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 역대급 더위… 울고 웃는 '폭염의 경제학'
파리 날리는 시장, 속타는 상인
가축 폐사에 농산물 폭염 주의보
냉방 빵빵한 곳은 매출도 '빵빵' … 백화점, 바캉스·냉방용풍 매출 껑충
편의점, 얼음컵·빙과류 불티 … 온라인몰은 안방쇼핑족 늘어
지난달 31일 오후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에는 무더위에 휴가시즌까지 겹치면서 손님들이 크게 줄면서 텅빈 의자들만 덩그런히 놓여있다. |
"7월 중순인데 40도 가까운 폭염이라니.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장사도 안되는데 2~3주전부터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손님은 찾아볼 수도 없어요. 온도가 높다보니 야채들도 시들어서 버리기 일쑤고 다음달까지 덥다는데 걱정입니다."
1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재래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상인 김 모씨는 선풍기를 쐬면서도 연신 채소에 부채질을 해댔다. 김 씨는 "어제부터 오늘 이시간까지 배추 한포기도 못 팔았다"면서 "재래시장이 냉난방 시설에 열악하다 보니 다들 에어컨이 빵빵한 대형마트로 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시장의 모습은 한 눈에 봐도 한산했다. 소비트렌드 변화와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재래시장에는 일부 방문객들만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구경만 할 뿐 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4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가마솥 더위'로 유통가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래시장을 비롯한 노점상은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폭염에 농작물이 말라죽거나 가축들이 폐사하면서 농가들은 힘든 여름을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여름 대목을 맞은 편의점들과 냉방시설을 갖춘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등은 특수를 누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가축 폭염 피해 현황을 보면 지난 13일 기준 전국에서 42만6065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지난 주말에는 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탓에 가축 폐사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리면서 채소 농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장마와 태풍 '쁘라삐룬'에 이어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채소가격이 생육부진 등으로 출하량이 감소했다. 배추를 비롯해 무, 양배추 등의 채솟값도 전년 및 전달 대비 높은 가격대를 기록했다.
반면 특수를 누리는 곳도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지난 11~15일 얼음컵 매출 신장률은 전월 대비 68.0% 증가했고, 빙과류도 51.5% 늘었다. 같은 기간 CU에서는 얼음컵과 빙과류 매출이 각각 66%, 45% 증가했다. GS25에서도 얼음컵과 빙과류 매출이 각각 64.2%, 47.4% 늘어났다.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도 폭염에 집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홈쇼핑은 여름 위주 상품을 편성해 단시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지난 14일 70분간 삼성 무풍 에어컨을, 지난 15일 75분간 신일 에어서큘레이터를 판매해 각각 18억원, 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G마켓에서는 지난 15일 기준 일주일 간 1인용 냉온수매트와 얼음조끼 판매율이 전주보다 각각 225%, 154% 늘었다. 같은 기간 편백나무베개, 대나무자리, 쭈쭈바ㆍ바ㆍ콘 매출도 각각 71%, 109%, 57% 증가했다.
백화점 여름 매출도 늘었다.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의 온오프라인 여름 정기세일(6월28일~7월15일) 중 바캉스용 스포츠 웨어와 여름 의류와 같은 패션 상품, 더위를 식혀줄 냉방용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껑충 뛰었다. 가전제품의 경우 3사 모두 7~12%까지 상승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수영복을 포함한 스포츠웨어는 15.4%, 스포츠슈즈 7.6%씩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의 한낮 기온이 30도 이상 오른 폭염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층 소비 트렌드와 날씨 영향을 받아 이번 백화점의 여름 정기세일 실적은 작년보다는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