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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아이에게는 이발비를 받지 않는다

‘도로시는 캔자스 대평원에서 헨리 삼촌, 엠 숙모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도로시와 강아지 토토는 좋은 친구였고, 도로시의 나날은 평화로웠죠. 그러던 어느 날 거센 회오리가 캔자스 대평원으로 불어닥쳤습니다. 도로시와 토토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는데, 회오리 바람이 집에 들이닥치는 순간 도로시의 집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습니다. 정신을 차린 도로시는 생전 처음 본 세상에서 눈을 떴습니다.’

현실이었다면, 하늘에서 떨어진 도로시는 눈을 뜰 수 없었을 거다. 과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 높이에서 떨어진 소녀가 어떻게 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동화 속 이야기에서 도로시가 몇 미터 상공에서 얼마만큼의 속도로 떨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동화는 읽는 아이의 상상력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꿈을 꾸는 아이에게는 이발비를 받지
2014년, 미국의 소아과 협회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읽기, 쓰기를 비롯한 언어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신경 써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들이 제시한 연구 자료에서 동화책을 많이 읽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언어 발달 능력과 학업 성취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동화책을 읽는 아이의 좌뇌의 일부는 활발한 반응을 보였는데, 그 부분은 청각과 시각을 비롯한 여러 자극에서 얻어진 정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신시내티 소아 병동의 허튼 박사는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시각화하면서 듣는다. 개구리가 통나무를 폴짝 뛰어넘었다는 말을 들은 아이는 개구리와 통나무를 머릿속에 그리고, 개구리가 이를 뛰어넘는 모습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동화책에는 일상에서 주고받는 대화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단어와 어휘들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이를 읽는 아이들의 세상은 더 다양하고 풍부해진다.

 

최근 아이들을 위해 무료 이발을 해준 한 이발사가 화제가 되었다. 코트니 홈즈(Courtney D. Holmes)라는 이름의 이 이발사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이발을 해주는 대신, 조건을 한 가지 걸었다. 동화책 한 권을 읽는 것이다. 

꿈을 꾸는 아이에게는 이발비를 받지
그의 가게에 온 아이들은 테이블에 앉아 마음에 드는 동화책 한 권을 읽고, 무료로 머리를 자른다. 책을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으면 홈즈는 함께 읽으며 아이의 독서를 도와주기도 했다. 그의 행동이 알려지면서 미국 전역의 도서 기부가 이어졌는데, 코트니 홈즈는 신학기 시즌 이후에도 이런 이벤트를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동화책이 아이에게 주는 영향은 단순히 뇌의 발달을 넘어 세상을 변화시키도 한다. 동화책을 읽고 꿈을 꾸는 아이의 이야기를 그저 허무맹랑한 상상이라고 말하는 냉소적인 반응은 잠시 접어두자.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기 전만 해도 사람이 하늘을 나는 일은 그저 ‘동화’같은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도로시는 친구들과 눈물의 작별인사를 했고, 은구두의 뒤축을 세 번 부딪치며 오즈의 마법사가 가르쳐준 주문을 외웠다. ‘엠 숙모가 있는 집으로 데려다 줘!’ 그 순간 도로시는 하늘을 날았고, 다시 정신을 차리자 그리운 캔자스 대평원에 앉아있었다. 하늘을 나는 동안 벗겨진 은구두는 사막으로 떨어져 구두가 어디로 갔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었다.’ 

Photo(CC) via Sofi, Mike Burley / flickr.com

 

에디터 김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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