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에 무이자 대출 케뱅페이 파격 실험
新페이 인류
50만원까지 무이자 혜택…큰 문제 없으면 내년도 연장
금융당국도 "혁신적인 모델" 극찬…고객 접점 늘린다
"기존 은행은 신용등급 6등급까지만 고객으로 받는 게 기본 마인드다. 우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이점을 살려서 7~8등급의 고객까지 대출을 확대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은행보다 비용을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는 대신 저신용 고객에게도 기회를 주자고 판단했고, 그 결과물이 지난달 출시된 케이뱅크페이(케뱅페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달 21일 통장에 잔액이 없어도 결제를 할 수 있는 페이 서비스 ‘케뱅페이’를 출시했다. 기존의 간편결제 페이 서비스가 미리 충전해 놓은 금액이나 통장 잔고 안에서만 쓸 수 있었다면 케뱅페이는 마이너스통장 방식을 결합해 지금 당장 잔고가 없어도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 케뱅페이를 쓰는 고객에게 '쇼핑머니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성목 케이뱅크 방카·페이팀장은 케뱅페이 덕분에 8등급 저신용자도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
특히 케뱅페이는 만 20세 이상에 신용등급 1~8등급이면 누구나 쇼핑머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객에 따라서 대출 한도는 100만원, 300만원, 500만원으로 제한을 뒀지만 기본적으로 8등급의 저신용 고객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말까지 50만원 한도에서 무이자 혜택을 주기로 했는데 이 혜택도 저신용 고객에 똑같이 적용된다. 다른 은행은 대출 자체를 거부하는 8등급 고객에 사실상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셈이다. 대출 기간은 기본 1년이고, 최장 5년이다. 케뱅페이는 케이뱅크 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케이뱅크 계좌는 스마트폰과 신분증만 있으면 24시간 언제든 개설할 수 있다. 다만 무이자 혜택을 받으려면 한 달에 한 번 이자납부일 전에 한 차례 이상 케뱅페이로 결제를 해야 한다.
이 서비스는 금융당국 관계자가 "케뱅페이는 인터넷전문은행과 간편결제 페이 서비스가 결합했을 때 등장할 수 있는 혁신적인 모델"이라고 밝힐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케뱅페이 출시 작업을 이끌었던 정성목 케이뱅크 방카·페이 팀장은 이렇게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던 비결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유연함을 꼽았다. 정 팀장은 "케이뱅크 주주사인 KT가 보유한 통신정보를 비롯한 여러 데이터를 활용해 케뱅페이만의 리스크 평가모형을 만들었다"며 "케뱅페이는 대출금을 출금할 수 없고 결제만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대출 상품보다 리스크 수준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분석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기존 은행보다 비용 지출이 적은 것도 케뱅페이를 가능하게 한 요인이었다. 정 팀장은 "케뱅페이는 당장은 은행 수익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고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투자로 봐야 한다"며 "지점 운영 비용 등을 절감해서 케뱅페이에 투입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기존 은행들이 하지 않던 새로운 시도에 반응도 뜨겁다고 전했다. 특히 7~8등급의 저신용 고객들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케이뱅크는 제로페이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케뱅페이 출시 전후로 (케이뱅크를 통해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거래 금액이 10배 정도는 늘었다"며 "쇼핑머니 대출을 해주다보니 고액을 결제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케뱅페이는 오프라인에서는 서울시가 확보한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고, 온라인에서는 케이뱅크가 자체적으로 확보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오프라인 가맹점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케이뱅크는 온라인 가맹점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는 KG이니시스, 다날 같은 전자결제대행업체(PG사)가 온라인 가맹점 확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정 팀장은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보니 고객과의 접점이 없다는 한계가 있는데 케뱅페이가 그런 한계를 극복하게 도와주고 있다"며 "KG이니시스와 다날을 통해 각각 3000여개의 온라인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고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제공하기로 한 50만원 한도 무이자 혜택도 상황에 따라 연장한다는 게 케이뱅크의 계획이다. 정 팀장은 "올해 케뱅페이 운영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무이자 혜택도 계속해서 제공할 방침"이라며 "케뱅페이를 통해 케이뱅크가 고객들의 일상 생활에 파트너로 자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