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 5가지
연말을 맞아
연말이다. 이맘때쯤 되면 올해 뭐했나, 싶은 생각이 떠오르거나 올해가 끝나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괜한 조바심이 든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출퇴근에 여념이 없는 바쁜 직장인들 사이 빨간 옷을 입고 묵묵히 종을 울리는 구세군과 인터넷 기사를 훑으며 종종 만나게 되는 훈훈한 소식들을 보면 '연말이니까 나도 좋은 일 좀 해볼까?'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된다. 타기만 하면 알아서 봉사처에 데려다주는 신박한 버스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다음 일정은 미지수. 학교에 다닐 때는 동아리라도 있거나, 학교 주변에 떨어진 낙엽을 쓸라는 선생님이라도 있었지만 혼자 찾아보자니 막막하다. 봉사자를 필요로 하는 단체는 너무 많고, 이왕 간 김에 폐를 끼치고 싶진 않으니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세밑에 뜻깊은 일을 해보고 싶다면 집중해서 보자. 손재주가 좋은 사람부터 가진 건 힘밖에 없는 사람까지, 심지어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사람도 할 수 있다. 잘 보면 하나도 어렵지 않다.
1. 전국 금손 다 모여라!
연말이 되면 SNS에 인증샷으로 자주 올라오는 모자 뜨기는 손재주 있는 사람들이 하기에 최적의 봉사활동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주관하는 이 캠페인은 벌써 10년째를 맞았다. 그간 세계 약 11개국에 무려 152만 개의 모자가 전해져, 신생아들의 체온을 지켜주고 있다.
그림 좀 그린다 하는 사람들은 낙후된 지역 환경을 화사하게 바꿔주는 벽화봉사가 제격이다. 트릭아트 열풍을 이끈 로로아트플랜의 재능기부 단체인 더그림을 통하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벽화봉사를 할 수 있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주변 이웃에게 빵, 쿠키, 반찬 등을 전달하는 활동도 있다. 사단법인 하트포칠드런은 봉사자들과 함께 2006년부터 주변 어린이들에게 밥, 도시락, 반찬 등을 전해왔다. 특히 전국에 지부가 많아 지역에서도 쉽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2. 비글미 터지는 사람들은 진짜 비글을 만나보자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활동적인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추위 따위는 잊게 된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의 반려동물복지센터는 유기동물의 생존을 넘어 복지를 생각한다. 강아지, 고양이와 산책도 하고 놀아주다 보면 시간 금방 간다. 좀 더 활기찬 봉사를 하고 싶다면 등산은 어떨까. 밀알천사는 매주 토요일 자폐성장애인들과 함께 산행하며 이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애인과 봉사자가 일대일로 짝을 맺어 즐겁게 산을 오르기만 하면 된다. 비장애인에 비해 사회성이 조금 떨어져 낯을 많이 가리는 친구들과의 산행에는 당신의 비글미가 특히 필요하다. 자연 그 자체와 하나가 되는 방법도 있다. 환경실천연합회를 방문하면, 무분별한 개발로 갈수록 훼손되기만 하는 우리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수질정화 활동, 캠페인 서포터즈 등 다양한 활동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3. 줄 수 있는 게 힘밖에 없다
무거운 거 잘 들고, 체력 하나는 남 부럽지 않다면 이런 봉사도 있다. 연탄봉사는 겨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통적인 봉사활동이다. 보여주기 식 봉사활동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엔 연탄이 필요한 사람은 많다. 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은 벌써 13년째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전해주고 있다. 겨울 전통 코스로 인기가 많은 탓에 사전 신청을 받고 있으니 서두르는 게 좋다. 집 수리 역시 힘과 기술을 자랑하기 좋은 분야다. 해비타트는 1976년 미국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단체로,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해왔다. 목조주택, 이동식 주택 등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간단한 집 수리도 가능하다. 밥퍼나눔운동본부로 더 잘 알려진 다일공동체는 노숙자, 행려자, 무의탁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쭉 진행되기 때문에 봉사 수요도 높다. 재료 준비부터 조리, 배식, 설거지까지 품이 꽤 들어 체력이 좋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4. 시간이 없어서 봉사활동을 못 해? 그럼 있는 거라도 줘!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데 정말, 진짜로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럴 땐 동네에 하나쯤은 있는 헌혈의 집을 찾아 헌혈만 해도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안 읽고 책장 한편에 쌓아 놓은 책이 많은 사람이라면 책 기부를 해보자. 꿈을 선물하는 책나눔운동은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이 주관하는 책 기부 운동으로, 책이 필요한 단체와 기관, 이웃들에게 책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경기 지역은 방문 수거하고 그 외 지역은 착불로 택배를 보내면 된다.
또 출퇴근길 스마트폰을 통해 네이버 해피빈, 카카오 같이가치같은 모금 플랫폼에 접속하면 소액부터 손쉽게 후원이 가능하다. 물론 앞서 소개한 모든 단체들에서도 정기 후원, 일시 후원을 할 수 있다. 때로는 작은 행동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이 외에도 나에게 딱 맞는 봉사활동을 찾을 방법은 또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자원봉사사이트인 VMS나 1365 페이지에 들어가면 봉사지역, 분야, 기간 등에 따라 맞춤 봉사활동을 찾을 수 있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봉사활동 후 실적을 인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있으니, 언젠가 증명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미리 아이디를 만들어 두면 편하다. 아이디만 있으면 실적 인증은 대개 봉사활동 기관에서 알아서 등록해 준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2017년을 시작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문제들은 여전히 산재해있다. 게다가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내기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제법 골치도 아프다. 이런 상황에서 봉사활동이 의미 있는 이유는 지금 당장 일상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당신의 몸, 시간, 재능, 돈. 그 어떤 것을 이용하든 상관없다.
연말은 특히 이곳저곳에서 손이 많이 필요한 시즌이다. 나에겐 한 번의 경험이라도 누군가에겐 당장 절실한 도움일 수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며 호의호식했던 몇몇을 수시로 만나보고 있는 요즘. 그 속에서 어쩌면 더 큰 허탈감과 허무함, 우울함을 느끼고 있을 사람들이 아직 이 세상은 살 만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당신이 되기를 바란다.
Images courtesy of 세이브더칠드런, 더그림, 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
Photo (cc) via ec-jpr, 401(K) 2012 / flickr.com
에디터 성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