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 신용카드의 진화
Tech보다 UX
기술만을 강조하다 보면 기술의 함정에 빠지기 쉽죠.
이미 나온 기술이더라도 UX 관점에서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나아가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Needs에 따라 BANGLAB.에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을 UX 관점에서 토론해 보고 그 결과를 정리해서 공유합니다.
<Tech보다 UX> 이전 글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uxovertech
아침에 급하게 출근하는 날이면 집에 지갑을 놓고 와서 다시 돌아가야 했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런 니즈를 반영해 오래전부터 지갑을 통째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 고리 형태의 티머니가 있었다. 근래 티머니 활용 분야는 점점 늘어나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을 수도 있게 됐다.
이런 니즈에서 나온 “앱으로 비용을 결제"하는 시나리오는 피처폰을 사용하던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금까지 늘 시도된 기능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능이 들어가면서 우리는 휴대폰 고리를 치렁치렁하게 달지 않고도, 버스나 지하철의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교통비를 지불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출근길에 깜빡 잊고 지갑을 놓고 왔어도 사무실까지 가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졌다.
그런데 애플의 아이폰은 5S가 나올 때까지도 NFC가 탑재되지 않아 티머니 사용이 불가능했다. 아이폰 유저들은 궁여지책으로 케이스에 카드를 꽂아 쓰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러던 중 아이폰 6가 출시되기 전, 애플 페이가 탑재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애플 페이 동작 방식
iOS의 기본 앱인 월렛(Wallet)을 통해 사용한다. 최초 사용 시 iTunes Store에 등록된 신용카드의 CVC(CVC/CVV/Security Code)를 입력하면 기본 결제 카드로 월렛에 등록된다. 그 외 카드를 추가하려면 사용자는 카메라로 신용카드를 비추어 iOS가 신용카드 번호를 디지털 텍스트로 인식하게 하여 월렛에 등록하거나 수기로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월렛에 입력하여 등록한다. 카드 등록 시 해당 카드 발급사의 서버에 정보를 보내어 해당 카드가 도난당한 카드는 아닌지, iTunes Store에 등록된 사용자 정보와 카드 소유주 정보가 일치하는지 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출처 : 나무위키 애플페이)
애플 페이에 대응한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서의 접근
애플 페이가 나온다는 소문이 돈 후,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모두 “모바일 페이 앱”에 집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삼성 페이와 LG페이다.
삼성 페이와 LG페이 |
모바일 앱인 삼성 페이와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기사화된 내용으로는 실물 카드와 동일하게 생긴 카드에 여러 장의 카드를 담을 수 있는 LG페이가 있다.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페이 앱의 경우, 본체가 있어야지만 의미가 있다. 휴대폰을 더 잘 활용하는 방안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폰 제품 특성상 누군가와 공유하지 않고 혼자 사용하는 물건이라 사용자가 늘 몸에 지니고 있으므로 이러한 방향으로의 활용은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가격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 제조사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인가? 페이 앱이 휴대폰 판매에 얼마큼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더불어 사용자들에겐 어떤 이점을 제공하는 걸까? 이런 제조사 페이 앱이 정말 사용하는데 편리할까? 그래서 사람들은 현재 많이 쓰고 있나?
온라인 전용 스마트폰용 간편 결제 앱의 등장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모바일 쇼핑이 많이 늘어났다. 덕분에 온라인에 초점을 둔 간편 결제 서비스가 더욱 다양해지고, 이용하는 사용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간편 결제 서비스는 ‘모바일 쇼핑을 더 편리하게 하고 싶다.’는 사용자 니즈에 착안하여 ‘자주 사용하는 신용카드를 앱에 등록해 온라인 상에서 더 간편하게 결제한다’, ‘온라인 상에서 지불을 완료하는데 얼마나 더 편리한가?’ 하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간편 결제 서비스 앱의 경우, 가맹점이 늘어나고 앱 간의 연동성을 생각해볼 때 사용자에겐 편리함을 제공하고, 서비스 제공 업체엔 O2O 특성에 기반을 둬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다만 온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신용카드의 진화, 앞으로의 방향은?
