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버린에게 클로가 있다면, 이 소녀에겐 유니콘이 있다
울버린이 돌아왔다. 자신을 똑 닮은 소녀 로라와 함께. 생물학적 부녀지간인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건 클로. 울버린의 상징이자 그의 대표적인 무기다. 이들은 누구보다 강하지만, 동시에 돌연변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배척당하고 핍박받는다. 하지만 울버린을 비롯한 엑스맨들은 괴물보다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에 가깝다. 결국, 그들은 히어로답게 그 간극을 극복하고 자신의 다름을 특별함으로 승화하는 데 성공한다.
엑스맨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이 서사는 소수자에 대한 은유로 사람들의 편견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여기 엑스맨은 아니지만, 엑스맨보다 더 히어로 같은 소녀가 있다. 영화 <로건> 속 로라와 같은 11살 소녀, 조단(Jordan Reeves)이다. 갓 태어난 조단을 처음 만난 그녀의 엄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는 인형처럼 예뻤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왼팔은 팔꿈치 위까지가 전부였다. 하지만 엄마는 절망에 빠지는 대신 이내 자신을 다독였다. 잘 될 거라고, 결국 모든 게 잘될 거라고.
엄마의 바람대로 조단은 장애에 굴하지 않고 누구보다 씩씩한 소녀로 성장했다. 그녀는 농구를 좋아했고 크로스핏 선수이자 악기 연주에도 능숙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자신처럼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히어로가 되고자 한다.
작년 이맘때 조단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키드몹(KIDmob)과 3D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데스트(Autodesk)가 주관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름하여 ‘슈퍼히어로 사이보그’. 해당 프로젝트는 팔이 없는 10~15세 사이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특별한 의수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상상력을 발휘해 작품을 내놓았고 실용성을 넘어 그동안 품어왔던 꿈을 펼쳐볼 기회를 얻었다.
그중 조단이 만든 ‘프로젝트 유니콘(Project Unicorn)’은 그 어떤 의수보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포처럼 생긴 그 의수는 분홍색 끈을 잡아당기면 반짝이 가루가 발사되는 모양으로,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그녀에게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야기는 점점 더 멀리 퍼졌나갔다. 디즈니는 그녀에게 ‘Dream Big, Princess’ 상을 선사했고 몇몇 기업의 후원도 이어졌다. 오토데스크는 그녀가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3D 프린터를 선물했으며,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그녀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실제 제작을 도와주었다.
한편 그녀는 2017년 초 어린이 발명대회(Kid Inventors’ Day)에 나가며 그녀의 의수를 ‘프로젝트 유니콘’이라는 이름에 좀 더 가깝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큐피드의 화살 같기도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활 같기도 한 조단의 의수는 그녀가 조준하면 반짝이를 발사하도록 설계되었다. 조단은 이를 바탕으로 창업 오디션 방송 샤크 탱크(Shark Tank)에도 출연했는데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단박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 조단은 비영리 단체를 하나 만들었다. 이름은 ‘Born Just Right’. 그녀의 어머니가 조단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 블로그의 이름을 딴 것으로 그 안에는 장애아를 키우면서 마주한 고충 등이 담겨 있다. 조단의 어머니 Jen은 이를 바탕으로 신체 장애가 있는 아동과 그 부모님을 디자인과 연결해주고자 한다. 조단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의수를 갖게 된 것처럼 다른 아이들도 장애를 극복할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사실 그녀는 이전에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변화를 만드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녀는 미국 내 최고 인기 인형인 아메리칸 걸(American Girl)에 장애아 버전을 출시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회사는 그 의견을 받아들였고 “진짜 나(Truly Me)”라는 의미를 담은 프로젝트 유니콘 버전을 제작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무료로 기존 인형을 해당 버전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장애아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도구가 될 예정이다.
참 잘하는 게 많지만, 더욱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3D 프린팅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조단. 그녀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는 자연스레 그녀가 가져올 더 큰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누군가를 한계에 가둬두는 건 어쩌면 장애 여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다름을 특별함으로 보는 시야, 그리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우리는 분명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Images courtesy of Born Just Right, fastcompany.com
에디터 이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