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벌해선 안 된다" '나무 마우스' 시장에서 '딸깍' 마우스로 혁신 '로지텍'
'마우스' 기업 '로지텍' PC 주변기기 회사 강자
"실패 벌하지 말라" C·E·O 경영철학
마이크·스피커·웹카메라…끊임 없는 연구와 실험
하드 타입 마우스패드 G440. 마찰력이 적은 표면을 제공해 빠른 마우스 조작이 가능하다. 사진=로지텍코리아 |
"로지텍의 비전은 기계와 인간을 잇는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마우스도 그 일부죠."
컴퓨터 사용 과정에서 이용자의 손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기기가 있다. 생긴 게 꼭 쥐의 모양과 닮아 붙여진 이름, '마우스'다. 키보드와 더불어 컴퓨터 입력장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마우스는 1968년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사용되고 있다.
최근 마우스를 대신하는 터치스크린이나 '트랙볼'(장치에 얹힌 공을 굴려서 세밀한 조작을 하는 주변기기) 등 다양한 입력 장치가 출시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선호하고 익숙해하는 건 마우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마우스는 조작 속도와 정밀도가 다른 입력 장치에 비해 빠르고 직관적이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이들이라면 마우스의 스크롤휠과 좌우 버튼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마우스를 조작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마우스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인터넷 서핑부터 각종 문서 작업은 물론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지금 마우스는 무엇보다 중요한 장비가 된 셈이다.
특히 '마우스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기업이 있다. 스위스 작은 한 마을에서 시작해 전 세계 컴퓨터 주변기기의 최강자로 자리 잡은 로지텍(Logitech)이 그 주인공이다. 로지텍이 마우스 업계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로지텍 마우스. 사진=로지텍 홈페이지 캡처. |
"PC 시장 성장하면 주변 기기도 성장한다" 창업자 '혜안' 빛났다
로지텍은 1981년 스위스의 애플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출발했다. 당시 컴퓨터 관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시장에 집중하던 시기였기에 로지텍 역시 사업 초기 문서 작성과 출판 관련 프로그램을 먼저 개발했다.
하지만 로지텍 창업자인 다니엘 보렐은 PC 보급이 확산하면 마우스·키보드 등과 같은 주변기기 시장도 함께 커질 것으로 판단해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당시 마우스 가격은 개당 200달러(한화 22만 원)가 넘고, 두꺼운 코드를 꽂아야만 충전이 가능했던 데다가 고장도 금방 났다. 이렇다 보니 로지텍은 저렴하면서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마우스를 만들고자 기업 역량을 쏟아냈다.
사실 보렐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에 정통한 프로그래머다. 1976년 미 스탠퍼드대에서 지금의 초기 워드프로세싱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 과정에서 로지텍 공동 창업자 피에르루이지 자파코스타를 만났다.
두 사람은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에 알려지면서 당시 연구실에만 있던 '서드파티' 중 하나인 마우스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점을 포착했다. '서드파티'(3rd party developer)란 개인용 컴퓨터와 함께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주변기기 키보드, 마우스 등을 말한다.
둘은 결국 4년의 연구를 거쳐 마침내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이어 지금의 청소 로봇업체로 유명한 지아코모 마리니까지 합류하면서 1981년 세 사람이 함께 로지텍을 세웠다.
마우스 등 하드웨어 기반의 회사지만 업의 본질은 프로그래밍과 연관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이런 로지텍은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스위스연방기술연구소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스위스연방기술연구소 연구원들과 협력하면서 이들이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은 하드웨어 기기가 'P4' 마우스다. 상황을 종합하면 이들의 천재적인 기술과 노력에 국가가 투자를 해 오늘날 로지텍이 세상에 나올 수 있던 셈이다. 'P4'는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먼저 네모난 나무로 만들어진 투박한 최초의 마우스와 달리 로지텍이 선보인 마우스는 성인이 손으로 쉽게 움켜쥘 수 있었다. 이후 로지텍 최고경영자 제라드 퀸들렌은 'P4'에 대해 "로지텍 마우스 제품들은 지난 1982년 로지텍 'P4' 생산 이후 PC와 함께 진화돼왔다"고 극찬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로지텍은 세계 최초의 '레이저 마우스'와 '초고속 스크롤 휠', '초소형 나노 리시버'(헤드폰·스피커 출력장치) 등을 연이어 시장에 내놓는다. 이 모든 기기에 출발점은 보렐이 만든 'P4'에서 파생했다. 키보드 역시 마찬가지다.
로지텍 키보드. 사진=로지텍 홈페이지 캡처. |
마우스는 물론 스피커·마이크 등 혁신 시도
이 같은 로지텍 성공에 여러 업체가 서드파티 등 PC 주변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로지텍은 늘 한발 앞서갔다. 마우스 외에도 키보드·헤드셋 등 다양한 주변기기를 개발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이끌었다. '기계와 사람을 잇는다'는 기업 비전에 맞게 이들은 새로운 제품군 개발에도 적극적이었다.
1988년 업계 최초로 휴대형 스캐너(사진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주변기기)를 출시한 것부터 1992년 컴퓨터용 스피커와 마이크를 선보이는 등 이들은 신제품 개발에 열의를 보였다. 이후 1995년 컴퓨터로 화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웹카메라 '비디오맨'을 선보이는 등 매년 100개 이상의 새로운 주변기기 제품을 쏟아냈다.
주력 제품인 마우스 분야에서의 혁신도 계속됐다. 1991년 업계 최초로 무선 마우스를 선보인 데 이어 같은 해 왼손잡이용 마우스, 작은 손을 지닌 아이를 위한 키즈마우스도 내놨다.
2004년에는 로지텍이 세계 최초로 레이저 트랙 기술을 채택한 마우스를 개발했다. 마우스 패드를 깔고 사용해야 했던 기존 한계를 뛰어넘어 책상이나 바닥에서도 무리 없이 사용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사진=로지텍 |
"차별화 비결은 도전" 실패 두려워 않은 로지텍
로지텍이 끊임없이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기업문화와 연관있다. 로지텍은 끊임없이 시도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니엘 보렐은 마우스 발명 40주년을 기념하는 한 행사에서 "실패를 벌해선 안 된다"며 "정보기술(IT) 비즈니스에선 두 번만 시도해 두 번 다 옳은 선택을 하는 것보다 열 번 도전해 여섯 번만 성공하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 번 도전하는 것이 차별화에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만큼 실패한 제품 또한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1992년 개발한 디지털카메라 '포토맨'이다. '포토맨'은 사진을 찍고 컴퓨터에 연결해 사진을 볼 수 있는 최초의 카메라였다. 하지만 당시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로지텍은 2000년대 후반 모바일 시장의 확대로 PC 시장이 움츠러들었음에도 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살아남았다. 로지텍만의 고유 기술과 브랜드 파워 등을 이유로 빠른 시장의 변화에 대응한 것이다.
로지텍은 2018년 기준 게임용(게이밍) 마우스 시장에선 30%대 점유율, 일반 마우스 시장에선 4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