며칠 전 롯데 스티커 카드가 출시 석 달 만에 18만 장이 발급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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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사를 읽는 내내 뭔가 애매했다. 롯데카드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휴대폰에 부착할 수 있는 신용카드’라는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게 정보를 찾던 중 후기가 있는 블로그를 발견했다. 외형은 우리가 사용하던 일반 카드보다 좀 작은 미니카드 형태이고, 카드 뒷면에 양면테이프를 부착해서 휴대폰에 붙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두께는 기존 카드와 동일한 0.75mm였다.
‘스티커 카드’라는 이름만 보고 상상했던 것은 과거 Optimus G에서 제공했던 태그플러스 스티커였다. 칩과 안테나를 제공하는 스티커 형태로 크기는 작지만 어디든 부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NFC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태깅 하면 해당 모드로 전환하는 기능을 세팅할 수 있도록 여러 장 제공했던 옵티머스 태그플러스, 출처:안드로이드펍 |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형태의 스티커 카드였지만, ‘신용카드를 따로 들고 다니기 귀찮다.’라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로 신용카드를 스마트폰 케이스에 끼워서 소지하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시도 자체는 꽤 기발하다고 생각한다. 석 달 만에 18만 장 발급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 수 있다.
교통카드가 처음 보급된 시절, ‘교통카드를 따로 들고 다니기 귀찮다.’에서 비롯된 솔루션이 ‘교통카드를 폰에 이식하기’였다. 하지만 제조 방법이 까다로워 교통카드를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어 공대생 사이에서만 소문났던 방법이었다.
카드 내부의 칩과 안테나를 분리해 폰에 이렇게 붙여서 사용하던 것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출처: http://polarislr.tistory.com/52 |
이처럼 ‘카드를 따로 들고 다니기 귀찮다.’라는 오래된 사용자 페인 포인트는 다양한 솔루션이 나온 원동력이다.
- 멤버십 카드 통합 서비스
- 휴대폰 고리형 버스카드
- 휴대폰 후면에 버스카드 이식
- NFC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 결제 기능
- 휴대폰 내장 페이앱 결제 기능
과거 다양한 사례에서 고려한 사용자 페인 포인트와 니즈를 반영하여 다음 세대 신용 카드는 다른 기기와 함께 있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작고 어디든 부착할 수 있는 얇은 스티커 형태가 되면 좋겠다.
1. Rio 2016 올림픽에서 선보인 Visa의 NFC칩 내장 팔찌 프로토타입. 디즈니랜드 팔찌와 같은 형태이다. [출처 : http://goo.gl/S3Eyzb] 2. 바이탈 체크용 타투, 일렉트릭 페인트 펜을 활용한 콘셉트 프로토타입이다. 이런 형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 http://goo.gl/g0ZtlF] 3. 영국의 주얼리 디자이너가 런던 교통카드인 Oyster Card를 인조 손톱에 탑재한 후, 본인의 검지 손톱에 착용하여 실제로 사용 중인 모습이다. 카드를 분실할 우려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출처 : https://goo.gl/rHVxuA] 4. 2014년 메이커페어 샌프란시스코의 인텔 부스에 출품한 작품으로, 인텔 웨어러블 칩을 네일에 활용했다. [출처 : http://goo.gl/Pl2TAF] |
만약 옵티머스 태그플러스를 벤치마킹한 작고 얇은 스티커 타입의 카드가 현실화된다면 지불 기능이 없던 스마트폰에 간편하게 신용카드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동시에 스마트폰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웨어러블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스마트폰이나 시계에 스티커 카드를 부착하여 신용카드 기능을 제공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간단하게 변신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어디든 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몸이나 손톱에도 부착할 수 있다. UX 관점에서 페인 포인트를 유발한 여러 가지 행동 -신용카드가 들어있는 커다란 지갑을 소지하거나, 휴대폰을 꺼내 페이 앱을 동작시키거나, 휴대폰을 늘 소지해야 하는-에서 비롯된 불편함마저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