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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마우스 세 마리는 어떻게 인보사 운명 갈랐나

지난 19일 하루동안 코오롱생명과학 주주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험을 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조작 혐의에 대해 형사재판과 행정소송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오전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코오롱생명과학 임직원 2명에 대한 1심 재판에서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 결과가 알려지자 주식시장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단숨에 상한가를 쳤다. 하지만 환호성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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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에 대한 행정소송 1심 결과가 나왔다. 코오롱생명과학 임직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과 달리 행정법원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잘못을 인정하고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이후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2% 정도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같은 사안에 대해 형사재판과 행정소송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두 법원의 판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과 행정법원이 선고 이후 기자들에게 배포한 설명자료를 바탕으로 19일 판결의 의미를 다시 따져봤다.

코오롱생명과학도 잘못했고 식약처도 잘못했다

서울중앙지법과 행정법원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성분조작 사태라는 같은 사건을 다뤘지만, 두 법원에서 다툰 쟁점은 사실 전혀 달랐다. 같은 재료를 쓴다고 해서 같은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 두 법원에는 '인보사 성분조작 사태'라는 같은 재료가 올라왔지만 사실 전혀 다른 음식을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결과가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3부(권성수 부장판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김모 상무와 조모 이사에 대한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선고했다. 이 재판에서 쟁점이 된 건 인보사의 식약처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허위 문서를 제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였다. 코오롱생명과학 임직원이 고의로 자료를 허위제출해 식약처를 속였는지가 쟁점이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건 맞지만 그 점을 확인할 책임이 식약처에 있다고 봤다. 행정청은 인허가 처분시 출원 사유가 사실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인허가 여부를 심의해야 하는데, 식약처는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허위자료를 믿고 인허가를 했다면 그 잘못은 식약처에 있지, 허위자료를 제출한 코오롱생명과학 임직원의 잘못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인보사 2액 세포가 연골세포로서 특징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식약처 심사담당자들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식약처가 추가 조사나 시험을 제안하거나 검토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행정법원에서는 인보사 품목허가의 객관적인 요건이 쟁점이 됐을 뿐, 코오롱생명과학 임직원이 고의로 식약처를 속였는지 여부는 애초에 쟁점이 아니었다.

첨부자료에만 실린 누드마우스 실험 결과

행정법원과 서울중앙지법의 설명자료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시험이 있다. 바로 누드마우스 시험결과다. 누드마우스는 털이 없는 생쥐로 바이오업계에서는 종양을 연구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건 인보사 2액의 주성분이 코오롱생명과학이 처음 밝힌 연골유래세포에서 신장(콩팥)유래세포로 바뀐 것이다. 신장유래세포는 종양발생 가능성이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누드마우스 실험을 통해 이미 종양발생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설명자료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2005년 8월 인보사 2액 세포를 누드마우스에 투여하는 실험을 실시했고, 2006년 6월 누드마우스 10마리 중 3마리에서 악성종양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법원은 "실험 결과를 종합하면 인보사 2액세포인 TGF-β1 유전자 도입 GP2-293 세포의 종양원성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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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품목허가 신청을 위한 CTD(의약품 허가신청에 필요한 자료를 국제적으로 표준화한 문서)를 식약처에 제출하면서 이런 실험 결과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 누드마우스 실험 결과는 인보사 인허가에 중요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이 실험 결과는 CTD 첨부자료에만 간략하게 기재하고 본문에는 오히려 인보사 2액 세포에 종양원성이 없다고만 기재했다. 행정법원이 문제 삼은 건 이 부분이다.


행정법원 재판부는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2액의 정체성과 안전성을 의심할 만한 데이터인 gag/pol 유전자 PCR 시험결과, 유전자 삽입위치 분석결과, 단백질 어레이 시험결과, 누드마우스 실험결과 등을 알고 있었던 반면, 피고는 위 실험결과를 알고 있지 않았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안전성·유효성·품질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제공해 검증됐어야 함에도 그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행정소송에서 식약처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동인의 이동국 변호사는 "코오롱 측은 인보사가 안전하다는 주장만 반복하면서 단순히 유래의 착오에 불과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펴면서도 정작 왜 세포가 뒤바뀐 것이고 이를 장기간에 걸친 임상과정에서 확인도 하지 못한 것인지는 해명하지 못했다"며 "재판이 결심단계에 이르자 형사사건의 무죄가능성만을 믿고 행정소송을 지연시키려 했으나 결국 정당한 판결을 받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인보사는 안전한가요

서울중앙지법은 코오롱생명과학 임직원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 등에 해당하는지만 판단했기 때문에 인보사의 안전성은 애초에 쟁점이 아니었다. 반면 행정법원에서는 여섯 차례 변론 과정에서 인보사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원고와 피고가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에 재판부도 이에 대한 판단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행정법원 재판부는 방사선 조사를 거친 인보사 2액은 안전성이 결여된 의약품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방사선 조사된 인보사 2액에 대한 세포사멸시험을 실시한 결과 24일차에는 모든 세포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식약처도 2019년 5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안전성 측면에서 큰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며 "미국 FDA도 임상중단을 해제해 미국에서 10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방사선 조사만으로는 인보사 2액 세포의 종양원성이 완전히 차단된다고 확언할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법원 판결 직후 코오롱생명과학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의 박재우 변호사도 "오늘 행정법원 판결 이유에 따르면 인보사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인정했다"며 "판결문을 받아보고 구체적인 입장이나 향후 계획을 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행정법원은 식약처 품목허가 과정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이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숨겼기 때문에 심사과정에서 인보사의 안전성·유효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고 보고 품목허가 취소가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인보사의 안전성 자체에는 문제가 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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