니며 많이 먹어본 사람이 요리를 잘 한다는 말이 있다”며 “자본력 있는 재벌 3세가 수준 높은 문화 경험을 기반으로 외식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동선 실장은 서울 종로 소격동에서 일식당 스기모토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사진가 스기모토 히로시에게 영감을 받아 장인 정신을 추구하며 작년 7월쯤 식당을 열었다.


100% 예약제로 맡김차림(오마카세) 기준 점심 12만원, 저녁 20만원 수준이다. 김동선 실장은 지난 3월 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초밥 사진을 올리고 “배달합니다. 많이 이용해주세요”라는 글을 게시해 주목을 끌었다.


김동선 실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했다가 음주 폭행 사건으로 2017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후 독일로 건너가 식당 개업을 준비하며 “아시아 요리의 창조적인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했었다.


2020년 한화에너지 상무로 복귀해 작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로 선임됐다. 올해 2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으로 발령났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에게 석유화학·태양광 사업을,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에게 금융 사업을, 김동선 실장에게 호텔·레저·유통 사업을 넘기는 방향으로 경영 승계를 하고 있다.


임세령 부회장은 서울 강남 청담동에서 프랑스 식당 메종 드 라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 문을 연 이 곳은 배우 이정재 맛집이자 임 부회장의 동생인 임상민 대상그룹 전무가 결혼 당시 상견례를 했던 장소로 유명세를 탔다. 최근에는 빙수 등 디저트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국산 초당 옥수수와 아이스크림, 캐러멜 팝콘 등을 넣은 옥수수 빙수와 밤·복숭아 빙수 등이 대표적으로 SNS에서 관련 게시글만 1만7000여 건이다. 메종 드 라 카테고리 측은 “요리 대신 빙수만 따로 먹으러 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메종 드 라 카테고리는 1~2층 넓은 통창으로 디자인됐다. 기분 좋고 편하게 식사를 마친 손님이 다시 찾게 만든다는 게 철학이다.


임 부회장은 미국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한식 뿐만 아니라 서양 요리에도 조예가 깊어 정통을 추구하며 프랑스 음식을 선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의 아들인 김지운 셰프(요리사)는 쿠촐로·마렘마·볼피노 등 이탈리아 식당을 강남과 이태원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파스타와 안심 카르파쵸 등이 대표 메뉴다.


청담동에서 영업하던 한식당 오월한식은 지난 5월 말 영업을 종료했다. 쿠촐로 측은 “계약 기간이 끝나 (오월한식) 영업을 종료했다”고 했다.


김지운 셰프는 영국 이튼칼리지 출신으로 세인트앤드루스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서 동아시아 역사학을 전공했다.


해병대를 전역하고 이태원 식당에서 설거지부터 시작해 2015년 쿠촐로를 열며 외식업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재벌 3세지만 직접 주방에서 요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요리가 취미인 재벌도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쿠킹 스튜디오를 마련해 요리를 즐기고 지인들에게 대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작년 “요즘 중국 식당은 여기가 최고인데 주방장이 조금 눈치가 보이고 부담스러움”이라는 글과 정 부회장이 요리하는 모습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도 요리를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제임스 티렐 IFC 서울 전무의 유튜브에 출연해 양파 써는 솜씨를 발휘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해 본 이들이 유행에 민감한 외식사업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재벌 1~2세가 주로 프랜차이즈 외식업을 했다면 재벌 3세들은 힙(hip·유행에 밝은)한 상권에서 개성있는 식당을 여는 것이 트렌드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는 “프랑스 요리사가 방콕에 가서 음식을 맛보는 것처럼 해외 요리사들은 여행을 자주 다니며 경험을 쌓는 경우가 많다”며 “먹는 것은 한순간에 단계가 높아질 수 없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외식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일부 재벌은) 기업을 물려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며 “외식업을 통해 자신의 삶과 취향을 즐기고 행복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홍다영 기자(h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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