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와이에서 선크림을 바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와이의 상원의원 윌 에스페로(Will Espero)가 지난 1월 주 의회에 한 법안을 제출했다. 바로 하와이에서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하는 것. 윌 의원이 금지하는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는 옥시벤존(Oxybenzone)과 옥티녹세이트(Octinoxate)가 함유된 제품을 말한다.
에스페로 의원은 산호초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같은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강경하게 밝혔다. 특히 하와이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산호초는 수많은 관광객을 유혹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환경도 망가지고 하와이의 경제에도 균열이 생길 처지다.
실제로 하와이의 육지천연자원국(Department of Land and Natural Resources)이 조사한 결과, 하와이 바다 일부에서 산호초 안전치의 30배가 넘는 옥시벤존이 검출되어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바다에서 수영이나 서핑, 스노클링을 즐기면서 씻겨 내려간 선크림이 바닷속의 산호초를 탈색시키고, 성장을 더디게 해 결국 죽게 한다. 산호초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어 기후변화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우리가 이를 잃게 된다면 점점 빨라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탈색된 하와이의 산호초, DLNR |
문제는 하와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0년간 카리브 해의 약 80%의 산호초가 죽었다. 온도 변화나 해양생물의 무차별 남획, 배의 엔진 오일 등 다양한 요소도 분명 있겠지만, 매년 14,000톤의 자외선 차단제가 바닷물로 쓸려 들어간다는 사실 역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아예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않는 게 답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자외선 차단제는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와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가 있다.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는 무기화합물로 만들어진 차단제로 피부 표면에 얇은 막을 만들어 자외선을 반사한다. 화학물질이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는 피부에 자외선이 침투하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자외선을 분해한다. 물리적 차단제를 사용해야 환경에 해가 없고, 피부에도 안전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쳐보면 홍보된 제품들이 꽤 많다.
안전한 선크림을 찾아 큐레이팅해주는 홈페이지도 있다. 미국의 환경 보호 비영리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는 매년 안전한 자외선 차단제를 선정한 가이드북을 낸다. 화장품 브랜드의 국내외 경계가 많이 없어진 만큼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도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스포츠 활동에 좋은 자외선 차단제나 어린이용 등 용도에 따라 추천 제품이 다르고, 본인이 쓰는 제품을 검색하면 안전성에 따라 1~9등급까지 등급도 매겨준다.
이 외에도 래시가드 같은 긴 소매 옷을 입고, 파라솔을 쳐 그늘에 머무르고, 선글라스를 꼭 착용하고, 자외선이 비교적 적은 시간대에 야외활동을 하는 등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도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있다.
어쩌면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인간이 만들어 낸 다양한 편리함을 도로 무르는,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넋 놓고 보고 있으면 이까짓 불편함쯤이야 충분히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이 올여름에도 휴양지에서 평온한 한 때를 보내고 싶다면, 이제는 환경을 지키는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할 때다.
에디터 성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